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가족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일까?
정상가족이란 무엇인가? 'Top' 의미의 정상이 아니라 정상과 비정상이라 할 때의 그 정상이 맞다. 일반적으로 '가족'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우리 세대는 좀 덜하더라도 우리의 윗세대까지만 해도 '가족'이라 하면 부부와 2명의 자녀로 구성된 4인 가족을 연상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가족의 이런 이미지는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정책과 사회적 규범이 표방하게 되는 일종의 '상징'이 되었고, 더 나아가 사회 구성원이라면 마땅히 지향하고 따라야 하는 '정상적인 가족'의 표상으로 자리 잡았다.
정상가족은 근대 핵가족에서 그 시작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 근대 핵가족 모델에서는 주로 가족 구성원들의 성 역할의 구분을 강조하며 성에 따른 구성원으로서의 기능이 중요하다. 자세한 설명은 차치하고 이러한 가족 모델이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으로 인한 남성 노동력의 중요성, 그리고 이들의 노동의 재생산을 위한 가정에서의 여성의 역할을 합리적으로 기능하게 함으로써 '보편화'되고 '정상화'되었다. 즉, 노동자로서의 역할을 도맡았던 남성, 그리고 다음날 또다시 시작될 노동의 재생산을 위한 가정의 안녕을 여성이 맡게 된 것이다. 이 근대 핵가족 모델은 자본주의의 논리를 강하게 뒷받침하고 또 공고히 함으로써 빠르게 전 세계로 확산됐다. 그리고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서 사회 전반에 작동하며 이 모델에서 벗어나는 가족 형태는 정상적이지 않은, '문제 가족'으로 여겨졌다.
예를 들어보자. 추석 명절이 되면 가족에 관한 기사들이 수없이도 쏟아진다. 그리고 그중엔, '남자가 부엌에 드나드는 것 아니다'라는 문제 발언을 했다는 시아버지의 얘기도 종종 나왔다. 이 발언에서 정상가족 내에서의 성 역할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남성과 여성의 역할은 '다르다'라는 인식이 특성 시기의 패러다임으로서 작동해왔고, 심지어 이것이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물론 모든 기성인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세대'의 주류적인 사고가 그랬다는 것이다.
얘기를 좀 더 발전시켜서 요즘은 어떨까?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확실하게 금이 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집 안에서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구분되지 않는다. 남성도 요리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쓰레기 버리고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반대로 여성 역시 결혼 후에도 회사에 다니고 자아실현을 위한 노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가족 구성원들의 성 역할이 깨지면서 자연스레 정상가족이라는 기존의 프레임 역시 금이 가고 있다. 4인 가족이 아닌 3인 가족, 혹은 자녀가 없이 부부로만 구성된 가족도 많아지고 있고 1인 가구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세대 내에서도 가족 이데올로기는 작동하고 있다. 성 역할에 적극적인 근대 핵가족에 기인한 기존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무너지고 있지만, 이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의 범위가 좀 더 넓혀졌을 뿐이다. 근대 핵가족 모델에서 3인 가구 혹은 1인 가구로 정상가족이라는 범위가 넓혀졌을 뿐, 아직 이 프레임 자체는 깨지지 못했다. 동성으로 구성된 가족이나 동거, 혹은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마음이 맞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주거지만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동체 가족 등 다양한 대안 가족들은 여전히 '정상'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으며 비난하지는 않더라도 조금은 별나다는, 이상하다는 눈초리로 바라보는 게 현실이다.
제도와 정책 역시 이들을 제도권 내로 편입시키지 않고 있다. 이들뿐만 아니라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제도 역시 빠르게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점이다.
모든 프레임이 무너뜨리고 깨뜨려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켜져야 할 기존의 질서들도 있기 마련이고 파괴적인 혁신이 무조건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중엔 무너뜨려야 할 프레임들이 분명 존재하며 그 프레임들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물론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도 이끌어내야 할 것이고 그 결과로 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질서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선 관련 문제들을 일단 수면 위로 공론화시키는 것이 우선이고 편견 없이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