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원해왔기에 이렇게 무너지고 마는 걸까

글쓰기 강의를 준비하며

by 하일

20대의 나는 도망자였다. 또는 방랑자였다.


거세게 달려드는 물결처럼, 자꾸만 모든 감정들에게서 뒷걸음질 쳤다. 그게 행복이었음에도 말이다.


남들만큼만 행복해지자는 게 어렵더라. 퍽 행복하게 지내다가도 그 행복은 어떤 불행을 끌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내 운명이 이런 꼴이 아니라면 마땅하지 않다는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선 행복보다 더 큰 불행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 차가운 새벽을 지새우던 나날.


새벽을 넘어오는 것은 또 긴긴밤이었다.


행복을 느끼면 결국 불행이 찾아올 거라는 믿음은 결국 행복조차 거부하게 만들었다.


난 정말 행복하고 싶었다.


그러나 불행을 감당하고 싶지 않아 행복을 외면하고 지내왔던 것이다.


黑牛生白犢.


행복이 있다면 필연 불행이 있는 것이고,


사랑이 있다면 필연 이별이 있는 것이고,


찬란이 있다면 필연 재앙이 있는 것인데...


그걸 몰랐다.


그리고 행복과 불행은 반드시 상관관계가 있지만은 않다는 것도 말이다.


자꾸만 찾아오는 불행을 바라보고 내가 충만히 느낄 법한 행복들을 탓하고 있었다.


"내가 행복함을 느끼지 않았다면, 이렇게 무너질 일도 없었어"


어느 정도 맞는 말이겠지.


그런데 나에게 도움이 되는 말은 아니었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원해왔기에 이렇게 무너지고 마는 걸까.


그냥 행복하고 싶었다. 정말로.


차츰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며 알게 된 사실은,

사랑이 결핍이 된다면 반대로 결핍은 사랑이 될 수 있다는 것.


재앙에서 찬란이 피어날 수 있다는 것.


누구에게나 불행은 찾아오고 나라고 특별하게 더 부여되는 짐이 아니라는 것.


"그래, 저마다 힘들겠지.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 다섯 살 아이도 고민이 있을 텐데 하물며 나라고 없겠어. 누구나 행복하고 누구나 불행해."


보편적인 사실을 위안 삼아,


그제야 싸늘한 새벽 뒤에 비로소 아침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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