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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귀복 Jan 18. 2024

13. 천재작가, 출판사 대표 만남 후일담

무명작가 에세이 출간기


원고에 관심을 보인 출판사 대표는 만남 이후 출판계약서를 보내겠다고 했으나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 '눈 밝은' 대표가 아니라 '눈만 밝은' 대표다. "세상 나쁜 놈!"이라고 욕을 한 바가지 퍼붓고 싶지만, 뒤늦게라도 인연이 닿을지 모르니 속으로만 삼킨다. 천재작가의 뼈아픈 과거가 당신이 미래에 겪을 아픔을 줄여주길 바라며, 이야기 바로 시작한다.





"천재작가는 준비운동 없이 마라톤을 뛰었다."


천재작가의 원고 투고는 동네 친구들이 잘 달린다고 '우쭈쭈' 해주니 덜컥 마라톤에 나간 격이다. 하프 마라톤도 아니고 42.195km 정식 마라톤이다. 초반부터 빠르게 치고 나가니 기고만장함이 하늘을 찌른다. 러닝화도 없이 운동화를 신고 나가서 잘도 달린다. 헉! 기세도 잠깐이다. 10km를 넘어가면서부터 슬슬 한계에 부딪힌다. 다리가 후들후들 내 다리가 아니다. 흥건한 땀에 침까지 더해진다. 결국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한다. 다행히 눈만 밝은 대표를 만난 이후 원고 투고에 임하는 자세가 바뀐다. 러닝화를 신고 스트레칭을 한다. 새벽잠을 포기하고, 연습을 거듭하며 다음 대회를 기다린다. 하루 한 번 비타민 대신 고통을 삼키며 치열한 시간을 보낸다. 결전의 날, 당당히 결승선을 통과하는 기쁨을 만끽한다.




"모든 인연은 소중하다."


지난해 3월, 눈만 밝은 대표와의 만남으로 인해 후일 출간 계약이라는 기적이 일어난다. 출판사 대표답게 천재작가 원고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파악해  덕분이다. 출판 마케팅 전문가에게 무료 컨설팅을 받은 셈이다. 귀한 만남을 통해 천재작가 원고에는 세 가지 큰 문제가 있음을 발견한다.


1. 사람들은 돈을 내면서 다른 사람 아픈 이야기, 힘든 이야기를 읽고 싶어 하지 않는다.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

2. 제목을 읽자마자 바로 "이거 내 이야기 아니야?"라는 의구심이 들어야 책을 집어 든다.

3. 책을 집어든 독자는 목차를 보고 책을 구매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눈만 밝은 대표에게 받은 세 가지 숙제를 풀기 위해 홀로 고심하며 원고를 수정한다. 그나저나 아프고 힘든 이야기로 어떻게 타인에게 공감을 얻고 위로를 전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다행히 적절한 예시가 있다. 4초 광고 후에 알려주겠다.


'천. 재. 작. 가."


지난달 발행한 <08. 천재작가, 집필 보조금의 비밀>을 읽어보길 바란다. 집중해서 끝까지 읽고 나면 답이 바로 나온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두가 사랑해 준 글이다. 예상이 되는가? 그렇다. 눈만 밝은 대표에게 받은 조언을 참고해서 만들어진 다. 지나고 나서 보니, 출판사 대표에게 당한 상처가 결국 출간으로 이어진 셈이다.




"눈만 밝은 대표의 말이 사실임을 눈앞에서 목격한다."


미팅 한 달 뒤에 발생한 일이다. 평소에 책을 잘 읽지 않는 직장 동료가 웬일로 책을 한 권 들고 다가다. 의외의 사건에 본능적으로 책 제목부터 확인한다. '허~~어~~!' 눈만 밝은 나00 대표가 간한 책이다. "선생님 어디 아파?, 갑자기 왜 책을 읽고 있어?" 하고 물으니, "제목을 보자마자 이거 내 이야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어서 빌렸어요."라고 답한다. 조미료 일체 없는 실화다. 심지어 직장 동료는 그 책을 끝까지 다 읽었다고 한다. 사건으로 인해 눈만 밝은 대표의 위상이 달라진다. 그의 말이 모두 사실이었음을 깨닫는다.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 현실을 빠르게 인정하고, 지난 만남을 복기한다. 이때부터 밤잠을 포기하고, 원고를 다듬고 또 다듬는다. 천재작가의 무한 퇴고가 시작을 알린다.


"만남 이후, 출판사는 결국 대박을 터트린다."


눈만 밝은 대표는 사람들이 환호할 만한 소재를 찾아내어 끝내 원하는 바를 달성한. 유명 유튜버가 쓴 책으로 중박을 터트리고, 얼마 뒤에는 큰 이슈를 담은 책을 출간해 대박을 낸다. 연달아 2권이나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다. 자타공인 대단한 능력이. 심지어 1권은 종합 베스트셀러 20위 권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 낸다. 호기심 반 기대감 반으로 서둘러 책을 구매해 살펴본. 기획력은 좋았으나 공감대 형성은 쉽지 않다. 끝까지 읽지 못하고 결국 덮는다. 이슈가 만들어 낸 책답게 타깃독자가 명확하다. 천재작가의 취향 아니다. 예상대로 'TOP20' 자리에 오래 머물지는 못 한다. 금세 100위권 밖으로 밀려난다. 나머지 한 권은 꽤나 재미있다. 새벽 글쓰기를 포기하고 이틀 만에 판권 페이지까지 다 읽었다. 여운도 길다. 아쉽게도(?) 눈만 밝은 대표와는 긴 인연으로 이어지지는  했지만 남은  분명히 있다. 천재작가가 성장하는 데 큰 영향끼친 소중한 인물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승에서 만난 귀인이나 다름없다.


