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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제이유니버스 Oct 25. 2021

목적을 가진 삶

몇 년 만에 아울렛을 방문하며 느낀 점

총각 시절부터 쇼핑, 그리고 아이쇼핑을 좋아했다. 비록 갖고 싶은 걸 바로 살 수는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도 있고, 저런게 유행이구나 느끼는 것이 아이쇼핑이다. 혼자 백화점이나 아울렛을 가도,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문을 닫지 않은 시간대라면) 이 매장 저 매장 둘러보고, 아까 봤던 거 다시 보고 비교도 해보고 그냥 그런 게 일종의 소소한 놀이였다. 구매로 이어지는 건, 그러나, 그렇게 많지 않았다. 가격대가 백화점은 늘 비쌌고, 아울렛은 내가 원하는 건 사이즈가 없기가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그리고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쇼핑이 더 이상 오프라인이 아닌 손바닥에서 가능한 것이 된 이후로는... 백화점 매장에서, 아울렛 매장에서 옷을 사본 적이 거의 없는 거 같다. 물론 그 곳에 방문하는 빈도도 매우~ 줄어들었다. 포멀한 정장을 4일입고, 하루는 비즈니스 캐쥬얼을 입는 회사원이기 때문에 늘 비슷하다. 


4~5벌의 와이셔츠는 하늘색, 스트라이프 등 비슷하고 몇 년을 입어 목이나 손목에 헤질 때 쯤 다시 주문을 한다. 내 몸에 얼추 맞는 브랜드가 어디인지, 나에게 핏한 목,손목 사이즈가 얼마인지 알기 때문에, 그 브랜드가 행사나 세일을 할 때는 바쁘게 손을 움직일 때이다. 생활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고자 셔츠는 무조건 링클프리 기능이 있는 셔츠를 구입한다. 널 때만 탈탈 잘 털어서 널면 다림질이 거의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장도 마찬가지다. 몸에 맞는 브랜드 두어개가 있고,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울 100% 정장이 세일을 하거나 이벤트를 할 때, 빛이 바래고 바지가 튿어지게 될 즈음 정장을 구매한다. 네이비, 차콜그레이. 교복과 비슷하다. 가격대에 따라 바지가 두 개 가능하면 두 개를 사기도 한다. 몇 년만에 새 정장이 옷장에 들어오면, 남들은 모르지만 나만 느끼는 신상의 느낌이 있다. 


몇 년 전까지 넥타이는 일종의 사치였다. 색깔과 재료에 따라 기분을 올려주기도 하고, 분위기를 더욱 포멀하게 바꿔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넥타이가 필수는 아니기에, 옷장 안에 굳이 더 채워질 필요가 없다. 예전에 즐겨매던 타이 몇 개면 공식적인 자리에도 문제가 없다. 


그렇기에 나의 쇼핑은 계란이 떨어지면 재고를 채우는 것처럼, 낡은 셔츠, 속옷, 양말 등을 대체하는 스마트폰 쇼핑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내가 거의 7년여만에 아울렛을 방문했다. 호기롭게 투자수익 일부를 실현하고, 구매 가능금액대를 정해놓고, 1시간여 달려 도착했다. 그 곳은 내가 알던 아울렛과는 사뭇 달랐다. 도로와 주차장에 꽉 들어선 차들. 난 그냥 맘에 드는 게 있는지 브랜드들 쭉 둘러보고 '이거다!' 싶은 금요일에 적합한 비즈니스 캐쥬얼 셔츠 (반집업 또는 반집업 니트) 가 있으면 구매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방문한 아울렛은 목적이 매우 뚜렷하지 않으면 쉽사리 쇼핑백을 손에 들고 다닐 수 없는 곳이었다. 주로 인터넷 최저가에 익숙해서일까? 가격대는 너무 높게 느껴졌고, 가격대에 비해 확 눈에 들어노는 것도 역시 없었다. 


1시간여의 운전에 대한 보상으로 애초에 아울렛을 방문한 목적을 상기시키며 "목적을 이뤄라"라는 아내의 다그침은... 평소 내가 가졌던 생각과는 조금 달라 다른 울림이었다. 아울레에서 그냥 돌아댕기며 옷을 보는 것도 일종의 주말 하루를 가족들과 보내는 거라는 생각은 안일하게 다가왔다. 나에게,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시간은 유한한데 그걸 잘 못 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오지 않았다면, 다른 무언가를 했다면 더 보람찼을 거라는 약간의 후회감같은 거 말이다. 돈은 안 쓰면 안쓸수록 좋지만, 어차피 아울렛에서 구매를 하지 않으면 스마트폰으로 직구할 것들을 찍어놨기 때문에 (문제는 이 직구할 물건들의 실체를 볼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왕이면 물건을 보고 득템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아내의 발빠른 물건검색과 아이들의 협조 덕에 예산수준에서 쇼핑백 하나를 들고 아울렛을 나오게 되었다. 주차장으로 터덜터덜 걸어오는 길, 한 부부가 짜증섞인 언쟁을 펼치고 있었다. 아내 "아 저 매장.. 한 번 더 봐보자. 아까 그거랑 비교해봐야 해." 남편 "아 이제 그만 결정하라고 쫌~~." 그 가족들과, 우리 가족이 그 아울렛에 간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그냥 시간보내기가 아니라 무언가 뚜렷한 목적 하나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 답일것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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