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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교사 Mar 19. 2022

인권의 사각지대 학원, 학무모의 관심은 어디에?

2014년에 썼던 글이다. 그때 진보성향의 매체에 기고하고 있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실어주지 않았다. 그때 깨달았어야 했다. 소위 진보와 사교육이 한 몸이라는 것을. 물론 지금은 학원에서 체벌까지 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라면 당장 문제가될 행동들이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고, 묵인되고 있다. 이 문제는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생각에 2014년 글을 옮겨 온다.



미디어 오늘에 기고했던 컬럼인데, 데스크에서 실어주지 않아서, 블로그로 옮깁니다.


70, 80년대에 중,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대부분 체벌에 대한 불쾌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피해자였던 경우도 있고, 친구가 매 맞는 것을 보고 떨었던 경우도 있겠지만, 어느 경우나 불쾌한 경험이긴 마찬가지다. 체벌의 양태도 다양했다. 손바닥을 회초리로 몇 차례 얻어맞는 것은 기본이고, 거의 각목에 가까운 몽둥이로 10회 이상 얻어맞거나, 이마에 불이 번쩍 하고 느낄 정도로 손바닥으로 뺨을 맞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심한 경우는 손과 발이 모두 동원되어 교사의 분이 풀릴 때 까지 무차별 폭력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학교에서 체벌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진보교육감을 중심으로 체벌을 엄격하기 단속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학교에서 체벌을 금지하는 법령까지 갖춰졌기 때문이다. 현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는 신체나 도구를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를 직접 가격하는 처벌을 금지하고 있다. 물론 체벌이 완전히 근절된 것은 아니며, 순천 모 고등학교의 어이없는 사건도 있었지만, 적어도 수도권 지역에서는 학교에서 체벌이 사라지는 추세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제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지고 있다. 학교에서 체벌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학원에서의 체벌이 수면위의 문제로 떠올랐다. 숙제를 해 오지 않았다고 학원강사가 손가락이 부러질 정도로 매를 때렸다거거나, 자습실에서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다고 학원 직원이 이가 부러질 정도로 뺨을 때렸다거나 해서 노출된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문제집을 풀게 해서 틀린 개수대로 매를 때리거나 하는 경우가 거의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더구나 학원 강사들의 신분이 공직자가 아닌 사인이고 학원은 공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민형사상의 소송을 통하지 않고서는 이를 구제할 수 없고, 학원에 관리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그런데 두드러진 상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치 2주 이상의 상처가 나 형사고발이 가능할 정도의 두드러진 체벌만이 간혹 수면위로 노출될 뿐이다. 그 외에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학원 강사의 체벌은 사실상 아무런 제재 방법이 없다. 학교에서의 체벌이 상해 여부와 관계없이 법령으로 엄격하게 금지된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그 결과는 공교육의 비정상화다. 학생들은 학원 숙제를 하지 않거나, 학원 시험에서 점수가 떨어지면 매를 맞기 때문에 여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특히 국영수사과 이외에 입시와 무관한 학교 교과 시간은 으레 학원 숙제를 하거나, 학원 시험공부를 하는 시간으로 전락하기 일쑤다. 그러다 걸린다 하더라도 단지 훈계를 들을 뿐이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학원에 가서 매를 맞기 때문이다. 심지어 예체능, 실업 교과 시간에 학원 시험공부를 하다 걸리면 교사에게 강하게 저항하기까지 하며, 특히 강남권에 이런 사례가 빈번하여 예체능, 실업 교사들의 명예퇴직 릴레이를 불러오기도 했다.



학원은 학원대로 "애들을 꽉 잡았다"는 평가를 들어야 학부모들의 선택을 받기 때문에 애들을 잡는 가장 쉬운 방법인 체벌에 의지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학원에서는 학교와 달리 교우관계, 책임과 의무, 예절 따위의 이유가 아니라 오직 "성적"과 관련된 이유만으로 체벌을 하기 때문에 아이가 다치지 않는 한 이를 묵인하거나 오히려 기대한다. 이렇게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학원에서 체벌은 음지의 독버섯처럼 계속 번식하고 있다. 학생들에 대한 체벌이 금지되려면 교육이 이루어지는 모든 장소에서 금지되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보니 많은 학생들의 인권은 여전히 유린되고 있으며, 학생들이 오히려 자신들을 존중하는 교사를 안 때리는 만만한 상대로 골라 목표로 삼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교육당국 역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기에 학원의 체벌을 근절시키고자 애를 쓰고, 학원에 체벌을 금지한다는 공문을 내려보냈으나 소용이 없다. 현행 교육법령이 체벌 금지를 학생의 권리 규정이 아니라 학교장의 권한 규정으로 기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원 강사는 학교장이 아니기 때문에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직접 해당 강사를 고소 고발하지 않으면 학원 체벌은 그대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



서울의 경우는 학원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에서 "학원 등에서 교습 또는 그 밖의 목적을 이유로 학습자의 신체·정신상의 자유로운 활동을 강제로 제약하는 행위를 할 수 없으며, 건강유지를 위하여 교습시간을 적절하게 안배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규정해 두고 있으나, 학교가 학생인권조례를 무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원 역시 이렇다 할 강제규정이 없는 조례는 신경 쓰지 않는다. 조례보다 훨씬 상위법인 청소년보호법 제 30조의 청소년 학대 금지 규정을 준용하면 5년 이하의 징역까지 벌칙을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숙제 해 오지 않았다고 상해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만 체벌을 가하는 것이 청소년 학대라고까지 할 수 있느냐는 다툼의 여지가 있어서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



결국 열쇠는 학부모에게 있다. 학부모가 학원에서 아무리 사소한 체벌을 당하더라도 이를 자녀에 대한 폭행으로 간주하여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는 한 학원의 체벌은 사라지지 않는다. 민형사상의 소송이 어려우면 적어도 때리는 학원에는 아이를 보내지 않는다는 원칙이라도 세우고 공유해야 한다. 성적을 올린다는데 매 정도야 하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한, 우리 아이들은 그 정도 수준 이상의 폭력에 언제든지 노출되어 있을 것이다. 더구나 그 상대가 교육당국의 관리감독이 어려운 학원에서 아무런 자격도 법적 책임도 없는 강사들임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학부모들의 각성과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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