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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민지 Mar 06. 2020

마스크가 건넨 말

그 안에서도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하니까



마스크 끼고 살기 시작한 후부터 불필요하게 웃지 않아도 되고, 타인이 보는 내 얼굴을 신경 쓰지 않게 됐다. 얼굴을 가린 채 살면서 오히려 자유로워진 기분이 든다는 건 얼굴을 드러낼 때 가해진 속박을 자각하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 마스크 벗는 날이 와도 지금 느낀 걸 잊지 말고 나와 타인의 얼굴과 표정에 더 관대해져야지.

이런 생각이 든 것에 '덕분' 같은 단어를 붙이고 싶지는 않다. 답답하고 속상한 일 투성이지만 그 안에서도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하니까, 이 와중에 일상이 전한 말을 기록할 뿐 다른 의미는 없다. 빨리 이 험난한 터널이 끝났으면 좋겠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지고 있던 마스크를 아껴 쓰고, 더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여분을 사지 않고, 그게 불안하게 느껴질 때마다 손 씻으러 가고 그러면서 산다.

할머니 장례식장은 예상대로 비교적 한산했지만 마음 쓰지 않고, 죽음이 절절하게 알려준 만큼 아껴야 할 삶 앞에서 우리의 방식대로 경건하게 잘 보내드렸다. 마음 전해준 모두에게 감사하다. 아무도, 아무 마음도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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