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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흘살기 전문가 May 13. 2024

6. 가든스베이에서 꼭 챙겨야 할 것

Singapore_요정나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 사진들에서 공통점을 발견한다면?


하나같이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사진이다. 처음엔 조명도 들어오지 않던 트리에서 신나는 음악과 함께 쇼가 시작됨을 알린다. 모두가 서거나 앉아서 위를 계속 올려다보게 된다. 노래의 음역에 따라 트리의 불빛핑크 파랑 보라 노랑으로 계속 바뀌는데 짜릿하게 아름답다. 도심 한 복판에 이런 마법사들이 살 법한 장소를 연출해 놓다니. 영화 아바타의 배경도 싱가포르의 가든스 바이더 베이 이곳이 바로 모티브가 되었다.


아름다움을 올려다보고 있자니 슬슬 뒷목이 아프다.


아이 둘을 데리고 하루 만보 이상을 걸으며 활기차게 하루를 보내고 숙소에 들어갈 땐 비렁뱅이 짚신 끌듯이 기어서 들어가는 자칭 여행전문가는 준비성이 철저하다. 뭉친 뒷목을 잡고 애 둘 손을 끌며 늘 챙겨 다니는 돗자리를 그나마 한적한 한 구석에 펴고 몸을 뉘었다.




서서 볼 때와 앉아서 볼 때와는 확연히 다른, 편안함과 함께 시야가 180도로 넓어져 한 편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저 멀리 호텔과 하늘의 별까지 찬찬히 감상하며 음악과 빛의 향연이 내 몸에 들어와 일체가 되는 느낌.

황홀하다. 한 시간에 한 번씩 공연을 해주는데 너무 좋아서 한번 더 누워서 보고 들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이 있다면 부모로서 자식에게 이 황홀함을 같이 나누며 즐겼던 순간이었던 듯하다. 종일 싱가포르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느라 아프고 지친 다리를 이끌고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가면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 너무 많이 걸어서 다리가 너무너무 아파"


"그래도 동화 속 성에 들어와서 공주가 된 느낌이 들었어. 이 음악도 조명도 잊지 못할 것 같아. 빨리 숙소로 돌아가 일기 쓰고 싶어"


이 환희의 감정을 잊기 전에 고스란히 일기로 저장해 두고 싶다는 첫째와 졸리면 옆에서 기차가 지나가도 자야 하는 둘째를 달래 택시 타는 곳까지 겨우 걸어가서 택시를 탔다. 그나저나 많이 걸었다. 핸드폰의 액정화면에는 3만 보가 넘게 찍혀 있었다.


싱가포르에 가면 하루 만보 이상은 걷게 될 거라고 여행책자에서 소개하던데 초등 애 둘을 데리고 3만보를 넘게 걷다니. 내 다리도 점점 감각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숙소로 돌아와서 애 둘 샤워시키고 머리 말려주고 혹시 몰라 준비해 온 발바닥 파스를 발라 종아리를 마사지해 주고 옷가지도 둘둘 말아 다리밑에 하나씩 올려주었다. 가든스베이 공원이 생각보다 넓어서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걷게 되었던 하루였다.


애 둘을 재우고 뒷정리를 하느라 숙소에서 한 걸음 디딜 때마다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전에 갔던 싱가포르 동물원은 다음날로 미뤘을 텐데.

그래도 잠들기 전 하루를 더듬어보니 음악과 불빛의 향연이 다시 머릿속에서 춤을 춘다. 퉁퉁 부운 다리도 내일 아침이면 가벼워질 거고 그 밤의 황홀함은 평생 기억에 남겠지. 다리는 아파도 목은 건졌다. 다시 한번 가든스 바이 더 베이를 갈 때는 돗. 자. 리에 밑줄 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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