"사촌이 땅을 사니 배가 아프다."


아내에게 눈만 밝은 대표의 베스트셀러 출간 소식을 전하며 배가 아프다고 속마음을 내비치니, "그런 안목 있는 대표에게 자기가 인정받은 거야. 좋게 생각해."라고 말하며 달래준다. 역시 지혜의 여신 다운 현명한 답변이다. 슬기로운 아내 덕분에 매번 위로를 받는다. 


"관점을 바꾸니 속상한 일이 다시 기쁜 일이 된다. 역시 세상사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천재작가는 불행한 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보다는 행복회로를 돌리는 방향으로 소중한 오늘을 지키고자 한다. 눈만 밝은 출판사 대표와의 만남으로 인해 확연히 달라진 원고를 얻었다. 자만심이 가득 채우던 자리를 비워내고 겸손함과 간절함으로 새롭게 채우고 나니, 희망이 다시 다가와 손을 내민다. "나 돌아왔어. 우리 같이 열심히 해보자."라고 웃으며 말한다. 기분 좋은 재회다. 받은 조언을 바탕으로 퇴고를 거듭하니 원고가 밝아지고, 리듬감도 살아난다. 목차를 새로 구성하고, 제목을 눈에 확 띄게 바꾸고 나니 원고의 품격까지 진다. 눈치를 살피던 단점들이 "나 이제 여기 있기 싫어. 다른데 갈래." 하고 말하더니 멀리 떠난다. 덕분에 지난 아픔을 이제는 웃으며 회상한다.


"작가만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눈만 밝은 대표에게 은 은혜(?) 출간하는 도서를 구입해서 읽는 것으로 보답하는 중이다. 어느덧 10권이 넘었다. 비록 거절을 당했어도, 원고를 보낸 출판사의 책만나면 반갑게 손을 뻗게 된다. 이 또한 작가만이 경험할 수 있는 색다른 기쁨이다.




"48번의 거절, 출판사 미팅, 반기획 제안"


모든 경험이  재산이다. 2달간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며 작가로서 한 뼘 더 성장했다. 이제는 출간을 떠나 오랜 시간 사랑받는 작가가 될 미래를 꿈꾼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인생은 길고, 모든 인연은 소중하다. 원고를 투고할 계획이 있다면 기억하길 바란다. 오만방자한 무명작가를 좋아하는 출판사는 어디에도 없다. "작가는 갑이다"라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려라.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사람이 겸손해서 손해 볼 건 없다. 천재작가의 아픈 원고 투고 과정을 지켜보며, 한 번 더 투고할 수 있는 용기를 얻길 바란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 내가 경험했고, 이제는 당신 차례다. 


천재작가는 원고를 50번 투고했으니, 나무를 50번 찍은 셈이다. 그런데 왜 안 넘어가지? 하고 고민할 시간도 아깝다. 50번 더 찍기 위해 도끼날을 간다. 날카롭게 벼려진 칼로 출판사의 문을 다시 두드린다. 예상하겠지만 출판계약서에 서명을 남기는 날까지 이야기는 계속된다. 다음 주에 만나자.




# 작가의 말


"문제는 글이 아니라 기획이다."

출판사 대표가 두 시간을 강조한 이야기는 바로 이 한 문장이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작품과 판매, 두 가지 모두 놓칠 수 없다.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읽게 하는 게 중요하다. "작가는 글만 잘 쓰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하지 않기를 바란다. 원고의 주인은 작가다. 글이 대중에게 사랑받기까지 여러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고, 그 중심에는 작가가 있어야 한다. 원고에 대한 소신을 버리라는 게 아니다. 정성스레 작성한 원고가 더 많은 빛을 볼 수 있도록 출판사와 함께 고민하라는 의미다. 지난 만남에서 눈 밝은 대표는 "모든 책은 읽으면 다 재미있어요. 읽게 하는 게 힘들죠."라는 말을 내게 남겼다. 작가로서 판매 대한 걱정하다 보니, 이제는 이 말을 온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작가가 '기획'을 면 '기회'가 열린다."


"글쓰기도 어려운데 기획까지 하라고? 나는 평생 작가는 못 해 먹겠네!"라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지는가? 축하한다. 당신에게는 천재작가가 곧 기회다. <무명작가 에세이 출간기>를 차근차근 읽다 보면, 눈치를 살피던 기획이 먼저 다가 악수를 청하는 때가 온다. 새 친구 덕분에 출판계약서에 서명을 남기는 그날까지 지치지 말고 함께 달려보자.


"눈만 밝은 대표의 혜안은 탁월했으나 내가 가고자 하는 비추어 주지않았다." 


책이 한 권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험난하다. 기쁨과 슬픔이 끊임없이 교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할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부디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출판사 대표에게 혜안이 있다면 작가에게는 신념이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출간'이라는 캄캄한 터널 속에서 '신념'이라는 등불을 의지해 천천히 걸어가 보자. 언젠가 동굴 끝에 서 있는 당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축하는 미리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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