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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까스 Jul 15. 2023

나의 20대를 돌아보며

평화로운 주말 아침 문득, 10년 뒤에 내가 결혼해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뒤면 39살. 큰 이벤트가 없다면 결혼해서 아이도 한두명 쯤 있을 나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10년이라는 시간이 많은 것들을 바꿔놓을 수 있구나 생각이 들면서, 10년 전의 나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추억 여행을 시작해버린 것이다.


10년 전 19살이던 나는, 학교 운동장에서 목발을 짚고 축구를 해댔다. 친구, 공부, 축구 이 셋이 인생의 전부이던 시절. 20대를 앞두고 있다는 설렘도 딱히 없었고 그냥 매일매일이 마냥 즐거웠던 것 같다. 스무살이 되면서부터는 신세계가 펼쳐졌다. 송도, 술, 연애, 동기, 자유, 낭만! 동아리에 들어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하루만에 절친이 되고, 내일이 없는 것처럼 마시다가 진짜 내일이 삭제되고, 평소엔 수업도 안 듣다가 시험 기간에 벼락치기, 시험 끝나면 또 술, 술... 스물한살 때까지도 별 다를 건 없었다. 그러다가 YDT에 들어가고,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활동을 하고, 휴학도 처음으로 해보고 혼자서 여행도 갔다가, 청강도 했다가... 시험 공부를 시작하고, 고통의 시간을 거쳐 취업을 해내고, 이직하고, 이직하고...


10년의 세월을 돌아보면서 일단 내가 내/외면적으로 많이 성장했음을 느꼈다. 다리를 다쳐 운동을 전혀 못 하던 19살의 나는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는 29살의 내가 되었고, 자신감과 자존감이 무척이나 부족하던 19살의 나는 스스로의 모습에 만족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29살의 내가 되었다. 지난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에게 일어난 변화를 생각해보면, 앞으로의 10년도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내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덕이다. 좋은 사람들은 그 자체로 인생의 나침반이다. 그들이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보여주는 모습들이 나에게는 반드시 갖추고 싶은 삶의 자세인 것이다. <월든>에서 소로우가 말했듯이, "그의 '착함'은 부분적이거나 일시적인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끊임없이 흘러넘치되 아무 비용도 들지 않고, 또 그가 깨닫지 못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은 본인만의 신념이나 가치관이 뚜렷한 경우가 많다. 그러한 신념이 모든 사람에게 울림을 줄 필요는 없다. 진동수가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를 알아볼 정도이면 족한 것이다. 주위 사람들의 행동이나 유행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본인만의 경로대로 항해하는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며 멋있다고 느낀다. 지금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도 한 명 한 명이 나의 스승이다. 본받을 점을 너무나 많이 가지고들 있는 것이다. 나보다 더 나은 점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는 것이 성장을 빨리 하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그런 사람일 수 있을까? 나의 원칙과 신념을 갈고 닦아 내재화하여, 마침내 그것이 나조차 깨닫지 못하는 새 나로부터 자연스럽게 흘러넘칠 수 있으면 좋겠다. 내면이 단단한 사람. 폭풍 속에서도 스스로의 나침반을 꼭 쥐고 걸어가는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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