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6학년)
학교에서 돌아와 하훈이누를 보니 아픈 것 같다.
다른 때 같으면 꼬리를 흔들면서 다가오는데 오늘은 엎드려 쳐다보기만 한다. 어머니께 여쭈어보니 아침에 갈치 찌꺼기를 날것으로 막 먹고 있는 것을 쫓아냈는데 그것 때문일 거라고 하신다. 10시쯤에 서너 번 토하더니 점심부터는 아예 아무것도 안 먹고 축 처져 부엌문 앞에 엎드려 있다는 것이다.
불러도(이름이 하훈이누다. 하훈-슬기로운 이누-일본에서는 개를 이누라고 부른다고 한다.) 반가운 기색도 없고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고구마 삶은 것을 먹여 봐도 안 먹는다. 소금을 입에 묻히면 입이 짜서 먹지 않을까 생각해서 입에 대고 문질렀다. 그래도 안 먹었다. 어떻게 해도 안 먹으니까 화가 났다. 머리통을 한 대 쥐어박았다. 사람 같으면 아프다고 말을 할 건데 말 못 하는 짐승이라 더 답답하다.
다른 때 같으면 지금쯤 고속도로 옆 철조망 길을 신나게 달리고 있을 것인데. 하훈이누가 이래서 슬펐다.
1975. 9. 16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