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이거나 습작이거나
바다가 있었고, 바람이 불었다.
하루키의 첫 장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따라 쓰던 어느 날,
하루키의 문장 속에 내 호흡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의 문장을 옮겨 적는 일이 어느새 나를 마주하는 일이 되었고,
그렇게 쓰다 보니, 내 안 깊숙이 잠들어 있었던 것들이 깨어났다.
이 소설은 하루키의 형식과 분위기를 빌려 쓴, 어쩌면 ‘필사이자 습작’의 기록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나는 처음으로 나만의 리듬을 느꼈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끓어올랐고,
완성 후에야 깨달았다.
나는 이제야 비로소, 진정한 하루키의 독자가 되었다는 것을.
“테제가 없는 것이 테제.”
하루키의 이 말처럼, 명확한 이유 없이 쓰고 싶었던 욕망이 나를 이끌었다.
그리고 그 욕망은 결국 한 편의 글로,
한 사람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써야만 한다고 느껴서 쓴 하루키.
그리고 그런 하루키의 발자취를 따라 쓰기 시작한 나, 작가 박이운
문장이 모여 하나의 소설로 자립하는 그 순간을 꿈꾸려 한다.
저의 시작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이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