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각자의 비밀
“그래도 너희들은 나처럼 온몸에서 빛이 나지는 않잖아.”
빛나가 말을 하자 잠시 침묵이 이어졌어요.
그러다 잠시 후 연두색 모자를 쓴 로젤프가 잠깐 앞눈썹을 치켜뜨고 입을 꾹 다물고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두 손으로 모자를 벗었어요.
“빛나야, 사실은... 나는 말이야...”
모자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분홍색 장미꽃머리와 길게 뻗은 요정귀였어요. 로젤프 주위는 장미향이 났고 분홍빛으로 반짝이고 있었어요.
주미는 너무 놀라 안고 있던 고양이를 놓쳤고, 서수는 한 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나는...”
이어서 금발의 스와니가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벗어 들었고, 가방이 있던 자리에서 하얗고 커다란 날개가 펼쳐졌어요. 날개가 펼쳐지며 상쾌한 바람을 일으켰고, 빛이 반사되는 곳은 은색으로 반짝였어요.
뒤에서 바라보다 놀란 카테이는 양손을 벌리며 어깨를 으쓱했고, 방금 자신의 비밀을 밝힌 로젤프는 모자를 꼭 끌어안았어요.
뒤이어 나머지 친구들도 차례로 말을 했어요.
“나는 말발굽이야.”
“나는 고양이눈.”
승마복을 입은 서수는 무릎까지 오는 긴 부츠를 벗어 양손에 나눠 들며,
연갈색 빛을 뿜어내는 자신의 하얀 말굽발을 드러냈고,
늘 고글을 쓰고 있어 머리 위로 꽁지머리를 묶은 카테이가 고글을 벗자,
고양이 밍밍의 눈과 똑같이 생겼지 뭐예요.
파랗고 예쁜 눈은 카테이 주위를 보랏빛으로 물들였어요.
마지막으로 주미가 커다란 치마를 한쪽으로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어요.
“나는 여우꼬리가 있어.”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서수는 들고 있던 부츠를 떨어뜨렸고, 스와니는 깜짝 놀라 날개를 움츠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