순자의 마지막 날

by 하정

<순자>

순자는 무작정 앞으로 나아갔다. 캄캄한 어둠 저 끝에 희미하게 비치는 불빛을 향해.

그 불빛은 매우 미약했지만 그곳이 천국임을 느낌으로 알고 있었다.


'하나님. 저 왔어요. 평생 하나님을 위해 제 인생과 자식들을 전부 바쳤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먼 곳에 계세요'


순자는 한걸음 한걸음 그곳을 향해 힘든 발걸음을 뗐다. 너무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바닥은 뻘처럼 걸을 때마다 푹푹 빠졌다. 한걸음 한걸음 내딛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무언가 확 나타나 순자 팔을 잡아끌었다. 너무 놀란 순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존재를 물리치기 위해 있는 힘껏 밀쳐내고 때렸다. 하지만 그 힘은 순자를 빛 반대 방향으로 끌고 있었다.

"놔. 저리 가!!!"

순자는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소용이 없었다. 순자는 온몸으로 발악했다.

"저리 가라고. 놓으라고!!!!"

"제발 놔줘. 난 천국 가야 해. 하나님 만나러 갈 거야."

그러자 듣기만 해도 징그럽고 소름 돋는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갈 수 있다고 생각해? 착각하지 마. 넌 내 거야. 가자. 너 절대 천국 못 가"

순자는 절망감이 들었지만 순간 너무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어떻게 살았는데. 난 내 인생 전부를 하나님께 바쳤어. 심지어 내 자식들도. 심지어 하나님은 내가 너무 사랑한 큰 아들을 19살 때 데려가셨어. 내가 어떻게 살았는데. 난 절대 지옥 못 가. 난 내 아들 보기 위해서라도 천국에 가야 해!!!"

빛으로 가지 못할수록 순자는 절박해졌고 그럴수록 목소리가 높아졌다. 나중에는 절규로 바뀌었으며 결국엔 욕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XX야. 놓으라고. 네가 뭔데 나를 끌고 가. 네가 뭔데"

"하나님. 저 좀 살려 주세요. 나 천국 가야 하는데 이놈이 저를 끌고 가요. 저 좀 살려주세요. 하나님."

"뭐 하고 계세요. 저 데려가실 수 있잖아요. 제가 뭘 잘못했어요. 뭘 잘못했냐고요."

거대한 힘은 결국 순자를 질질 끌고 빛 반대 방향으로 끌어가고 있었다. 순자는 더 이상 저항할 힘도 없었다.

"이 XXX야. 놓으라고. 나 좀. 흑흑."

"하나님 너무 하세요. 결국 이렇게 하시는 거예요? 그럼 제 삶은 뭔데요. 흑흑"

순자는 흐느꼈다.


<찬수>

찬수는 혼수상태에 빠진 어머니를 보고 있었다. 췌장암 말기로 혼수상태에 들어간 어머니는 마지막 싸움을 하고 계셨다.

"이 XXX야. 놓으라고. 네가 뭔데 나를 끌고 가. 나 천국 가야 돼. 나 큰아들 만나러 가야 돼."

평생 하나님을 섬겼던 분. 큰 형을 보내고 아래 3남매를 전부 하나님께 드린 분. 그랬던 어머니를 찬수는 원망도 많이 하고 한때는 마음속으로 버리기도 했다. 그런 찬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 마지막 싸움을 하고 계시는군요. 어머니, 승리하셔야 합니다. 포기하시면 안 돼요.'

어머니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게 찬수는 더욱 슬펐다.


<순자>

거대한 힘은 순자를 빛 반대쪽 어딘가로 결국 끌고 갔다. 순자는 직감적으로 그곳이 지옥임을 알 수 있었다. 순자는 덜컥 겁이 났다. 저곳으로 들어가는 순간 순자는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자는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었다. 그때 음흉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하하. 너도 별거 없구나. 그렇게 평생 하나님 섬긴다고 아득바득 살았는데 천국도 못 가고 어쩌냐. 억울해서. 가자. 지옥 가서 영원히 하나님 원망하면서 살자. 저기 너 같은 사람 수두룩해."

순자는 그 말을 듣자 더욱더 억울하고 분했다.

'하나님 뭐 하세요. 왜 아무것도 안 하시고 저 안 도와주세요. 제가 평생을 그렇게 섬겼는데. 하나님만 보고 살았는데. 이렇게 끝나는 거예요?'

순자는 하나님을 원망했다.


그런데 갑자기 빛이 순자 마음으로 관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번뜩 들었다.

'말씀, 기도'

순자는 두려움, 원망, 슬픔 등 모든 감정을 내려놓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씀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순자는 이 말씀을 주문 외우듯이 계속 내뱉었다. 그러자 순자를 끌고 가던 거대한 힘이 점점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그만해. 그만하라고. 네가 그런다고 빛으로 갈 수 있을 거 같아?"

순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씀에 집중하며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어느 순간 거대한 힘에서 벗어나 순간적으로 빛으로 이동하는 게 느껴졌다.

"하나님. 이곳이군요. 여기가 천국이군요."

빛에 도달하지 순자는 평안함과 감사함을 느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빛으로 한 발짝 한 발짝 걸어 들어갔다.

멀리서 19살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던 너무나 사랑했던 큰 아들 희수가 달려오고 있었다.

"어머니!!!!! 기다리고 있었어요."

순자는 19살 그때 모습 그대로 희수가 자신에게 달려오는 모습을 보며 형용할 수 없는 기쁨에 눈물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희수야. 희수야. 잘 있었어? 얼마나 보고 싶었다고 희수야"

순자는 희수를 끊임없이 껴안고 어루만졌다. 얼마나 사랑했던 아들이었던가.

"희수야. 우리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그럼요. 어머니. 여기서 함께 살아요."

순자는 태어나서 이렇게 기쁜 날은 처음이었다.


<찬수>

며칠간 포악한 얼굴을 하고 더러운 말을 내뱉던 어머니가 어느 순간 말씀을 되뇌고 있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

어머니가 거대한 싸움을 하고 있음을 찬수는 알 수 있었다.

'하나님. 저희 어머니가 이 싸움에서 이기게 해 주세요. 저희 어머니 살려주세요.'

찬수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다. 찬수는 어머니 옆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끊임없이 기도했다.

며칠 후 어느 순간 어머니 얼굴이 환해졌다. 어머니의 밝은 미소를 보며 찬수는 어머니가 승리했음을 알 수 있었다.

"희수야, 희수야"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님을 만나셨구나.'

찬수는 어릴 때 헤어진 형이 생각났다. 착하고 공부도 잘하고 여러모로 흠잡을 데 없었던 형. 어머니가 너무 사랑했던 형.

'어머니 이제 그곳에서 형과 행복한 시간 보내고 계세요. 저도 언젠가 가겠습니다.'


얼마 후 어머니는 갑자기 눈을 뜨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찬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어머니가 이제 가시는구나.'

찬수는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의 눈을 감겨 드렸다. 어머니는 곧 숨이 끊어졌고 영면으로 들어갔다.

'어머니 너무 사랑했습니다. 어머니......'

찬수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어머니와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엄마. 사랑해. 나중에 천국에서 꼭 다시 만나. 잘 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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