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 조용히 스며드는 빛

내면의 호수 위에서 흐르는 시간과 존재의 울림

by 하치


조용히 스며드는 빛 속에서, 나는 존재한다.

겉으로는 단정하고 차분하지만, 속에는 미세한

파동이 숨 쉰다.

호수 위를 스치는 바람, 그 사이로 스며드는 빛의

숨결.

나는 단순히 머무르지 않고, 그 미묘한 떨림 속에서

시간을 듣는다.


머묾 속에서 외부 세계의 소음은 멀어지고, 나의

존재는 투명해진다.

한 걸음 떨어져 나를 바라보다 보면, 고요한 표면

아래 미세한 균열이 보인다.

그 틈은 작고 어둡지만, 그 안에 진짜 나의 결이 숨

쉬고 있다.


빛은 천천히 스며들었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듯 고요했지만,

그 빛이 내 안의 오래된 그림자에 닿는 순간,

심장 한쪽이 아주 작게 쿵 하고 울렸다.


그 떨림은 금세 사라졌으나,

그 여운이 내 안의 시간을 한 겹 벗기듯 흘러갔다.

나는 그 미세한 진동 속에서

‘살아 있음’의 온도를 느꼈다.

손끝에 스치는 공기의 차가움,

그 안에 숨어 있던 한 점의 따뜻함까지.


그때 깨달았다.

부서짐은 끝이 아니라 숨결이었다.

빛은 파편을 통과해 와야 비로소 제 온도를 가진다.

내 안의 균열은, 사라져야 할 흔적이 아니라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조용한

진술이었다.


이 고요한 순간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바라본다.

빛과 그림자, 단단함과 흔들림이 공존하는

하나의 존재로서의 나를.

완전하지 않기에 아름답고,

흐트러지기에 더 살아 있는 나를.


그리고 문득, 이렇게 묻고 싶다.

당신의 빛은 지금 어디에서 스며들고 있나요?

함께 이 빛 속으로 걸어가 보지 않겠어요!


파편 속에 머문 고요, 균열 속에 깃든 사유—

파도와 바다가 서로를 품듯, 그 모든 것이 나를

이룬다.

조용히 스며드는 빛 속에서 나는 온전히 나 자신이

된다.


그때의 나는 성(性)에 구분되지 않고, 이름으로

불리지 않아도 된다.

고요 속의 나는, 흔들림과 부서짐마저 포용하며,

존재의 가장 깊은 자리에서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빛난다.


그리고 그 빛은 호수 위에 번져,

내 안과 바깥, 나와 세계 사이의 틈을 부드럽게

잇는다.

그 잇는 순간—나는 비로소 ‘하나의 존재’로

머문다.

호수 위 마지막 빛이 사라질 때까지, 나는 잔잔한

결 속에 머문다.






p.s. 자화상이라 구체적인 형태여야 하는데,

너무 추상적 글이 되버렸어요.

가끔 내 존재가 형태가 없다는,

형태로 가둘수 없다는 생각을 해요.

이 골 때리는 추상병 ㅠㅜ


나의 형태 없음이 나다움임을...










작가의 이전글나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