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부터 선정하는게 모든 요리의 첫 시작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었는데, 막상 개인 페이지를 열고 나에 대한 어떠한 정보없이 글로만 보여진다고 하니, 어떤 글을 써야할지 고민이 많이 되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서 2주 전 성수에 위치한 브런치 팝업 행사를 꾸역 꾸역 참석했다. 예약을 했음에도 뜨거운(?) 인기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이미 브런치 작가가 된 분들도 오고, 나처럼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도 오고, 그리고 그냥 누군가가 데려와서 온 사람 (이를테면 우리 막내)까지 북적였다.
팝업에 전시되어 있는 대표 작가님들의 글을 보면 정말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쓰셨구나 싶었다. 내 세계가 좁아지지 않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을 갖긴 하지만, 막상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 나올 주제가 한정적이었다. 감성을 토로하는 일상글이나, 좋아하는 맛집, 여행지 등에 소감을 섞어 글을 쓴게 전부였는데, 어떤 분은 본인의 업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수단으로 글을 쓰시기도 하고, 자신의 취미를 근사한 에세이처럼 만들어 내는 분도 계시고. 남이 쓴 글을 찬찬히 보다보니, 나는 무슨글을 써야할까 진짜 고민이 되었다. 그리고 과연 남이 내글을 봐줄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이 되었는데, 북적이는 8인용 책상에 자리를 비집고 앉아 곰곰히 생각해보니 늘 써보고 싶었던 글이 있긴 했던것 같다.
나는 요리를 좋아한다. 잘하냐고 묻는다면 내 입에는 맛있다고 대답할 수 있다. 흑백요리사의 열기가 사그러지지 않은 요즘, 전문적인 셰프들의 요리에 우리집 인덕션 위 내 요리가 가끔은 초라해보일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요리를 좋아한다. 사회 초년생때 마음이 복잡할때면 뭐든 썰었다. 썰고 볶고, 요리를 만들면 뭉쳐진 실타래 같았던 마음이 어느샌가 가지런히 풀어질 때가 있었다. 그 때부터 마음이 힘들면 요리를 하곤했다. 그 힘 덕분인지, 사회인 9년차가 된 지금까지도 쭈욱, 요리를 하고 있다.
브런치 팝업 스토어는 나한테 어떤 대형 마트처럼 느껴졌다. 내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글감의 재료들이 즐비해있는, 그리고 내가 만들 '요리'를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근사한 마트. 거기서 나는 '레시피' 근데 '내 추억과 생각을 곁들인' 이라는 재료를 선택했다. 이 재료로 내가 얼마나 맛있게 요리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거니까 해보려고 한다. 나에게 주어진 이 페이지 하나에,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거 하나쯤은 마구 풀어낼 수도 있는 거니까.
브런치 첫 시리즈는(제법 진지한 태도) 레시피를 작성해보려고 한다. 거창하진 않아도, 내 기억 하나가 추가된 그런 레시피. 지극히 개인적이겠지만, 맛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비슷한 추억이나 맛을 기억할 수 있는 글을 작성해보고 싶다. 물론 요리법에 대한 정보도 놓치진 않을 예정이니, 애정을 갖고 지켜봐주시길!
이 글이 누군가에게 한번쯤은 읽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첫글을 작성해본다.
어쩐지 채널 이름이 브런치인것도, 내 주제랑 잘 맞는것 같기도하고.. 희망회로 와 함께 브런치의 서막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