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4번이나 퇴사를 했고 현재는 15번째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신기한 것은 지금 근무 중인 S사가 저의 22년 직장 생활 중 가장 오래 다니고 있는 회사가 되어 버렸는데요. 놀라지 마세요. 무려 8년씩이나 다니고 있는 중입니다.
한 회사를 고작 8년 다닌 것이 뭐가 그리 놀랄 일이냐고요? 왜냐하면 제가 14번 퇴사 한 회사 중에는 하루 만에 그만둔 회사도 있고 한 달 다닌 회사 10개월 다닌 회사 이렇게 입사 후 1년 이내에 사표를 던지고 퇴사한 회사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22년 동안 근무했던 회사 규모도 중소기업부터 외국계 기업 대기업 등 다양한데요. 이렇게 14번이나 퇴사를 하면서 깨우친 직장생활 꿀팁 7가지를 지금부터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이 꿀팁 7가지가 모든 조직에 적용되는 만병 통치약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근무하고 있는 회사 상황에 맞게 참조해 주시길 당부드릴게요.
아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빼먹을 뻔했네요. 이 글이 22년 동안 직장 생활하며 터득한 저의 경험만 담아낸다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 수 있어서 현재 외국계 회사 상무로 재직 중인 제 아내의 조언을 참조하여 작성한 글이란 것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그래도 임원의 시각에서 한 번 검토를 받은 것이니 좀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꿀팁이라고 판단해도 될 것 같아요.
자, 서론이 좀 길었는데요. 회사에서 일을 월등하게 잘하는 직원은 못되더라도 그래도 일을 못하지는 않는다는 평가도 받고, 스트레스도 최대한 덜 받으면서 오래 다닐 수 있는 직장생활 꿀팁 7가지를 지금부터 대방출하겠습니다.
첫 번째, 상사에게 보고 할 때 떨지 않고 보고하는 방법입니다.
이게 쉽지가 않죠. 특히 결과가 안 좋은 내용을 보고 할 때나 내 잘못으로 이슈가 터진 것을 보고할 때 더 긴장되는데요. 저도 어제 팀장님에게 보고하는데 잘 모르는 내용을 급하게 보고하다 보니 말이 빨라지고 횡설수설해 버렸어요. 다행히 팀장님이 눈치채질 못할 정도로 순탄하게 넘어가긴 했습니다. 그런데 보통 상사 앞에만 서면 긴장해서 말이 꼬이고 버벅거리는 직장인들을 많이 목격했는데요. 보고도 자신감 있게 말할 때 더 설득력이 있으니 결론부터 두괄식으로 자신감 있는 말투로 보고하는 습관이 중요해요.
저도 상사에게 보고하거나 강의를 할 때 긴장이 되면 2가지 방법을 주로 사용해서 긴장을 푸는데요. 간단하지만 생각보다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우선 저는 얼굴 광대뼈 양쪽 밑을 두 검지를 사용해서 10회 정도 문질러 줍니다. 그러면 입 근육이 풀어져서 긴장이 덜 되고 말이 꼬이지 않더라고요. 그다음에 엄지와 검지 사이 손등 부위를 강하게 3번 정도 압력을 가해 주면 긴장감이 많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또 다른 방법은 자세예요. 보고할 때 등이 구부정하고 어깨가 처지고 시선이 약간 밑을 보면서 보고하면 자신 없어 보이고 실제로 목소리도 기어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보고 하러 들어가기 전에 어깨를 최대한 쫙 펴고 고개를 들고 들어 가 보세요.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 장수가 병사들에게 두려움을 없애 주기 위해 양손을 하늘로 향하게 만세를 외치거나 함성을 지르게 하는 행동을 유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자신감 있는 태도만 몇 번 연습하고 보고하러 들어가도 자신감이 올라가게 된다는 점 꼭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두 번째, 상사에게 보고하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아내의 경우는 출근하고 오전 10시까지는 집중해서 의사결정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방해받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오전 8시 출근이라면 오전 11시 정도가 적절하다고 조언해 주네요. 오후에 보고하면 왜 이제야 보고해?라고 늦장 보고처럼 오해받을 수 있으니 오전 11시에서 점심시간 전까지가 보고하기 적절한 타이밍인 것 같네요. 이 시간대는 내가 모시는 상사마다 다를 테니 언제 가장 상사가 보고 받을 때 기분이 괜찮은지 체크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보고하는 타이밍과 관련해서 더 좋은 꿀팁이 있는데요. 바로 ‘미리 운을 띄워 놓는 전략’입니다. 특히 보고 내용이 좋지 않은 경우는 미리 운 띄우는 전략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주로 상사와 점심 먹으면서, 회식 자리에서, 만약 상사가 담배를 피우면 담배 피우는 곳까지 따라가면서 슬쩍 미리 보고할 내용의 운을 띄워 놓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렇게 운을 미리 띄우는 거죠. “요즘 시장 상황이 안 좋아서 이번 달은 매출이 많이 빠질 것 같은데 대책을 준비하겠습니다”, 또는 “지시하신 업무가 유관부서 반대가 좀 심해서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내일 다시 회의하기로 했는데 회의한 후에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또는 “이번에 샘플 공급 지연으로 고객이 화가 많이 났는데요. 조만간 경영진에게 에스컬레이션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고객 설득해 본 후 보고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접근하는 거죠. 상사도 사람인지라 처음 듣는 부정적인 내용의 보고엔 화를 낼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한 번 들어 본 내용을 상세하게 다시 보고 받을 때는 미리 예상을 한 상태라 마음을 좀 열고 경청하는 경우가 정말 많이 있었어요.
