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에게 바치는 시]
별, 하고 입을 모아 불러보면
도처에 방황하는 저녁이 깨어나
두 걸음 앞에서 파도치고
발걸음 멈출 새 없었다.
모진 흙을 밟고 소복한 추위에 오르니
붉힌 것은 시절이라, 아 - 우리.
아니, 우리. 뛰어 바람의 노래 앞에 섰다.
답답한 것은 숨뿐인가 보다.
자유로운 것을 모아 시를 쓴다.
너는 그곳, 그 자리에 있어라.
챙겨두었던 지도를 펼쳐 별자리를 그릴 테니.
가방 안에서 별자리 부딪치는 소리가 심장을 울린다.
그러면 나침반도 없이 기억을 따라 걸었다.
해가 지기 전에 서하를 다 걸을 듯하다.
빗물이 고여 든 밤을 헤엄치던 유월, 지금은 그곳에 있다.
달빛도 탐낼 순수로 때아닌 눈송이가 뛰노는 곳에.
젖은 길 위에서 동심을 바탕으로 동화를 그리던 너를
시절이라 엮어본다.
아- 우리, 아니 우리.
떠나는 것은 말라버린 잉크의 숫자 그리고 유년.
쌓이는 것은 세월, 빛바랜 회상의 반복, 깊은 발자국이다.
아껴보지 않은 나의 애정에 산물.
손을 모아 바라본다.
사정없이 찬란할 너의 일기.
정적에 잠길 새 없는 너의 사랑.
머뭇거림 없는 우리를, 욕심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