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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상 Apr 16. 2024

Progressive Rock

"음악을 들을 때 우리는 대구(大口)한테 감사해야 해 "


내 뮤직메이트 중에 대구(cod)를 좋아하는 친구는 역사의 인과관계에 대해 설명할 때 종종 생선을 인용하고는 했다. 중세까지만 해도 대구는 풍부한 식량자원이었다고 한다. 영국과 아이슬란드 사이에는 대구 어장이 있었고 영국은 대구를 튀긴 피시 앤 칩스를 사랑한다. 비틀스 Beetles의 조상님은 대구를 드셨을 테고 제네시스 Genesis 멤버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중에 대구어업에 종사하신 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바이닐을 넘길 때는 대구한테 감사해야 한다고.


"친구, 너는 지금 서구문화 중심주의에 빠져있어"


하지만, 우리는 동의했다. 비틀스가 현대음악에 끼친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듯이, 우리가 지금 듣는 음악은 대구를 먹고 자란 분들의 노고가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1960 ~ 1970년대 프로그래시브 록 Progressive Rock을 지독하게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다가 그 음악에 영감을 준 원류를 찾아 올라가다  프로그래시브가 유행했던 시절을 좀 더 알고 싶었다. 프록은 지역별로 아주 복잡한 계보를 가지고 발전했는데 이래저래 펑크, 전자음악, 실험음악 등 여러 후손을 남겼다. 프록이 없었으면 지금의 음악은 더 심심할 뻔했다. 필자는 프록이 탄생한 60~ 70년대의 음악적 다양성 추구와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이 이후에 등장한 음악들을 더 풍성하게 하는 기반이 되었다고 평한다.


프로그래시브 록은 영국에서 탄생했다.

그러니까 대구야 고마워.  


1960년대는 히피와 자유주의 시대였다.

베트남 전쟁으로 촉발된 반전운동과 자유주의 인간중심의 사상은 거의 르네상스의 재림이 될뻔했다고나 할까. 섹스와 러브가 인간을 치유해 줄 거라는 믿음으로 뭉쳐진 집단이었지만 약물중독, 에이즈의 확산등을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대신 히피들이 남긴 사회 주류제도에 반기를 드는 의식은 예술 문화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쳤다. 음악에서는 약에 취한 몽롱한 체험을 바탕으로 등장한 사이키델릭 풍조라던지 대중음악과 거리를 두고 있던 클래식과 재즈의 크로스 오버 등의 변화가 있었다.


* 히피(영어: hippie 또는 hippy)는 196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 LA 등지 청년층에서부터 시작된, 기성의 사회 통념, 제도, 가치관을 부정하고 인간성의 회복, 자연으로의 귀의 등을 주장하며 탈사회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WIKIPIDIA


https://www.youtube.com/watch?v=ZqpysaAo4BQ

Beetles의 In my life, 중간에 존이 들어가는 부분은 의도적으로 느린템포로 테이프를 재생하였으며 피아노 간주부분은 두배 빠르게 재생이 된다.


비틀스 Beetles의 1960년대 후반 앨범에는 테이프를 역으로 돌리거나 속도를 달리하는 재생방식을 통해 의도적으로 노이즈를 키우고 박자를 변화시키는 시도를 보여줬다. 또한 따로 녹음한 음악을 이어붙이는 식의 테크니컬적 시도는 이후 후대의 아티스트들이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더빙을 통해 극복하며 프로듀싱과정이 변화하게 되는 초석이었다. 이시기 비틀즈는 인도, 아시아의 문화를 받아들여 싸이키델릭의 시초 격 앨범 Rubber Soul, Revolver를 내놓았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에 가서 히피와 사이키델릭 음악은 타 장르에 흡수되며 점점 사이키델릭 락이다! 하는 장르를 가리키는 말보다 음악에서 몽환적 분위기를 가리키는 쪽으로 진화했다. 사이키델릭의 클래식/ 심포닉 한 특징을 받아들여 1970년대에 탄생한 장르가 프로그래시브 락이다.


 이분야의 대표적인 밴드가 핑크 플로이드 Pink Floyd,  제네시스 Genesis, 무디 블루스 The Moody Blues, 제쓰로 툴 Jethro tull, 예스 Yes, 킹크림슨 King Crimson, 러시 Rush가 있다. 프로그래시브의 시작이 영국인 만큼 대부분 알려진 밴드들은 영국계이지만 예외적으로 러쉬는 그보다 조금 더 늦게 활동한 캐나다 출신 밴드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조금 더 클래식적이고 전통민요와 섞인 서정적인 형태의 음악이 발전하는데 흔히 Art Rock이라 불린다. 필자는 아트락 또한 프로그래시브 무브먼트의 한 카테코리로 본다. 아트락은 쉽게말해 영국의 프로그래시브에 비해 더욱 클래시컬하며 민요를 만나 뽕짝느낌이 있다 예시로 이탈리아 아트락의 시작이자 상징은 뉴트롤즈 New trolls, 킬라 베키오 로칸다 Quella Vecchia Locanda, 일 볼로 Il Volo,  라테 에밀레 Latte e Miele 등 을 들어보면 차이가 느껴진다.


일본으로 말할거 같으면 오사무 기타지마(Kitajima Osamu)처럼 다양한 악기, 긴 악장안에 스토리를 넣은 영국식 프로그래시브 전개에 일본 전통악기와 재즈보컬을 섞은 뮤지션도 있었다.


 지금은 전자음악의 시조새가 된 크라프트베르크 Kraftwerk의 등장이 1970년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중에 연주력으로 까인 아티스트가 정말 없다. 이후에 나타난 펑크 funk와 다르게 프로그래시브를 하던 뮤지션들은 대부분 오랜 시절 음악 접해온 멤버들이 많았고 아트스쿨에 다녔거나 클래식 악기를 전공하는 등 문화와 예술 전반에 조예가 깊었기 때문에 프로그래시브는 다소 난해하고 규칙을 빗겨나가는 시도들이 많았다. 그래서 진보적이라는 의미로 프로그래시브라는 애칭을 갖게 된다.



프록은 처음 들었을 때부터 충격이었지만 그 안에 섞여있는 시적인 가사들과 재즈, 블루스, 클래식에서 비롯된 거대한 세계를 조금씩 더 알아 갈 때마다 새로운 세계가 성큼 다가오는 걸 느낄 수 있다.


다음 글은 영국의 프로그래시브 밴드를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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