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놀이다. 노는 게 예술이니 잘 놀면 예술이다. 신명 나게 노는 이들을 보면 예술이라는 말이 입에서 저절로 나온다. 누구나 놀 수는 있지만 ‘잘’ 놀아야 예술이다. 잘 놀면 예술이 되지만 잘 논다고 예술가는 아니다. 예술가는 재능도 있고 기능도 가지고 있지만 그 무엇보다 예술에 ‘자신’을 담을 줄 아는 사람이다.
즐겁게 놀고 싶은 것이지 즐거워야 놀이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놀이는 인간의 여러 활동 중 하나이다. 예술도 활동이다. 재능과 기능을 바탕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활동이 예술이다. 인간은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의 활동이 예술이 되어 삶이 예술이 되기도 한다. 누구나 예술을 하지만 다 같은 예술도 아니다.
예술작품에는 예술가 자신이 담겨있다. 나는 예술가가 작품을 통해 표현한 작품에서 예술가의 ‘생각’을 엿본다. 사람과 세상에 대한 그 예술가의 생각을 감상한다. 그 생각이 어떻게 표현되든 표현 방식이 어떻든 예술작품은 예술가의 ‘생각’의 표현이다.
바르다와 JR처럼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얼굴을 사진에 담는다. 사진에는 사람들의 얼굴과 함께 자신의 ‘생각’이 담긴다. 그 생각은 자신이 바라는 사람과 세상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의 그 생각을 담았다는 것이 중요할 것이고 이미 갖고 있을 그 생각을 잘 담았느냐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예술이 아니 되어도 잘 노는 활동은 삶에서 중요해 보인다. 마을에서 일터에서 잘 노는 게 잘 사는 길이기도 하다. 무엇을 하며 놀든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살면서 내 생각대로 놀 수 있다면 예술가라 불릴 것이다. 그 자체로 즐거웠던 바르다와 함께한 시간들.
-하영진, '바르다와 함께한 시간들', <고요히 한 걸음> 73-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