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에 의한 새로운 금융 질서를 주목해야
20세기 금융혁명은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됐지만, 21세기의 금융혁명은 디지털 화폐, 생태자산, 탈중앙 네트워크 등 새로운 환경과 기술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이는 금리나 유동성의 문제만이 아니다. 기존의 금융 질서 특히 미국의 불가피한 선택에 의해 끌려가는 느낌이다. 다시 말해 기존의 금융시스템이 이대로 지속가능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여러 우려가 새로운 환경을 창조하는 대전환의 단계라고 보는 것이다. 비트코인으로 시작된 블록체인 기술, 휴먼서사의 한계 등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변화는 화폐, 가치, 시장의 본질을 재구성하는 구조적 진동이다.
첫 번째 파동은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다.
달러를 기반으로 발행되는 스테이블코인은 점점 기존 통화의 디지털 대체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자국 국채를 담보로 한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디지털 금융 질서에서도 달러 패권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대한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달러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이 빠르게 성장하게 되면 전 세계 자국 통화에 대한 신뢰가 없는 국가부터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이 사용이 확장될 것이 틀림없다. 그렇게 되면 각국의 화폐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의 역할이 어느 정도가 될 지 두고 볼 일이다. 아마도 각국의 '화폐의 정체성'은 많이 흔들리게 되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 파동은 금융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이다.
기후 위기와 ESG 규범이 강화되면서, 탄소 감축에 기여한 가치를 ‘금융자산’으로 전환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 탄소크레딧은 기업과 개인의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경제적 도구에서, 점차 가치의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즉, 단순한 수익률이 아닌 지구적 책임과 공존의 증표가 자산으로 거래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기존의 휴먼로직에 의한 금융지배가 생태로직에 의한 새로운 금융질서로 재편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지만 기후위기 등 지금까지 수 많은 상수가 변수가 된 상황에서 이 또한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파동은 플랫폼 주도의 탈중앙 금융 생태계 확장이다.
이미 비트코인이나 USDT, USDC 등에 의한 금융시장은 아직 기존 기득권의 우려와 질시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이제 결국 미국의 구원투수 역할까지 맡게 되는 것 같다. 일명 Genius Act라는 법이 통과되면서 스테이블 코인은 이제 미국의 새로운 패권을 위한 수단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끝이 어떻게 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순환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찍어내는 달러가 언제까지 계속될 지는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연준이나 중앙은행의 통제력이 약화되는 상황도 예견해 볼 수 있다. 이 혼란스러운 체제는 시간이 흘러 새로운 질서로 자리잡게 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도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어찌 되든 간에 우리 플랫폼 기업들은 국가가 제대로만 길을 열어준다면 큰 기회를 가져갈 수 도 있을 것이다. 카카오, 네이버, 삼성과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이미 금융 인프라를 장착하고 있으며, 이들이 자체 디지털 자산이나 지갑을 통해 사용자 기반의 분산 금융 체계를 구축한다면, 전 세계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산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지 모른다. 화폐의 권력은 더 이상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플랫폼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수억 명에게 직접 도달할 수 있는 기업은, 통화 발행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변화의 핵심에,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패권이란 무엇인가?”
“이 금융의 빅뱅 이후 등장할 질서는, 또다시 중심-주변의 구조로 퇴행할 것인가?”
사실, 지금의 지배, 성장, 경쟁이라는 휴먼로직에 의한 패권전쟁은 수많은 전쟁과 분열, 경제적 폭력의 근거가 되어 왔다.
미국은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해 세계의 정치·경제 구조에 끊임없이 개입했고, 수많은 국가의 내정을 흔들며 경제적 종속구조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해서 인류가 얻은 것이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얻을 수 있는 것이 과연 남아 있는가?
기후 위기로 지구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이 시대에, 이 모든 게임의 끝에 남는 것이 허무라면,
그것은 패권이 아니라 자멸로 가는 질주가 아닐까?
휴먼서사, 즉 지배와 축적, 성장 중심의 사고는
누구도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점점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승자도 패자 모두 결국은 의미 없는 생존 경쟁의 피로와 정서적 황폐함만을 안고 있을 뿐이다.
이제 우리는 그 허상을 알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서사를 내려놓지 못하는 기득권의 태도는 지극히 안일하고, 위험하며, 한심하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휴먼서사에 의한 성장이 계속되어 오는 가운데서도
인류는 끊임없이 ‘탈중앙화’와 같은 에코로직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권력이 집중될수록 한편으로는 자율과 공존을 주장해 온 것도 사실이다.
다만 순환에 관해서는는의식 수준이 부족해서인지 무시하고 살아온 탓에
결국 막다른 절벽 앞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이제 휴먼서사를 뒤로 하고 다시 생태계의 일원으로 돌아가야 하는 대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에코로직은 순환과 공존, 자율성을 바탕으로 구성된다.
인류는 수만 년 동안, 중심 없이도 살아가는 부족 공동체를 운영했고, 권력이 모이면 반드시 다시 흩어지는 메커니즘을 만들어냈다.
현대 기술 역시 블록체인, P2P 네트워크, DAO 등의 이름으로, 끊임없이 탈중앙화된 공동체의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금융의 빅뱅도, 결국은 인류가 본래 가고자 했던 방향, 즉 ‘의미 있는 연결의 사회’를 향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일지 모른다.
에코로직은 철저히 로컬라이즈된 자립형 경제 단위들이
서로 자율적으로 연결되어 네트워크형 공동체를 구성하는 구조다.
그들은 물리적 중심 없이, 신뢰와 공유된 윤리를 기반으로
화폐, 자산, 기술, 정보, 경험을 수평적으로 교환하며 공진화할 수 있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패권 없는 협력 질서’,
혹은 ‘공존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연대’라는
전혀 새로운 미래상을 실질적으로 그려볼 수 있게 된다.
물론 지금의 휴먼서사로는 도저히 상상하기 조차 힘든 미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결국 위기는 어쩔 수 없는 대안을 필요로 하고,
그것은 우리가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지금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겠지만
환자가 되면 제일 먼저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것 처럼, 휴먼서사의 자극을 피하는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진정한 존재 가치, 의미를 통해 생태사회의 삶을 만끽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생태계에서 퇴출되지 않고 모든 생물종과 공존하는 인류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