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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색 Mar 15. 2024

[오라이쌤] 다시 취업

매번 면접에서 아쉽게 떨어진다면 확인해야 할 것

몇 년 만에 다시 취업하기 위해 채용사이트에 이력서와 자소서를 등록하고 정식으로 입사지원을 하며 면접을 보러 다니고 있다. 10년 차 직업상담사로서 쌓아 온 경력과 자격조건 덕분에 서류 전형은 매번 무사 통과해도 면접에서 번번이 탈락하고 있다. 역시 지난 몇 년간 쉬었던 경력 단절 기간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을까?

면접 상황, 무료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에서 머물러야 했던 상황을 핑계 삼아, 최근까지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고 쉬면서 조용히 보냈다. 한 마디로 팔자 좋은 은둔 고수이자 백수 생활이었다. 외출할 때면 주로 동네 도서관이나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책을 읽거나 개인 블로그에 글을 쓰고 영상편집을 하는 등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유유자적 쉼을 가졌다. 그렇게 집순이가 되어 집에만 머무르는 은둔의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처음엔 회피였고 회복을 위한 멈춤이었다. 당시 과중한 업무에 누적된 피로, 성과 중심의 스트레스 환경, 사람들과의 관계 갈등에서 오는 피로감에 찌들어 메말라가고 있었다. 팀장이라는 직책에 따른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해야 했다. 월화수목금금금 야근을 불사했고 적극적으로 사람들의 협조와 도움을 청해 다행히 좋은 성과를 냈으나 결국 계약 관계로 내침당해야 했던 냉정한 조직 생리에 대한 실망이 번째 좌절이었다. 그즈음 친하다 생각했던 대학 친구의 예상치 못한 냉대에 마음을 다친 이후 인간관계에 시니컬해진 상태였고 도피처이자 대안이라 생각했던 결혼이 깨진 것이 치명타였다. 지금 돌이켜봐도 가족들의 성화와 기대에 따른 성급한 결정이었기에 파혼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과정에서 겪은 좌절감과 실망, 낭패감과 후유증은 꽤 오래 나를 괴롭혔다. 인간관계 동시에 실패했다는 생각에 없이 나락으로 떨어진 기분이었다. 정말 열심히 달려왔고 승승장구하고 있다가 주위를 살피지 못하고 넘어졌는데 하필이면 커다란 구덩이에 굴러 떨어졌고 예상치 못하게 깊었던 것이다. 까마득하고 막막한 좌절감에 일어날 기력조차 빼앗겨 그저 다치고 지친 심신을 추스리기에도 벅찼다.


그렇게 패잔병처럼 넝마가 되어 결국 찾아간 곳은 엄마 그늘 아래였다. 팬데믹 상황을 핑계 삼아 잠시 쉬고자 했던 것이 몇 년의 은둔 생활로 이어졌지만 내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이리저리 차이고 치여 너덜거리는 상처투성이가 되어 실의에 빠진 나를 돌아보고 치유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로 용돈 벌이 정도만 하며 조용히 집에 머무르다 보니, 한적한 지방 생활이 지루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도시에서의 삶과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가끔 번잡하고 활기 넘치는 대도시가 그립기도 했으나 집 앞 작은 공원에 나가 새소리를 들으며 산책하는 평화로운 일상을 통해 작지만 확실한 기쁨을 느낄 수 있어 충분히 자족하고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숨통이 틔이는 쉼이었다.


욕심을 내려놓고 한가로운 전원생활에 순응해 이대로 계속 살아갈 생각까지 했었다. 아니 사실은 다시 또 바쁘고 치열하게 살면서 피 튀기는 경쟁과 혼돈 속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출퇴근 버스와 지하철에 끼여 아등바등 숨 가쁘게 자신을 다그치며 살고 싶지 않았다. 잘할 자신도 없거니와 과로와 스트레스에 찌든 도시의 삶으로 회귀하는 것에 지레 겁부터 먹었다. 그래서 차일피일 결정을 지연시켰다. 다시 사회에 나가 일자리를 구하고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함을 잘 알면서도 그저 나중으로 미뤘을 뿐이다.


그러다 지난가을, 갑자기 엄마가 교통사고로 수술을 받고 입원하셨고 장기 치료를 받아야 했다. 숨 돌릴 새가 없이 몇 개월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던 엄마를 간병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후유 장애가 남은 엄마를 이젠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재취업을 위한 구직활동에 나섰다. 중간에 가끔 프리랜서 일을 하긴 했지만 정식으로 입사 지원을 하고 면접을 보러 다니는 게 몇 년만이다 보니 모든 과정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고단하고 어렵게 느껴졌다. 가장 큰 문제는 경력 단절 기간으로 낮아진 자존감과 면접에 대한 부담감으로 지나치게 긴장하고 당황한다는 것이다.