세 번째, 오늘 ‘할 일 목록’을 우선순위에 따라서 작성해 보세요.
특히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은 월요일은 이 할 일 목록을 출근하자마자 작성을 해 놓아야 중요하고 급한 일부터 처리해 나갈 수 있어요. 저는 A4용지 반 정도 크기의 스프링 노트를 선호하는데요. 노트에 할 일 목록을 작성한 다음에 순서대로 일을 처리하고 밑줄을 그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아지더라고요. 그리고 주간 계획이나 월간계획은 구글 캘린더에 입력해 놓고 매일 아침 할 일 목록을 업데이트할 때 구글 캘린더를 참조해서 작성해요.
반면에 우선순위도 없고 계획도 없이 남이 부탁하는 급한 일부터 처리하면 정작 내 일은 처리 못하고 남의 일만 도와주다가 하루가 다 갑니다. 그럼 뭐 저녁 먹고 그때부터 밀린 본인 일을 처리하기 위해 야근을 하게 되는 거죠. 너무 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남의 부탁을 거절 못하는 이유가 모든 사람에게 착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서 그렇거든요. 그리고 내가 오늘 할 일이 무엇인지 기록해 놓지 않으면 거절할 명분이 딱 떠오르지 않아요. 그러니 꼭 할 일 목록을 적어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네 번째, 이메일 제목을 수정해 보세요.
보통 중요한 안건의 이메일은 유관부서와 계속 이메일이 왔다 갔다 하면서 이메일 제목에 re: re: re: 이렇게 붙어 버리니까 정작 중요한 진짜 제목은 보이지도 않아요. 그럼 다는 아니지만 몇몇 중요 의사결정권자들은 그 이메일을 읽지 않고 다른 더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이메일부터 읽어요. 그럼 손해는 바로 유관부서의 협조가 필요한 우리 자신입니다. 그래서 이메일을 받고 다시 보낼 때는 제목을 수정해야 해요. 앞에 제목을 가리는 re를 하나만 남기고 다 지운 후에 OOO에 관한 1차 보고, 2차 보고 이런 식으로 제목을 수정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들 알겠지만 본문 내용도 주저리주저리 시간 순서대로 길게 쓰면 읽는 것도 힘들고 내용 요약도 안되니 헷갈릴 수 있어요. 그래서 서술형보다는 가급적 1. 이슈 2 원인 3 대책 방안 이렇게 핵심만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써야 합니다. 그리고 상사가 이메일을 읽지 않았거나 읽었어도 답이 없는 경우엔 그냥 상사가 답장할 때까지 세월아 내월아 무작정 기다리면 나만 손해예요. 그렇다고 상사가 답이 없다고 remind라고 해서 다시 이메일을 보내는 것은 지양해 주세요. 그것 보단 직접 찾아가서 “팀장님, 이메일 보냈는데 혹시 수정할 사항이나 의견 주실 거 있나요?”라고 물어보는 습관을 만들어 보세요.
이메일과 관련해서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가끔 이메일을 밤 10시 이후에 보내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도 예전엔 늦게 까지 일을 하고 있다는 간접적인 어필을 위해서 밤 11시에 이메일을 상사에게 보낸 적이 있었는데요. 업무가 긴급하고 중요해서 그런 경우라면 상관없지만 내일 보내도 되는 이메일은 내일 아침에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늦은 밤 시간에 작성한 이메일은 몸이 피곤하니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성적인 판단이 좀 더 강하게 반영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이메일을 꼭 아침에 다시 읽어 보고 오타나 표현을 다듬은 다음에 보내야 후회가 덜 합니다.
다섯 번째, 상사에게 절대 부정적으로 답하지 마세요.
상사가 새로운 업무를 지시할 때 밑도 끝도 없이 ‘아 그거 안 돼요’ 또는 ‘다른 부서에서 이건 안된데요’라고 면전에서 부정적으로 말하지 마세요. 저도 이게 잘 안되긴 하는데 일단은 ‘확인해 보고 보고 드리겠습니다’라든가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실제로 해 보세요. 그리고 하루나 이틀 뒤에 ‘지시하신 업무 알아보니 이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라고 보고하면서 ‘이 부분을 팀장님이 도와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라고 어려운 부문을 상사에게 부탁해서 일 처리를 하시길 바랍니다.
