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의 디테일
글을 쓰는 사람의 이미지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고요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지만, 사실 저는 걸어가고 있습니다. 먼 길을 우회하고, 때로 길을 잃고, 시작점으로 돌아오고, 다시 걸어 나아갑니다.
올해는 제가 첫 소설을 발표한 지 꼭 삼십 년이 된 해입니다. 삼십 년 동안 제가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이 때로 신비하게 느껴집니다.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더 먼 길을 우회해 계속 걸어가 보려고 합니다.
소설가 한강
어떨 땐 마치 내 앞에 이미 꿈이 와있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지다가 또 어떨 땐 길을 잃은 사람처럼 앞이 캄캄해 두렵고 겁이 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모두가 직선형의 길을 전력 질주해 가고 있는데, 나 혼자 구불구불한 길을 기어서 가고 있는 느낌. 하지만 그렇게 우회하고 길을 잃었던 누군가도 멈추지 않고 걸어가다 보니 결국엔 다다랐다는 기적 같은 이야기. 그러니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계속 걸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