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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은 Dec 12. 2020

피노키오

차라리 들켜버릴 수만 있다면.

삐에로가 좋아?, 피노키오가 좋아?


삐에로가 좋은지

피노키오가 좋은지 묻는 다면,

나는 피노키오!

'난 차라리 웃고 있는 삐에로가 좋아'

삐에로가 좋다 노래를 부르지만

나는 피노키오.


웃음으로 감추는 건 지겨워.

차라리 들켜 버리고 말래.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처럼

내 검은 속을 속절없이 들켜 버리는 게

난 차라리 좋아.


체중계에 올라가면 길어지는

코 무게도 측정됐으면 좋겠어.

나는 숨기고 숨기다, 숨을 참아 버리니까.

그 숨까지 측정해서 잃어가는

외면의 무게에 힘을 보태주면 좋겠어.

거짓말이라도 뱉고 뱉고 또 뱉어서

무게 중심을 잃을 때,

늦었다 생각하고 톱을 꺼내

코를 잘라버리더라도

발 밑에서 나뒹구는

거짓의 말을 보며 깨우치기라도 하겠지.

그리고 비워내며 안도하는 거야.


검은 속을 게워내고 난 뒤에

시선에 걸리는 코가 없다는 것에

안도를 하고 숨길 필요가 없었다고,

어떤 숨을 뱉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될 거야.

코 끝을 매만지며 그제야 울음을 터트리겠지.

울어 본 적이 없는 나무인형이 서툴게 울어.

그게 다야.

피노키오가 된다면 나는 서툴게 울어 볼래.


'난 차라리 피노키오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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