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답은 ‘살림셀’을 통한 문명의 재편에 있다
최근 넷제로 뉴스(NetZero News)는 UN이 제기한 ‘글로벌 리셋(Global Reset)’의 화두를 심도 있게 다뤘다. 기후 재앙과 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팬데믹이 남긴 상처 위에서, 기존의 질서로는 더 이상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준엄한 경고다.
이는 단순한 제도의 수정이나 정책의 보완을 넘어선다. UN이 말하는 리셋은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올린 문명의 운영 체제 자체를 완전히 갈아엎어야 한다는 절박한 호소다.
나는 이 지점에서 우리가 오랫동안 맹신해 온 낡은 신화, 즉 지배와 성장, 경쟁을 동력으로 삼는 ‘머니로직(Money Logic)’의 종말을 고한다.
돈이 주인 노릇을 하며 인간과 자연을 도구화했던 그 로직이 바로 지금의 복합 위기를 초래한 주범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리셋의 방향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나는 그 해답을 거대 담론이나 국가 중심의 통제가 아닌, 가장 작은 삶의 단위에서 찾는다. 바로 ‘생존주권(Survival Sovereignty)’의 회복이다.
생존주권이란 무엇인가. 이는 외부의 거대 시스템이 붕괴하더라도 나와 내 이웃이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자립적 권리와 능력을 의미한다. 에너지, 식량, 돌봄, 그리고 경제활동이 거대 자본의 파이프라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재의 구조는 지극히 취약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식탁 물가를 흔들고, 기후 위기가 전력망을 위협할 때마다 우리의 생존은 볼모 잡힌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주권을 되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생존주권이 실현되는 구체적인 공간이자 최소 단위가 바로 ‘살림셀(Salim Cell)’이다.
살림셀은 단순한 행정 구역이나 주거 단지가 아니다. 그것은 소공동체가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자원을 순환시키며, 구성원 간의 윤리적 돌봄이 이루어지는 자율적인 생명 단위다. 생물학적인 세포(Cell)가 건강해야 개체가 건강하듯, 건강한 살림셀이 모여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 UN이 경고한 글로벌 리셋의 당위성은 바로 이 살림셀의 확산에서 구체화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덩치를 키우는 것이 곧 발전이라 믿었다. 하지만 비대해진 공룡이 멸종했듯, 비대해진 도시와 국가는 기후 위기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이제는 작지만 강한 단위로 쪼개져야 산다.
넷제로 뉴스가 인용한 UN의 보고서는 기존 시스템의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사회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 내가 주장하는 살림셀은 그 새로운 계약의 실천적 모델이다. 살림셀 안에서 우리는 ‘머니로직’을 폐기하고 ‘살림로직’을 가동한다. 무한 경쟁 대신 공존을, 탐욕적 성장 대신 풍요로운 순환을, 지배 대신 살림을 선택하는 것이다.
혹자는 묻는다. 첨단 기술의 시대에 소공동체로의 회귀가 가당키나 하냐고. 그러나 살림셀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진보된 기술과 철학이 융합된 미래형 유닛이다. 블록체인과 AI 기술을 통해 에너지와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전 지구적 연결망을 통해 고립이 아닌 연대를 지향한다.
다만 그 기술의 목적이 ‘이윤’에서 ‘살림’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살림, 풍요, 윤리’의 살림로직이 구현된 세상이다.
지금 인류는 벼랑 끝에 서 있다. UN의 글로벌 리셋 선언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신호다. 기존의 거대 시스템에 우리의 운명을 맡긴 채 표류할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생존의 키를 쥐고 새로운 문명의 세포를 만들어갈 것인가. 선택은 자명하다.
살림셀 하나하나가 생존주권을 확립할 때, 비로소 인류는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파도를 넘을 수 있는 유연하고 강인한 배를 얻게 될 것이다. 생존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주체적으로 세워야 할 권리다.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살림셀을 짓고 생존주권을 선언할 때다. 이것이 진정한 글로벌 리셋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