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한 기이하고 유쾌한 베트남 여행
출발하기 전, 베트남에서 무엇을 하고 싶냐는 물음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베트남 국수를 먹고 수영을 하겠다는 아이였다.
이번 여행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언행일치”와 “예측불허”가 아닐까 싶었다. 언행일치를 어린나이에 실현한 11살 어린이와 예측불허의 순간을 맞딱드린 11살짜리 초딩 엄마의 3박 4일의 짧은 베트남 여행이랄까.
도착한 첫 날 저녁 7시 반에 호텔에 도착해 늦은 체크인을 했다. 클로징까지 30분밖에 남지 않았는데 수영을 하고 자는 아이를 보며, 첫날이라 특수한거라 생각했던 것이 경기도 오산이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7시부터 수영을 하다가, 조식을 먹고 나서 또 수영을 하고 외부 시내로 잠시 나와 베트남국수를 먹고 다시 숙소로 들어가 또 수영을 한다. 오후 늦게 지인분 댁으로 넘어가 다른 장소에서 수영으로 하루를 마무리 하던 아이를 보며 이것이야 말로 언행일치아닌가. 여행 마지막 날은 비행기 타기 직전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수영을 했던 아이의 새까맣게 탄 얼굴을 보며 속으로 하고 싶어했던게 수영과 베트남 국수 먹는 것이라는 점이 참 감사했었다.
이런 단순하면서 목적 지향적인 아이와의 여행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여행 중 관광지에 대한 큰 욕구가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보고, 돈을 내고 체험하고 사진으로 남기는 것으로 귀결된다는 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관광지에 대한 나의 소회였다. 일상적이고 안정적인 상태로부터 벗어난 순간, 찰나라는 것이 내가 생각하던 관광지의 본질이라는 생각과 그렇기에 결국 그 관광지의 삶도 한번 이상 반복된다면 언젠가는 일상이 될거란 개똥철학이 있었다. 단순하게 말해, 모든 것들은 결국 일상이 될텐데 애초에 여행지에서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이 궁금했으며 사실 더 이국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언행일치 예준 선생은 호텔 수영장과 베트남 국수를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호텔 방에 베트남어로 나오는 로블록스 유튜브를 시청했다. 이런 아이와 묶여있던 나에게 베트남에서 일상을 그것도 존경스러운 일상을 살아내고 계시는 TG Food 사장님을 만나 다소 몇시간이라도 길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예측불허라 할 수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어부지리로 우연히 낀셈인데, 그 짧은 기간 동안 TG Food 사장님을 두세번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개인적으로는 꽤 큰 자극이 되었나보다. 귀국도 하고 일상으로 돌아와 출근을 했는데도 마음이 계속 붕 떠있는 것 같다.
TG Food 사장님의 비즈니스는 아주 표면적으로 보면, 베트남 현지인, 한국 교민, 베트남에 거주하는 외국사람을 대상으로 건강식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너무 흥미로웠던 점은 카톡의 단톡방을 통해 물건을 광고하고 주문을 받고 배달해주는 주문시스템이었다. 오픈챗을 통해 방장이 광고 및 제품과 연관된 다양한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올리며 중간중간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한국의 배달의민족같은 ‘그랩’이 있지만, 그랩과 별도의 채널로 운영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표면적인 부분에 불과했다.
몇년 전, 한 명의 고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려고 사업을 시작했다는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잘 해석되지 않았던 나의 모호한 감정들이 지금에서야 정리되는 듯 하다.
�인간의 불안함이란 코앞에 확실한 결과를 쫒게 되는데, 그게 꼭 사업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
�하루에 생선을 몇마리 잡는 것보다, 생선이 살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에 대한 생각
�확률로 계산할 수 없어 너무 모호하지만 그래서 성공 확률이 적을지라도 수십번, 수백번 시도하는 사람에 대한 생각
�아주 오래전, 막연하게 인간적인 가치를 추구하면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내가 주도적으로 낸 아이디어로 더 나은 세상에 기여하는 야심은 지속가능하게 돈을 벌 수 없으며, 나이브한 정신이라고 결론지었는데, 그것은 과연 세상의 생각에 내가 순응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
�믿음에도 부익부 빈익빈이 있다는 사실, 믿음이 작은 나의 문제라는 생각
아이와의 짧은 3박4일간의 베트남 여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