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년 살기 - 환상 1

영어는 확실히 잘한다?

by 해든


영어유치원을 비롯하여 영유아 시기부터 영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영어를 잘하고 싶은 열망이 큰 만큼

제시되고 있는 영어 학습 방법도 다양하다.

그중 가장 최고의 방법이라고 여겨지지만

경제적 이유와 가정의 여러 상황 때문에 쉽게 할 수 없는 것이

영어권 나라에서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방학 때 한두 달씩 짧게 다녀오는 경우도 있고

6개월, 1년 그보다 더 길게 4년 넘게 살기도 한다.

영어는 언어이기 때문에 어릴수록 흡수를 잘하고

미국 학교를 다닌다면 놀면서 쉽게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힘들게 영어를 배우는 것보다

잠깐이라도 아이를 외국에서 학교를 보내고 싶어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1. 미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이다?


영유아 시기부터 영어유치원을 보내고

영어 학습을 위한 다양한 사교육을 하다 보면

교육 비용 지출이 매우 크다.

그래서 미국 공립학교를 다니게 된다면

한국에서 따로 영어학습을 위한 교육비를 안 쓰고

미국에 가서 무료로 영어 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 더 경제적이라고 생각한다.

부모의 직업 때문에 미국에 나갈 계획이 있거나

영어 교육을 위해 미국에서 얼마간 살기로 미리 결심을 한 경우에는

한국에서는 영어 공부를 일부러 안 하고 가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는 영어를 잘 못하는 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ESL 수업을 운영한다.

학교 정규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 때까지 ESL 수업을 따로 가서 듣게 되고

어느 정도 처음의 제로 상태일 때보다는 실력이 늘 것이다.

사교육비를 지출하지 않고 영어가 느는 것은 맞다.

하지만 아이가 입학하는 학년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영어가 금방 늘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영어 실력이 빨리 늘리 않아서

개인 튜터를 구해서 영어 수업을 따로 받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영어 실력이 늘고 안 늘고를 떠나서,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아이를 미국 교실로 옮겨 놓는 것은 아이에게 너무 가혹하다.

아이는 6개월에서 1년 정도를 잘 못 알아듣고 못 말하는 채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아이들이 어리니까 쉽게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른들의 생각이고,

막상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야 하는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또래 친구들은 다 알아듣고 무언가를 할 때 자기만 아무것도 몰라서 멈춰있다면

그때마다 느끼는 당혹감이 성장하는 아이에게 썩 좋은 경험은 아닐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또래집단의 반응에 민감한데

모두 오른쪽으로 뛰어가는데 혼자서만 왼쪽으로 뛴다면

아무리 외국이라고 해도 아이는 수치스럽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렇게 쉽고 빠르게 늘어난 영어 실력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일상 속으로 들어갔을 때 빛의 속도로 사라지기도 한다.

탄탄하게 늘어난 실력이 아니라 반복으로 익숙해진 영어이기 때문에

반복이 사라지면 유지가 쉽지 않다.


경제적으로 봤을 때 영어 준비를 안 하고 가도 괜찮은 경우는

4년 정도 장기간 거주할 예정이거나

아예 미국에서 초중등학교를 다니다가 대학까지 진학하게 되는 경우이다.

짧은 기간 머무르는 경우는 실력이 크게 늘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지출만 더 커질 수 있다.



2. 영어를 잘하게 된다?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너무 포괄적인 개념이다.

영어를 잘한다고 평가할 만한 요소들이 많아서

어느 측면에 강조점을 두냐에 따라서 그 의미가 아예 달라질 수 있다.

생활영어가 느는 것을 영어를 잘한다고 평가한다면

외국 생활의 이점이 있지만,

영자 신문을 읽고 영어 뉴스를 쉽게 볼 정도의 영어를 생각한다면

학교를 잠깐 다닌 것만으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외국어인 영어는 결국 학습을 하지 않으면 고급 영어에까지 이를 수가 없다.


나는 외국에 나가본 적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성실히 한국에서 영어 공부를 해서 외국어 고등학교 영어과에 진학했다.

