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리 백상 여자 최우수 연기상 소감을 보면서
백상 예술대상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김태리의 수상소감. 사실 그녀는 정말 수상할 줄을 몰랐던 것 같다. 호명되자마자 얼굴을 약 십초간 가리고 어쩔 줄 몰라했던 것, 그렇게 말을 잘하는 문학소녀 같은 그녀가 올라와서 삼분에 다다르는 시간동안 우물쭈물, 어 어 어 하던 것. 평소에 팬심으로 찾아봤던 그녀의 발자취에 따르면, 그녀는 정말 가리는 것 없이 솔직하고, 손석희 앞에서도 똑부러지게 또박또박 자신의 소견을 전하는, 그리고 열여덟살 소녀마냥 꺄르르 웃는 밝은 ‘나희도 모습 그 자체’였기에, 당황해서 어버버하는 그 모습을 보면, 미리 수상한 인기상 다음으로 수상할지 몰랐던 것 같아 그 모습마저 너무 진솔하고 귀여워 보였다.
그 어버버의 삼분의 시간 속에서도, 자신이 이십대 초, 그러니까 십여년 전에 썼던 일기장 얘기를 했다. 배움은 절대로 남이 떠먹여주는 게 아니라, 자기가 훔쳐 먹는 거라고. 자기가 알아서 찾아 먹는 거라고.
늦게 연기를 시작하긴 했지만, 그만큼 몰두했을 것. 초심자의 행운 치고는 데뷔작 <아가씨>, <미스터 선샤인>, <승리호> 그리고 <스물다섯 스물하나>까지 절대 운이 좋았기 때문에만 올라올 순 없었던 그녀의 필모그라피. 화려한 무대 뒤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 솔직히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행복하지만은 않았었다는 또 너무나도 솔직한 그녀의 수상소감에 피식하고 웃고 말았다. 녹록지 않았겠지.. 하물며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천천히 이름을 굳혀 가고 있는 김태리 또한 이렇게 힘들게 한 작품씩 마쳤을 텐데, 많은 경우에 첫 술에 배부르려고 한, 빠르게 무엇을 하려고 한 무수히 많은 내 삶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굳이 수상소감 자리에서까지 이렇게 솔직한 게 그녀의 매력이리라. 누군가는 쉽게 넘겼을 그녀의 짧은 수상소감이 내 뇌리에 깊게 박혔다.
김태리 팬인 건 안 비밀이다.
두번째 배움 이야기
이번주에는 말하면 누구나 알만한 창업자를 만났는데, 새로운 도전을 하는 나에게 그렇게 말씀하셨다. 젊은 나이에 정말 큰 성공을 하고 일등의 고지를 먹었지만, 당시에 굳이 그 나이에 배우지 않아도 될 배움의 지옥을 건너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훌륭한 조직에서는 그 배움의 골짜기를 다 일일이 즈려 밟지 않고도 그 배움의 산정상들만을 찍을 수 있는 특권이 있을 수 있다고. 수학시간에 배웠듯이, 인생의 곡선에 있는 점들을 일일이 밟아가는 것보다, 각 끝의 꼭짓점들을 잇는 직선이 가장 빠른 것임을.
그래도 그 자리에서, 한번 칼을 뺏으니, 그 배움의 산들이 무엇이 있는지는 이제 등반을 시작하는 초심자의 마음으로 나아가려 한다고 말씀드렸다. 적어도 내 마음 속의 지도와 나침반은 지녀야 각 산모퉁이, 산정상들을 돌아보며 이 긴 인생의 등반 계획을 짤 수 있을 것 같다며. 지도를 먼저 그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 다음이 각 꼭짓점이 시야에 보일 것 같다. 그 강을 건너고 있다고.
그 강은 한번 건너야 한다는 말에 동의해주셨다. 그 요단강을. 그리고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해주셨다. 술은 사줄 수 있다고.
정신없이 달리기만 하다가 주말 미팅이 취소되어 오랜만에 유튜브에서 마주친 김태리의 짧은 수상소감에 감명 받아, 올 상반기 있었던 많은 일들이 마음에 꾹꾹 눌린다. 그리고 “배움”에 대한 뻘글 아닌 뻘글을 핸드폰으로 톡톡톡톡 써내려 왔다. 생각이 많다.
배움의 방법. 배움의 지도.
태리 언니 팬이에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