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행복을 찾아서
대학교 다니던 시절, 이곳 스페인에서는 넷북이라는 작은 노트북이 한참 유행했다. 가방에 넣어 다닐 수 있는 사이즈 덕분에 필수품이라 할 정도로 대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 노트와 연필 한 자루 대신 넷북에 메모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갔다. 하루는 수업 도중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넷북 한대가 유독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친구의 넷북은 표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스티커로 덮여있었고, 바탕화면부터 마우스 화살표까지 모두 그녀만의 스타일로 꾸며져 있다. 모든 사람들이 컴퓨터나 다른 물건을 구매하면, 그냥 있는 그대로, 세팅되어 있는 그대로 사용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기에 그 화려한 노트북에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주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순간,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노트북을 소유하고 있는 내 친구가 참 멋져 보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어떤 무언가를 진정 내 것으로 만들려며는 시간을 들이고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그날 집으로 돌아가면서 나도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것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의욕은 넘쳐났지만 사실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지 막막했다. 솔직히 많은 시간 동안 헤매고 또 헤맸다. 하지만 몇 년 동안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아온 결과일까? 신기하게도 조금씩 나만의 것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 것으로 만들려며는
시간을 투자하고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친구가 넷북을 자신의 취향대로 꾸민 것 같이 나 또한 내 취향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아내야 했다.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 그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해야 하는 하는 것 같이 나 자신을 알아가려면 나와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별로 없었기에 도대체 나 자신과 어떤 대화를 해야 하는지 처음에는 잘 몰랐다. 그래도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 또는 싫어하는 것이 생각날 때마다 메모하기도 했다. 지금은 나 ‘구월’이라는 친구가 생겼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바로 나 자신에게 시간을 투자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의미 있는 하루를 만들기 위해 그날의 소소한 행복을 찾으려고 애썼던 적이 있다. 내 취향은 무시한 체 SNS에 올라오는 멋진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것을 따라 하려고 했다. 그날 했던 행동이나 말에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면서까지. 하지만 마음속 허무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결국, 소소한 행복 찾기는 몇 개월 가지 못하고 포기하게 되었다.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소소한 행복을 찾지 않아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를 나만의 취향으로 가득 채우기 시작했더니 자연스럽게 알차고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특별하고 멋진 삶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얼핏 보면 예전처럼 반복되고 지루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마음가짐이 달라지니 삶이 즐거워졌다. 그 안에서 감사함을 느끼고 소소한 행복을 누린다. 오늘도 나는 나만의 것을 만들어 간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하루를 살아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