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취향'을 찾기 위해 주변을 실망시켰지만, 좋다.
'퇴사'라는 낱말을 입에서 꺼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걱정의 말들을 한다. 진짜 걱정일 수도 있고 오지랖일 수도 있고 잔소리일 수도 있고, 부러워서 던지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누가 그 무슨 말을 하고 고민을 해준다고 해도 나 자신만큼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지는 않는다. 퇴사뿐 아니라 무언가를 그만두려고 할 때마다, 단순히 '끈기가 없다'라는 말로 만류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말들에 흔들리지 않으면 좋겠다. 정말 자신의 삶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결정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한창 취업으로 바쁜 대학교 4학년 시절, 마지막 방학 때 '대기업' 인턴에 합격했다. 원래의 언어 전공을 살려서 일할 수 있었고, 감사하게도 좋은 평가를 받아 졸업 전에 정규직으로 합격했다. 후배들의 자랑이었고, 부모님의 자랑이었다. 하지만 정작 입사해서 맡게 된 첫 업무는 코딩과 C 언어였다. 언어 전공을 했으니 컴퓨터와 대화한다 생각하고 배우면 될 거라는 회사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대기업 정규직' 에게 가지는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 낯설지만 정말 열심히 배웠다. 매일 밤샘하며 필사적으로 공부한 결과 신입사원 연수를 무사히 마쳤고 현장업무에 투입되었다.
컴퓨터와 씨름하며 업무를 해내는 회사생활이 약 1년이 되어갈 즈음, 회사 밖의 삶은 엉망이 되었다. 통장에 숫자들은 쌓여갔지만 퇴근하고 나면 술을 찾았고, 매일 밤 눈물로 베개를 적셨다. 겨우 25살 나이에 그런 삶을 계속하고 싶지 않았고, 스스로 퇴사를 결정했다.
퇴사를 결정하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25살 나이에 초봉 약 4000만 원. 높은 연봉 덕분에 넓은 오피스텔에 살고 있었고, 회사 네임밸류 덕분에 얻은 복지도 좋았고, 부모님께도 자랑스러운 딸이었다. '적성에 맞지 않다' , '행복하지 않다'라는 이유는 명성과 돈 앞에 현실성 없이 꿈을 좇는 철없는 소리로 취급받았다. '조금만 더 버텨 보지 그래', '조금만 더 참아 보지 그래', '그래도 대기업인데' , '원래 처음엔 다 힘든 거야' , '정말 다 포기할 수 있어?'라는 말들을 들었다. 하지만 나의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학창 시절에는 학점과 스펙 쌓기에 바빴고, 경제적으로도 여유롭지 않았다. 하지만 퇴사를 하고 나서 얻은 시간은 진정 자유로웠다. 시간도 있었고, 모아놓은 돈도 있었다. 그제야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고민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적는 것을 시작으로 정말 '나'만을 위한 인생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여행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여행사 취업을 위한 학원에 등록했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을 다른 사람들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여행의 역사, 세계 관광지, 비행기 티켓 발권하는 방법, 가이드 차량의 종류 등을 배웠고 조그마한 여행사 취직에 성공했다. 고객들에게 여행사 직원으로서 기내 선물이나 호텔에서의 선물을 할 수 있었다. 현지에서 헤매는 고객들에게 전화로 도움을 주었다. 여행사 SNS를 운영하며 여행지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었다. 맞춤여행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여행코스를 짰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대하며 일할 수 있는 매일은 정말 즐거웠다. 여행사 사정으로 인해 문을 닫게 되어 그 일을 끝낼 수밖에 없었지만, 먹고살기 위한 것과 주변 사람들만 만족하는 직장을 그만둔 나의 선택은 옳았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하는 것은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다.
그 후, 적성, 결혼, 출산 등의 자발적인 이유와 월급 지연, 정리해고 등의 비자발적인 이유로 여러 번 직업을 바꿨다. 새로운 직업을 찾을 때, 무엇보다 가장 중요시한 것은 '스스로의 취향'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꼭 연관되어있어야 했다. 현재는 영어로 회사 SNS를 운영하며 외국인 고객들과 소통하는 '글로벌 커뮤니티 매니저'이다. 콘텐츠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을 대하는 것을 좋아하는 취향 덕분에 4년째가 되었지만, 아직도 매일 더 잘하고 싶고 욕심이 난다. 약 9년 전 퇴사를 실천하며 많은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쳐야 했고, 반대를 무릅써야 했고, 그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도 나는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자신의 삶은 절대 다른 사람이 대신 살아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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