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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비바티 Jul 08. 2024

용감하게 지방으로 이사올 수 있었던 이유와 현실

후회하냐고 물어보신다면..?


충주에서 지금 살고 있는 곳은 편의시설도 충분하고 좋은데, 사실 우리 동네를 약간만 벗어나면 바로 빈 땅들과 밭, 지어진지 족히 사십년은 된 것 같은 오래된 집들이 대부분인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지방은 사실 이런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사람들이 몰려 사는 곳에는 아파트와 인프라가 하나 둘 씩 갖춰지지만 고개를 돌리면 잡초가 무성한 빈 터와, 그 틈에 뭔가를 심어 개인 밭 처럼 사용되는 땅들이 널린 곳.


나와 우리 남편은 사실 그런 시골의 풍경을 참으로 좋아하는데, 그 방치된 땅들은 기회로 보이고 (돈만 있으면 사고 싶은데 아직 멀었다) 그 너머로 펼쳐진 초록빛 자연은 참으로 평화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풍경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뭐 해서 먹고 살까' 하는 의문을 종종 품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충주로 이사오기 전부터 남편과 나는 서울에 있는 회사에서 일을 해왔다. 


그렇기에 출퇴근을 고속버스나 자차로밖에 할 수 없는 먼 지역으로 이사를 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 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했을 때, '거리'만 포기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았기에 실행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결정에 힘을 실어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당시의 근무 환경.

남편과 내가 다니는 회사는 코로나 이후에도 어느정도 재택근무를 이어오던 곳이었고, 남편의 경우에는 일주일에 하루 사무실 출근, 우리 회사는 이틀 출근을 정책으로 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두번 출퇴근은 할만 해 보였고, 게다가 두 회사가 가까이 있어서 출근 요일을 맞출 수 있으면 함께 출근이나 퇴근도 할 수 있었다.

나름 글로벌하고 젊은 분위기의 회사들이라, 7시에도 출근할 수 있는 유연 근무제(일정한 시간대에서 자유롭게 출근 시간 선택하는 제도)도 실행하고 있어 막히는 시간을 피해 출퇴근할 수 있는 것도 결정에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울을 떠나 충청북도로 내려왔고, 서울에서 살 때는 상상도 못했던 여유로운 환경에서 살게 되었다.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 (놀랍게도 새벽 6시에도 고속도로에는 차가 많았다) 집에서 새벽 네시 반~다섯시 쯤 출발하는게 적응이 필요했지만 일주일에 한 번 뿐이라 나쁘진 않았고, 산이 보이는 집 풍경을 즐기다 하루 이틀은 서울의 편리함을 즐기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


익숙한 도로 위 풍경. (근데 잘보면 봉고차가 작은 차를 싣고 가는 안 익숙한 모습도 있음)


남편은 새벽에 출발해서 퇴근 후 다시 충주로 귀가했고, 그 다음 날도 출근해야 하는 나는 서울 근교의 부모님 댁에 신세를 졌다. 걷는 시간 포함하면 거의 한시간은 걸리는 출퇴근 길이지만 그래도 충주보다는 시간과 비용이 적게 걸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시 재택근무를 없애고 사무실로 직원들을 복귀시키는 회사들이 점점 많아지며, 우리 회사도 정책이 바뀌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불안한 예감은 결국 적중해서, 충주로 이사오고 반년쯤 후에 우리 회사도 다시 주 1회 재택, 4일 사무실 출근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평일 4일은 서울/부모님 댁에서 지내고, 주말을 낀 3일은 충주집에서 지내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 생활의 가장 힘들었던 점들은 아무래도 지옥철 출퇴근과 (내가 왜 서울을 떠났는데..) 내 집에 잘 있을 수 없는 것, 그리고 주말에야 남편을 볼 수 있는 것. 

매주 집을 며칠씩 비우므로 장을 봐도 신선한 재료를 사둘 수가 없기 때문에 결국 요리도 하지 않고 계속 배달 음식을 시켜먹게 되었고 (남편은 혼자 있을 때는 요리 안하는 스타일) 평일이 고되기에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안좋은 생활 패턴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멀리 이사온 것에 대해서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우리 예산으로 서울에서는 꿈도 못꾸는 깨끗하고 넓은 집에서 살 수 있고, 거실에 앉아 언제든 산 풍경을 즐길 수 있으며, 사람들은 여유롭고, 주말에 어딜 가려고 해도 교통 체증에 시달릴 필요가 없는 삶. 

덕분에 한국에서도 내가 원하는 모습의 삶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집을 옮겨 다시 서울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서든 살 수 있게 해주는 직장/직업으로 바꾸는 것이 새로운 목표가 되었고, 시간이 날 때마다 (그리고 회사가 나를 힘들게 할 때마다) 천천히 고민과 계획을 시작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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