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의 진실
사람들은 나를 질투에 눈먼 여자라 했어.
어린 소녀를 죽이려 한 괴물이라 했고,
욕망에 사로잡힌 마녀라 불렀지.
그러나 아무도 묻지 않았어.
왜 내가 그렇게까지 했는지를.
궁 안에서 젊음은 무기였어.
아름다움은 곧 권력이었고,
그걸 잃는 순간 여자는 바로 버려졌어.
왕비라 불려도 다르지 않았지.
왕의 눈길이 다른 곳에 닿는 순간,
나는 장식품이 되었다가, 곧 소모품으로 버려질 뿐이었어.
사람들은 내게 웃으라 했어.
빛나게 웃고, 우아하게 서 있고, 언제나 아름답게 있으라 했지.
그러나 웃음 뒤에는 두려움이 웅크리고 있었어.
내가 가진 건 젊음과 얼굴 하나뿐이었거든.
백설은 그 모든 걸 타고났어.
순수한 눈, 새하얀 피부, 사람들의 환호.
나는 그 앞에서 매일 흔들렸어.
내가 잃어가던 것들이 그녀에겐 너무 당연하게 있었으니까.
내 손이 떨린 건 단순한 질투가 아니었어.
그건 생존에 대한 공포였지.
하지만 공포는 오래가지 않았어.
곧 집착으로 바뀌었고,
집착은 탐욕이 되어 나를 삼켜 버렸어.
살아남으려 몸부림쳤던 본능이,
결국 나를 미친 집착으로 끌고 간 거였지.
거울은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어.
나는 답만 얻는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내 안의 탐욕이 거울을 키우고 있었던 거야.
내가 묻고 또 묻는 동안,
거울은 내 집착을 먹고 자라났어.
그리고 나는 스스로 지옥의 문을 열고 있었던 거지.
사과를 들던 내 손은 마지막 몸부림이었어.
살아남고 싶다는 발악,
하지만 이미 탐욕에 잠식된 선택이었지.
사람들은 결국 나를 왕비라 부르지 않았어.
계모, 마녀, 악역.
그게 남은 전부였어.
그리고 나는 지금 거울 속에 갇혀 있어.
탐욕의 지옥 안에서 끝없이 무너지고 있지.
불타는 눈, 갈라진 입술, 부서진 형상.
나는 끊임없이 나 자신을 삼켜야 했어.
거울은 그 고통을 먹으며 자라났고,
나는 그 안에서 썩어가고 있었어.
이게 내 유언이야.
나는 태어날 때부터 악인이 아니었어.
살아남으려 몸부림쳤을 뿐이야.
그 몸부림이 탐욕으로 변했을 뿐이지.
그러나 변명은 소용없어.
너희가 거울 앞에 서는 순간,
그 지옥은 다시 열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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