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여행
지난 일요일에 저녁먹으러 다 같이 걸어가는 중이었다. 가는 곳곳마다 담배냄새가 났고 냄새에 무지 예민한 작은 아이는 코를 막고 힘겹게 걸어가는 것이었다. 몇 일전 필리핀에 가고 싶다고 떼를 쓰던 게 생각이 났는지 신랑은 '필리핀에서는 담배를 길거리에서도 식당에서도 더 많이 피는데?' 라고 했다. 그러자 큰 아이도 거들면서 너는 우리나라 시장도 비위상한다며 못 가는데, 동남아는 우리나라보다 더 냄새가 더 심하고 위생도 안 좋을텐데 너 갈 수 있겠어?' 라고 했다. 작은 아이는 필리핀은 가고 싶지만, 막상 담배냄새나 시장의 분위기를 생각하니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 모양이다. 나는 대안으로 호주는 어떠냐 했더니, 선생님한테 들었는데 호주는 벌레가 무지 많다고 싫다고 한다. 그럼 유럽이 좋겠다고 하자, 자기는 스위스나 이탈리아에 가고 싶단다. 아싸! 나도 아이들과 유럽여행을 하고 싶었었기에 '기회다!' 싶어서 구체적으로 대화를 이어간다. 유럽은 비행시간도 기니 내년 여름휴가때나 갈수 있다고 하니 나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년 여름으로 날짜를 확정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나라를 갈까~ 얘기하는 데 신랑은 스위스만 가자고 하고, 큰아이는 영국에 가서 아스날 경기를 보고 싶단다. 그래~ 영국-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를 둘러오면 되겠다고 하는데 신랑이 분위기를 못 맞추고 계속 한 나라만 가자고 한다. 헉! 큰 아이와 작은 아이의 불꽃튀는 전쟁이 시작된다. 스위스에는 뭐가 있냐~ 영국은 축구때문에 가려는거 아니냐~ 둘다 팽팽하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구체적인건 좀 더 있다가 천천히 세우고, 우선 올해 말에 가까운 일본을 다녀오는 게 어떻겠냐고 묻자 작은 아이는 제주도에 가고 싶다고 한다. 제.주.도? 신랑도 한라산 등반을 하고 싶다고 항상 노래를 불렀겠다, 이번달 날씨는 좋은데 휴일이 없어서 뭔가 일을 하나 만들고 싶던 찰나라~ '한라산등'을 제안했더니 신랑이 덥썩 물었다. 아이들은 이번주 내내 조르고 있는 새벽4시 게임이벤트 참가를 허락하는 조건으로 무조건 좋다고 한다. 필리핀여행에서 시작된 대화는 유럽을 거쳐 제주도에서 정착되었다. 일사천리로 신랑은 한라산 등반코스와 숙소를 예약하고, 나는 항공기예약과 함께 아이들 학교 체험학습 신청을 진행한다.
아싸. 이런 번개불에 콩 구워먹는 깜짝 이벤트 너무 좋다. 여러가지 해결해야할 사소한 문제들이 있지만, 까짓 해결하면 되지 무슨 걱정이랴. 당장은 기대감이 더 크다.
한라산 등반 4일전으로 제주도 항공, 숙박, 렌트카까지 모두 완료했는데, 작은 아이가 발목이 아프다고 절둑거리기 시작한다. 워낙 작은 고통에도 과하게 표현하는 친구라서 하루이틀 지나면 괜찮을거라 생각하고 우선은 줄넘기, 수영 강습을 모두 쉬면서 조금씩 괜찮아지길 기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계속 통증을 호소해서 할 수 없이 목요일 저녁에 긴급하게 정형외과를 갔다왔다. 역시 의심했던대로 엑스레이를 찍어도 뚜렷한 증상은 없어서 발목보호대와 진통제 처방을 받는걸로 만족해야만 했다.
여행 전날, 한라산등반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는 짧은 일정의 여행이라서 우리는 다른 여행보다 더 간결하게 짐을 쌌다. 제주도가 2일 내내 비 예보가 있어서 우비와 등반 후 갈아신을 신발들, 그리고 여분의 옷들만 챙겼다. 그래도 제주도를 가는데 바닷물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혹시라도 바닷가에서 놀 수 있기를 희망하며 최소한의 수영용품만 챙겼다. 기대기대. .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