경력과 채용 조건에 적합한 일자리를 찾아 지원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대체로 서류에 합격하는 것까진 아무 문제없으나 막상 면접만 보면 어색하고 당황스러워 엉뚱한 답변을 하기 일쑤다. 심지어 질문의 의도를 충분히 생각하고 답변해야 함을 잘 알면서 당황한 나머지 즉흥으로 둘러 댄 답변이 스스로 생각해도 미흡하고 아쉽기만 하다. 최종 입사 여부를 결정하는 면접 상황이 말과 태도를 평가받는 자리이기에 어려운 게 당연하다. 채용 담당자에게 내가 해당 직무에 적임자임을 증명하고 설득해야 하는데 나 스스로가 확신을 갖지 못하고 헤매고 있으니 잘 될 턱이 있나.


서류를 통과했다는 것은 기본적인 자격 조건이 충분하다는 의미이다. 면접 단계에서 실제 직무 역량을 평가하는 면접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인성 면접이다. 즉 서류에 작성한 객관적인 자격 조건의 검증도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건 실제 만나서 외모와 분위기, 언행과 태도를 면밀히 살펴 가치관이나 직업관, 성격, 사고방식이나 일처리 성향 등 함께 일할 동료로서 적합한지를 통합적으로 살피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면접 시 주어진 30여분, 길어야 1시간 내외의 시간 동안 인사담당자를 설득하고 마침내 취업 성공에 이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상 질문을 미리 생각해서 준비된 답변을 설득력 있게 뽐내는 것?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데 적합한 인재임을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경력 사항을 가늠할 수 있도록 성과 중심으로 어필하는 것?

신뢰감 가는 목소리와 눈빛, 열정적인 태도로 입사 의지와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

직무 관련 자격 요건 중에 내가 가진 강점과 필살기를 결부시켜 핵심 인재가 될 자질을 강조하며 관심을 끄는 것?


그밖에 많은 전략이 있을 수 있으나 정답은 없다. 수많은 기업이나 단체가 채용을 할 때 기준이 되는 인재상, 조직문화, 채용방식과 평가 방식 등 각각이 다양하고 고유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결론은 하나다. 현장에서 마주 한 채용 담당자에게 자신감 있는 태도로 신뢰와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것.


진심으로 자신이 적임자임을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직무와 채용 조건, 회사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정확한 분석과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더불어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알고 있어야 담당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능력과 자질, 태도를 연결시켜 맞춤 인재임을 증명하고 설득할 수 있다. 걸림돌이나 불안 요소까지 사전에 준비된 답변으로 해소하고 제 역할에 대한 책임을 성실히 잘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어쩌면 인사 담당자 입장에서, 지원자의 근거 있는 자신감-철저한 자기 분석과 이해로 명확해진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드러나는 태도가 마지막 퍼즐이자 확신을 얻을 수 있는 열쇠가 아닐까.


필요한 경력과 자격 조건 모두 충분히 갖췄음에도 최종 관문인 면접에서 자꾸 고배를 마신다면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자신에게 먼저 진솔한 질문부터 던져야 한다.


진심으로 지원한 직무를 하고 싶은지, 지원 회사에 입사 의지는 확실한지, 입사 후 어떻게 경력 개발을 하고 성장하고 싶은지, 스스로도 확신을 갖고 잘 해내고 싶은 의지와 열의가 충분한지 나에게 질문해야 한다. 스스로 확인하고 확신이 들 때까지 자신을 설득해야 한다. 마지막 의심까지 털어내고 입사의지가 단단해지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지원 직무와 회사에 대해 더 철저히 정보를 탐색하고 다양한 접근법을 찾아 자신만의 논리와 태도로 중무장할 것이다. 회사와 채용담당자를 설득하기 위해 모든 준비 과정에서 열과 성을 다 할 것이다.


마침내 서류를 통과하고 면접장에 들어섰을 때를 상상해 보라! 인사담당자와 지척에서 마주 보며 서로의 눈빛과 음성, 표정까지 낱낱이 보이는 최종 면접의 순간, 나부터 자신을 믿지 못하고 불확실한 태도를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들키는 건 시간문제다. 그러니 무의미한 면접과 탈락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제일 먼저 마인드셋부터 점검하자.


인사담당자가 나에게 확신을 갖고 손을 내밀게 만드는 결정적인 한 방은, 이미 가지고 있으나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상대를 안심시킬 수 있을 만큼 확실한 단 1%의 자신감일 수도 있다.


기억하라. 눈앞에 앉아 있는 면접관은 입사하게 된다면 함께 일할 동료이자 상사이다. 같은 편, 한 팀이 되기 직전 첫 만남일 수도 있다. 그러니 주눅 들거나 겁먹지 말자. 입사 후 열심히 일 해낼 미래의 자신을 믿고 당차게 자신을 보여주어 상대방이 가진 단 1%의 불안마저 날려버리길 바란다.


최종 합격 기원, 무료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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