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보자기를 찾아
슈퍼맨처럼 목에 두르고
등받이 없는 의자를 꺼내
햇빛이 잘 비치는 마당에 놓고
면접시험 수험생처럼
두 손을 모으고 앉은 소녀
가장 날이 선 가위와 살 촘촘한 빗을
뒷주머니에 찔러 넣고
전장에 나가는 장군처럼
각오를 단단히 다진
귀밑머리 이미 하얀 소녀의 아비
소녀의 첫 단발
아비의 첫 도전
서걱서걱, 부들부들, 사락사라락
흘러내리는 길이가 짧아지며
목덜미로 전해지는 아비의 떨림
낼모레 입학식을 앞둔
햇살 따스했던 그날
귀밑 1센티 소녀의 단발머리
소녀는 자라고 머리카락도 자라는데
그립고 그립고 그리운 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