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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Feb 19. 2020

당신의 출근길을 영화로 만든다면?

춤추는 스기야마의 출근길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성실함을 인정받은 직장인 스기야마. 사교댄스 교습소 창가에서 밖을 응시하던 강사 메이에 반해 춤의 세계에 스텝을 들여놓는다. 처음엔 메이를 보기 위함이었지만, 점점 춤의 세계에 빠져든 스기야마. 춤으로 지루한 삶에서 활기를 찾는다. 실력을 인정받은 스기야마는 사교댄스 경연까지 나가게 되고, 그 자리에서 춤추는 비밀을 숨겨온 아내와 딸과 맞닥뜨린다.


영화 <쉘 위 댄스>

1996년 개봉한 일본영화 <쉘 위 댄스>다. 일상에 지친 직장인이 그간 알지 못했던 세계에 도전하며 열정을 불태우는, 평범하지만 감동을 주는 이야기다. 일요일과 월요일 그 사이,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졌다. 살사댄스를 추다 결혼까지 하게 된 커플을 만나고 와서일지 모른다.


영화를 다시 볼 때, 그간 눈치채지 못했던 장면이 툭 하고 튀어 오를 때가 있다. 이 영화에서는 '출근길'이었다. 영화는 주인공의 출근길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그날그날의 감정을 표현한다. 흑심으로 시작된 일탈은 스기야마의 출근길을 바꿔놓았다. 전철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그의 출근길은 춤을 배우고 나서 달라졌다. 오르막길을 오르듯 힘겨웠던 출근길은 마치 퀵스텝처럼 날아갈 듯 가볍다. 그리고 그 기분은 온종일 이어진다.



월요일 출근에 적잖이 부담을 느꼈는지, 스기야마의 출근길을 예사롭게 지나칠 수 없었다. 저렇게 즐겁게 출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출근길을 영화로 만든다면? 

여러분의 출근길을 스크린에서 상영하고 객석에 앉아서 바라봐야 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 것 같은가. 


버스나 지하철에서 휴대폰에 눈을 떼지 않는 사람, 쪽잠을 청하는 사람, 교재나 앱으로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 운전대를 잡고 클래식이 나오는 라디오를 들으며 흥얼거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무기력한 모습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평일이라면 어김없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아침마다 통과해야 하는 출근길. 피곤하기만 한 시간이지만, 출근길의 기분이 하루의 기분을 좌우한다는 걸 알고 있다면 그냥 흘러가게 둘 수만은 없다. 


혹시 출근 중인가? 지금 이 상황을 영화로 촬영한다는 주문을 걸어보며 어깨에 힘을 조금 넣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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