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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파즈 Dec 30. 2019

프라하, 프란츠 카프카가 오후 2시에 머문 도시

에세이 #20 글쓰기 적당한 시간 오후 2시. 

프라하와 프란츠 카프카


프라하를 여행하며 기억에 남는 사람과 장소가 있었습니다.

사람은 프란츠 카프카, 장소는 카프카가 머물렀던 작업실입니다. 


프란츠 카프카 (1883~1924)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유대계 소설가입니다. 체코 프라하에서 유대인 부모의 장남으로 태어나 독일어를 쓰는 프라하 유대인 사회 속에서 성장했습니다. 대표작은 '변신'입니다.

<프란츠 카프카(Franz Katka, 1883~1924)>


그는 1907년 이탈리아계 보험회사에서 일을 시작했고, 1908년 보헤미아 왕국 노동자 상해보험회사로 자리를 옮긴 후로 1922년까지 법률 고문으로 일하고 오후 2시에 퇴근하면 밤늦도록 글을 썼습니다. 그는 평생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았고 어쩌면 일보다 글쓰기를 더 사랑했는지 모릅니다. 

<카프카의 작업실>


바로, 그가 2시에 퇴근하고 항상 책을 썼던 공간을 방문했습니다. 체코 프라하성 옆 골목에 위치한 작은 방입니다. 그는 회사에 일하며 뛰어난 업무 역량을 가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몇 차례 승진을 거듭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일에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글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살아생전 작품을 발표하거나 작가로 살아보지 못했지만
그는 매일 퇴근하고 저 작은 공간에서 끊임없이 글을 썼습니다.

카프카는 1904년 그의 친구에게 보냈던 편지에서 그가 가진 평소의 생각을 알 수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네!' 

독서와 글쓰기의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얼어붙은 바다를 부술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그리 남기고 싶어서 그는 이 작디작은 골방에서 끊임없이 썼을지 잠시 생각해봤습니다. 무엇을 남기고 싶었을까? 혹은 어떤 강력한 힘을 갈망했을까?

<카프카 작업실의 명패>

방 옆에는 작은 명패 하나가 남아있었습니다. 

심플하기 그지없습니다.

<프라하성 옆 카페에서 찍은 프라하의 모습>


노을이 지는 프라하 성 옆에 서서 매일 출근해서 일을 하고 오후 2시에 글을 쓰러 오는 카프카의 걸음걸이를 상상해봅니다. 퇴근길이니깐 약간은 피곤할 수도 있고 글감이 떠오른 날은 어서 가서 쓸 생각에 조금 빨리 걸었을 수도 있습니다.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은 날이거나 뭔가 쓰기 귀찮은 날은 괜히 더 늦게 걷기도 했을까요?


어떻게 걸었을까요? 매일 무엇인가를 쓴다는 것이 무작정 즐거운 일이었을까? 브런치에 하나씩 올리는 글도 무엇을 쓸지 몰라 허덕일 때가 많은데.. 그도 분명 매번 글쓰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아봅니다.


그는 살아생전 살아생전 작품을 내지도 못했고 작가로서 명성을 얻지도 못했지만 퇴근 후, 이곳에서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무슨 생각으로 걷고 글을 쓰고 사랑을 하고 인생을 살았을지 나름대로 짐작해봤습니다. 자연스레 생각하다 떠오른 질문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요?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었습니다. 매일 일하고 오후 2시면 어김없이 자기만의 공간을 찾아 글을 썼던 카프카. 그가 한 평생 살면서 오갔던 길을 걸으며 여전히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진짜 고민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라고 묻고는 막상 무엇을 답해야 할지 약간 난감했습니다. 진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사실 덮어놓고 있었지 들춰내서 나라는 사람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습니다. 주어지거나 부여된 역할에 최선을 다했지 내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고민하는 것은 언제나 뒷전으로 밀어놓고 있었으니.


프라하를 생각하면 카프카의 작업실이 떠오르고 그 작업실 사진을 보고 있으면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프라하를 다녀온 지 2년이 지났는데 사진을 보니 그때의 생각과 감정이 일어납니다. 여행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이유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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