이것과 관련해서 떠오르는 영화가 하나 생각이 났는데요. ‘아부의 왕’이란 영화에서 성동일이 제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네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거야. 나는 연체동물이다. 나는 뼈가 없다. 암요 그럼요 당연하죠 별말씀을. 그냥 뇌를 탁 놔버려. 암요 그럼요 당연하죠 별말씀을’ 이렇게 말하라고 가르쳐 줍니다. 저도 이걸 마법의 주문처럼 외우고 다녔었어요. 여러분도 상사가 말도 안 되는 지시를 하거나 막무가내로 밀어 부칠 때 이 주문을 속으로 외워보세요. ‘암요 그럼요 당연하죠 별말씀을’ 그런 다음에 입 밖으로 상사에게 대답해 보세요. ‘네 확인해 보고 보고 드리겠습니다’
여섯 번째, 누구의 험담도 하지 마세요.
돌고 돌아서 다 귀에 들어갑니다. ‘이거 너만 알아야 해, 절대 비밀이야’ 이 말 며칠만 지나도 부서 사람뿐만 아니라 옆 부서 사람들도 거의 다 알게 됩니다. 직장에서 비밀은 오래 못 가요. 특히 상사 험담은 절대 하지 마세요. 미운털 박히는 초고속 지름길입니다. 상사는 고수입니다. 겉으로 표시는 안 내지만 일을 아무리 잘해도 자신을 험담한 부하직원의 고과를 평가할 때 좋은 평가를 주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험담하는 사람은 본인이 받은 쓰레기 같은 감정을 옆 동료에게 무단 투기하는 것과 같아요. 옆 동료는 겉으로 웃는 척 해도 험담하는 사람과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 해요. 이게 인간의 본성 아니겠어요? 회사에서 적을 만들지 마세요.
일곱 번째, 마음을 터 놓는 친구를 만드세요.
어쩌면 이것이 거지 같은 직장생활을 그래도 오래 버티며 살아가게 하는 가장 중요한 꿀팁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S사에 입사하고 처음 두 달은 너무 힘들었어요. 낯선 환경, 텃새, 새로운 시스템 이런 것에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다행히 멘토라는 제도가 있었는데요. 저와 동갑인 멘토가 복잡한 시스템도 하나하나 알려주었고 회의 시간에 처음 듣는 용어들도 나중에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는데요. 점차 친구처럼 퇴근 후에 술 한잔 하면서 힘든 일도 서로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지요. 그래서 지금까지 8년 동안이나 이 회사에 다닐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나의 힘든 상황을 공감해 줄 수 있는 직장 동료를 만들어 보세요. 취미 활동을 같이 하게 되면 좀 더 빨리 친해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는 골프를 좋아해서 몇몇 동료들과 스크린 골프를 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맥주도 마시고는 합니다. 캠핑, 낚시, 야구, 독서모임 등 좋아하는 취미나 운동을 같이 하면서 친구를 만들어 보시길 추천드려요. 이런 관계가 내가 업무적으로 힘들 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되니까요.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우리는 회사보다 더 큰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 좋겠어요. 회사 속에 내 인생이 갇혀 있는 것이 아니에요. 회사는 내 인생 전체 중 잠시 거쳐 가는 정거장일 뿐이에요. 회사에서 맡은 업무가 잘 풀리지 않아서 상사에게 질책을 당하더라도 나와 회사를 분리할 필요가 있어요. 회사가 내 인생 전체는 아니잖아요? 회사가 내 인생을 평생 책임질 거 아니잖아요? 이런 마음을 좀 더 강화하기 위해서는 회사 일과 별도로 우리 스스로 좋아하는 일로 회사 이후의 삶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래를 준비해 나가는 ‘준비형 인간’이 되어야 해요. 준비된 자만이 기회가 왔을 때 붙잡을 수 있으니까요.
제가 2019년 말에 3번째 책인 ‘습관의 완성’을 출간했어요. 그 당시 제가 맡은 업무가 꼬여서 팀장님에게 시달리고 있었을 때였는데요. 자존감도 많이 떨어져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마케팅실 전체 임원 7분에게 제 책과 함께 감사의 글을 써서 선물로 전달해 드렸어요. 그런데 책을 받으신 임원 두 분이 책 잘 읽었고 습관을 자녀들과 함께 실천하고 있다고 고맙다고 답장을 보내 주셨어요. 그때 느꼈죠. 회사 일이 나의 전부가 아니구나. 회사 업무로 상처를 받아도 내가 좋아하는 일로 위로를 받으니 자존감이 회복이 되더라고요. 인생 뭐 있어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인생, 도움을 줄 때 그 희열, 그걸 자주 느끼면서 사는 게 행복 아닐까요?
지금까지 제가 수 십 년 동안 직장 생활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터득한 직장생활 꿀팁 7가지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참고로 꿀팁 7가지를 후다닥 설명한 것 같아서 제 아내와 같이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서 직장생활 꿀팁뿐만 아니라 결혼생활 자녀교육 등 평범한 직장인들의 일상을 담을 예정입니다.
위에 소개한 직장생활 꿀팁 7가지를 각 한 편씩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하는 영상을 3편까지 제작해서 올렸는데요. 지치고 힘든 직장인들에게 작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번 시청해 보시고 좋아요 구독 눌러 주시면 저와 제 아내가 큰 힘을 얻을 거예요~감사합니다
[퇴사왕과 쎈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