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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Jun 06. 2022

서른이 되고 빨간 망토 차차를 이해했다

 가장 기쁜 선물은 뭘까.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에 값이 없다면 모든 선물이 귀하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이 가장 기쁘지 않을까. 그게 선물의 내용물이든 선물을  사람이든 예상하지 못한 전개가 펼쳐지면, 놀라움과 고마움이 한대 섞여 자랑하지 않고는  배긴다. 내가 받았던 선물  가장 기분 좋았던  전역   생일날, 군대 후임에게 받았던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후임에게 받았다고 하면 의미가  이유가 있다. 그 작은 호의 하나로  군대 생활을 증명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만 잘난  아니다.  후임도 선물한 마카롱만큼 언행이 아기자기하고 마음씨가 달달했다.


 작년이었다. 전역한 지도 한참이 지난 후임이 연락이 와선 영양사님과 같이 점심을 하자고 했다. 먼저 연락을 한 적은 없으나 간간이 SNS로 서로의 생사만 확인했는데 용기 내 먼저 연락해준 후임이 고마웠다. 별로 해준 것도 없는데 아직까지 잊지 않고 불러준다는 게 뿌듯했다. 선뜻 알겠다고, 영양사님과 연락해 장소를 정하고 알려주면 거기로 가겠다고 대답했다. 선머슴처럼 생겼지만 섬세하기 그지없는 후임은 영양사님께서 지나가는 말로 맛있다고 했던 막국수집을 기억하곤 거기서 보자고 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이라 조금 서둘렀다. 수안역에서 내려 음식점을 다시 검색해 보니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로 날 안내했다. 조금 어색한 거리와 동네 재례시장의 인파를 뚫고 길을 찾아 나섰다. 초행길은 객관적인 측량 값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분명 가까운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느낌상 식당이 좀체 나오지 않는 거 같았다. 다행히 길눈이 밝아 식당에 도착해 후임에게 연락했더니 되려 나에게 자기는 내가 안 보이는데 어디냐고 물었다. 얘기를 하다 보니 내가 식당을 잘못 찾았다는 걸 알게 됐다.


 약속 장소가 도착 장소와 다소 떨어진 곳이라는  알고 수안역으로 다시 걸어가는데, 분명 꽤나 길게 느껴졌던 길이 짧기만 하다.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다는 미안함 마음과 반가운 얼굴을 보게  기쁜 마음 때문이었을까. 지도만 보면서 걸었는데 길이 금세 익숙하게 느껴졌고 모든  낯설지 않았다.

 '그래, 농협에서 좌회전하면 되고 저 앞에 슈퍼에서 우회전하면 돼.'

 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발걸음도 가벼웠고 보폭도 성큼성큼 넓었다. 마음의 차이, 그건 똑같은 길을 걷는데도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켰다.


 SNS 속에서 회의적인 사람을  때면 감정적이고 비정형적인 가치들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친절한 사람을 호구라고 부르고, 양보와 배려가 평가절하 되는  안타까웠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느낀 대로 산다는데, 이기적이지 않으면 공격당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의 세상은 얼마나 지옥 같을까. 불쌍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믿기로 했다. 다소 확신에  발걸음만으로 가야 하는 길이 짧게까지 느껴진다면 희망, 소망, 사랑, 정의가  일도 기다려  만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더 밝아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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