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푼 기대를 안고 시작했다기보다 그냥 그럴 나이가 돼서 시작한 첫 사회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나보다 나이도, 경험도 많은 이로부터 이유 없는 악의를 받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모욕적이고 화가 나고 슬프고 숨 막히는 일이었다. 40명이 채 안 되는 회사에서 사수이자 동시에 상사였던 그는 이제 막 일을 배우기 시작한 나에게 여러모로 치명적이었다.
가르침이 없는 배움에 평가와 무시가 따라왔다. 나의 하루와 기분이 온전히 그의 것이었다. 그가 즐거워야 하루가 무난했고 그가 기분이 나쁘면 하루가 시끄러웠다. 궁예도 아닌데 관심법을 익혀야 할 판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그의 천하가 3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는 것이다. 내가 입사한 지 3개월이 되던 때, 그는 평소 행실과 언행, 부족한 능력이 문제가 되어 해고되었다.
내가 그만두든가그가사라지든가둘중하나를꿈꿨던매일밤, 이런날이실제로올지몰랐을땐숨통이트일거라생각했다. 현실은좀달랐다. 소설이나드라마에서는악인이죗값을받으면주인공은해피엔딩이던데나는그대로낙동강오리알이되었다. 숨구멍은트였지만경력은그대로물통에던져졌다. 단둘뿐이던부서의유일한생존자가되어선장없는배를탄채망망대해를떠도는기분이었다. 그건그것대로괴로웠다. 그렇게나는 8개월의물경력을떠안고첫직장을나왔다.
당장은 내 주변에 좋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도 내가 인지하지 못할 뿐, 어딘가에서 나를 생각해주는 누군가는 반드시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쉽사리 나의 인복이 불운하다고 단정하지 말자. 아직 만나지 못한 인연, 무심코 지나친 인연, 어쩌면 내가 미워했던 누군가조차도 어느 날에는 나의 안녕을 빌어줄지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