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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 Mar 11. 2023

새벽기상을 하지 못했다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꿔보기

새벽 6시,

정말 오랜만에 갖아보는 '나만의 시간'. 

며칠 동안 나를 돌보지 못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감기. 날씨가 추워지면서 주변에 바이러스로 인해 아픈 사람들이 많아졌다. 몇 주 전, 엄마에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엄마,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감기에 걸린 적이 없는 것 같아. 정말 건강하지 않아?' 사실이다. 30년 동안 그리 아픈 기억이 별로 없다. 하지만 옆에서 조용히 듣고 계시던 아빠가 꾸짖으셨다. '그런 말 하면 못 써'.


아빠의 말이 맞았다. 그런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며칠 후, 목이 따끔따끔 아프기 시작하더니 제대로 감기에 걸렸다. 몸살 걸리면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은 것 같다고 하던데 그 느낌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험해 봤다. 침 삼키는 것이 무서울 정도로 목이 아팠고 하루종일 식은땀이 흘렀다. 다행히 열은 나지 않아 며칠 후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병원에 가지 않았는데, 결국 2주 동안 고생하고 병원에 다녀오고 나서야 괜찮아졌다. 이렇게 오래갈 줄이야. 


지난 3주 동안,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해 봤지만 몸이 따라 주지 않아 며칠을 제외하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하루가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소중한 시간들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에 속상하기도 하고 자기 관리를 못한 나를 탓하기도 했다. 무기력의 늪에 빠져 허우적 되는 나 자신이 나약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몸이 말을 듣지 않는데... 




그렇다면 생각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나만의 시간은 꼭 필요해. 아프다고 이 귀한 시간을 낭비하면 안 돼' 대신 '몸이 안 좋으니까 일찍 일어나지 못해도 괜찮아. 몸도 쉬는 시간이 필요하니까'라고 생각을 바꿔 보았다. 이 기회에 너무 무리하지 말고 푹 쉬기로 하고 일찍 일어나 나만의 시간을 갖는 대신 잠을 택했다. 그랬더니 그다음 날,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실제로 푹 쉴 수 있었고, 정신적으로도 이런 긍정적인 마인드가 훨씬 도움이 된다는 걸 체험할 수 있었다. 조금 천천히 가야 할 때도 있다.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주변을 살피며 나아가기. 그래야 더 오래 그리고 더 멀리 갈 수 있으니까.



두 번째 이유는 아이의 기상 시간 때문이다. 욕이 절로 나온다는 18개월에 접어든 아이의 수면이 또다시 불안정해졌다. 새벽에 깨는 건 기본이고, 5시 반에서 6시가 되면 얕은 수면을 지나는지 낑낑 되면서 작은 소리나 움직 이에도 확 깨버린다. 보통 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데 아이 때문에 이러지 저러지도 못하고 침대에서 눈치만 보다가 결국 아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기상을 한 지 2주가 넘어간다. 이게 일시적인 것이라면 문제가 아닌데 혹시 계속 이렇게 일찍 일어나면 어쩌지 나만의 시간이 없어지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에 굉장히 예민하고 두려웠다.


처음에는 아이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저녁에 더 늦게 재워보기도 하고, 다시 새벽수유를 시도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지친 나머지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계속 아이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죄책감에 시달려 힘든 하루를 보내면서 다시 한번 이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해 보기로 했다.



아이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대신 나 자신을 바꿔보자.


생각해보니 조금 어렵긴 하겠지만 나만의 시간을 아침이 아닌 다른 시간 때로 옮기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았다. 이 기회에 더 좋은 시간을 찾을 수도 있고, 또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니까. 그리고 아침에 아이가 일찍 일어나면, 내 시간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부정적으로만 다가왔던 상황을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았더니 불편했던 마음이 조금 해소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이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또는 원하는 대로 성장하지 않는다. 그러니 하루 계획을 완벽하게 세울 필요가 없다. 아니, 완벽하게 세우질라도, 완벽하게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걸 배우게 되었다. 계획이 틀어졌다고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한다. 조금 더 유연한 삶을 만들어 가면 좋을 듯하다.



조금 더 천천히.

그리고 조금 더 유연하게.

 


ps.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정말 감사하게도 감기몸살에서 거의 다 회복되어 몸에 다시 에너지가 충전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아직 코맹맹이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리고 아이는 매일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2-3번 정도는 잘 자주고 있다. 덕분에 오늘은 아침시간을 활용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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