같은 반에는 미국에 오래 살아온 친구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친구들이 나보다 영어 발음이 조금 더 좋았을 수는 있지만

내가 영어를 더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들 중에는 원서에서 다루는 어려운 문장을 정확하게 해석하지 못하고

한참을 설명해도 이해를 못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원인을 쓸데없는 한국식 영어 문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고급영어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이다.

한국식 영어 문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영어도 언어이기 때문에 원래 문법이 존재하고

그것을 한국어로 바꿔서 설명하는 것뿐이다.

영어 문법을 제대로 모르면 정확한 영어 문장을 쓸 수도, 해석할 수도 없다.

미국 아이들도 학교에서 배우는 문법이다.

국어에서도 한자어, 국어 문법, 맞춤법이 어려운 것처럼

영어에서도 정확한 문장을 쓰고 말하려면 문법을 배우고 어려운 어휘를 학습해야 한다.

영어라는 과목은 따로 열심히 학습을 해야 하는 것이고

이렇게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은 미국에 살면서 생활영어를 잘하는 것과는 다른 영역이다.

영어를 현지에서 사용했던 경험이 영어 공부를 하는 데에 있어서 마중물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정도의 마중물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


오히려 미국에서 영어를 배웠던 것이 영어를 잘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켜서

한국에서 영어 공부를 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외국인으로 외국어인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원칙을 아는 것이 필요한데

몇 년 미국에 거주하며 체득한 영어로는 어렴풋하게만 알고 정확히 모를 수는 있어서

고급 영어로 넘어가기 위해 잘 모르는 부분이 어디인지 찾는 것이 더 힘들 수도 있다.


아예 외국 대학으로 진학할 예정이면 얘기가 다르지만,

한국 대학으로 진학한다면 영어는 제2외국어이고

외국인으로 외국어를 습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성의 기반 위에서 유창성을 높여야 한다.

한국에서 영어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3.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많다?


영어 실력을 올리기 위해 굳이 외국을 간다는 것은

영어의 노출량이 방대하고 생활 속에서 계속 영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인데,

보통 한국인들이 살기 좋아서 많이 가는 지역에는 이미 한국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한국 친구들과 놀고

집에서는 부모님과 한국어로 대화하고 다른 한국 가족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영어를 사용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

한국 친구들과만 놀고 미국에 머무는 기간 내내 게임만 하다가 가는 친구들도 있다.


영어 공부를 위해서 한국인이 없는 지역을 찾아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사람이 많이 없는 지역에서도 짧게 체류할 목적으로 오는 한국 가족의 경우

현지 학교 학생들도 그걸 알아서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짧게 머물다 갈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그들이 떠났을 때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까 봐

아예 친하게 지내려고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가볍게 학교에서 친구로는 지낼 수 있지만

아이가 24시간 영어에 노출될 정도의 친분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또한 미국은 아이들끼리 노는 것도 보통 부모들 사이에 약속을 따로 잡아서 만나야 하고

아이들이 집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 거주하면서 미국 현지 아이들과 깊이 소통하며 놀 기회를 만들어주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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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영어 실력을 위해서 무리해서 미국에 갈 필요는 전혀 없다.

아이들 영어를 위한 미국 단기 체류는 영어 실력을 위해서라면 굳이 필요하지 않다.

그 정도의 영어는 한국에서도 열심히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

미국에 가서 영어 실력이 급하게 성장할 아이라면 한국에서도 할 수 있다.


부모의 사정으로 외국에서 거주할 계획이 있다면

오히려 그 나이에 맞는 정도의 외국어 실력을 갖춰서 가는 것이

아이에게 미국에서의 시간을 좋은 기억으로 남길 수 있다.

영어 실력 또한 준비해서 간 정도에 비례해서 더 크게 발전한다.

0의 실력으로 가면 2~3 정도로 늘 수 있고 5의 실력으로 가면 8~9까지 늘 수 있다.

출국 전에 영어를 잘 준비해서 가면 자기 안에 쌓여 있는 것들을 1년 동안 계속 꺼내 사용하면서

영어 실력이 월등히 좋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