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썩어도 향기를 남긴다.
세상은 피노키오를 더 이상 기억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한때 "진짜 인간이 된 인형"이라 부르며 떠들었지만,
기억 속에서 잊힌 이야기는 동화책에서 끝난 뒤에도 계속되었다.
제페토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건 첫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그날 이후 피노키오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집 안은 할아버지의 향으로 가득했다.
톱밥 냄새, 송진 냄새, 낡은 파이프 담배의 쓰디쓴 냄새.
그 향기들만이 제페토를 붙잡고 있었다.
사람의 몸을 얻었지만, 피노키오는 여전히 나무 냄새가 났다.
살갗을 비비면 톱밥 같은 가루가 묻었고,
심장은 아직도 나이테를 새기고 있었다.
그는 매일 밤, 할아버지의 의자에 앉았다.
그 자리는 여전히 따뜻한 것 같았다.
때때로 그는 그 의자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은 눈이 많이 왔어요."
"내일은 문밖까지 나가볼까 해요."
"할아버지, 나... 잘 살고 있는 건가요."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피노키오는 믿었다.
할아버지가 여전히 그 안에 있다고.
자신의 나뭇결 속 피부 어딘가, 그가 만든 사람의 틈새에 남아 있다고.
어느 날부터인가 피노키오는 조각을 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에게 배워두었던 일이었다.
할아버지의 도구함은 그대로였다.
망치, 끌, 사포, 칠흑빛 옻칠이 든 병.
그는 그 모든 것을 조심스레 꺼냈다.
처음엔 손이 떨렸다.
그는 한 번도 도구를 내려놓지 않았다.
그의 손끝에서 나무 조각이 서서히 사람의 형체를 갖춰갔다.
가느다란 손, 부드러운 목선, 잠든 듯한 얼굴.
피노키오는 그 인형의 눈을 조각하다가 그만 손가락을 베고 말았다.
붉은 피가 떨어지자, 그는 멍하니 그걸 바라보다 웃었다.
"이제 진짜 사람이네. 우리 둘 다."
그날 이후 피노키오는 다시 외출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 집에서 밤마다 들리는 속삭임에 대해 수군댔다.
"혼자서 대화를 하더래."
"여자 웃음소리가 들렸다지."
"할아버지처럼 미쳐버린 거야."
그러나 피노키오에게는 확실했다.
그녀는 존재했다.
그가 만든 나무 여자는, 분명 숨을 쉬었다.
그녀의 입술에선 송진 냄새가 났고,
가슴을 안으면 톱밥이 흩날렸다.
피노키오는 그것을 사랑이라 믿었다.
시간이 흘렀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와도, 그 집의 커튼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마을의 아이들이 몰래 창문을 들여다봤을 때
그들에게는 두 개의 나무 인형이 보였다.
하나는 오래된 나무의 남자,
하나는 새로 깎은 나무의 여자.
둘은 마주 앉아 있었다.
손을 맞잡은 채,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세로 있었던 것처럼.
그들의 몸엔 칠이 벗겨져 있었고,
눈은 유리처럼 흐릿하게 굳어 있었다.
벽에는 "나무는 썩어도 향기를 남긴다."라는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피노키오의 마지막 작품이었다.
밖에선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낡아 벌어진 지붕의 틈 사이로 스며든 물방울이 인형의 얼굴을 적셨다.
그것은 눈물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무도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날 이후, 그 집에서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창문 너머에서 가끔,
옅은 오르골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올 뿐이었다.
#백피노키오 #동화외전 #잔혹동화 #어두운동화 #동화이야기 #제페토할아버지
#동화재해석 #블랙스토리 #사회풍자소설 #명작동화 #전래동화
#외전 #서늘한이야기 #동화속진실 #브런치글쓰기 #브런치스토리
#이히히히히 #어때 #무섭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