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홀에서의 3일. 새로운 세상, 깊고 넓은 바닷속을 만나다
할 수 있다. 처음엔 우리도 못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네 명 중 한 명은 수영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래서 수영장 실습 시간에 수영을 가르쳐주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수영은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심지어 물에 뜨는 법도 알려주지 않았다. 수영을 못한다는 친구는 어떻게 됐을까. 그 친구는 수영장 실습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으로 인정받았다. 그때 알았다. 수영을 못해도 스쿠버 다이빙은 할 수 있구나.
스쿠버 다이빙에서 스쿠버는 영어로 'SCUBA'라고 쓰는데 이는 Self Contained Underwater Breathing Apparatus의 줄인 말이다. 대충 자급 가능한 호흡 장치를 물고 물속을 돌아다닌다는 뜻.
이론 교육 시간에 교육받은 건 대부분 수중에서의 압력 변화에 대한 것이었다. 물이 짓누르는 압력을 어떻게 다루는가가 다이빙의 핵심 기술이었다. 그 과정에서 잘못하면 코에서 피가 나기도 하고 질병이 생기기도 한다고 했다. 생각보다 위험하겠단 생각이 들 때쯤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마스크(수경)에 물이 들어갔을 때. 실린더(공기통)에 공기가 부족할 때 등의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고 수신호 하는지 배웠다.
이어진 교육에서는 장비를 직접 만져보며 사용법을 배웠다. 가장 신기한 장비는 BCD라고 부르는 부력 조절 장치(Buoyancy Compensators Device)였다. 전신 슈트 위에 입는 일종의 조끼인데 이를 통해 부력을 조절한다. 이 장비에 실린더를 연결하고 공기를 주입하거나 빼면서 부력을 조절한다고 했다. 수중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많은 추가 장비를 달고 있었다. 실린더의 상태를 알려주는 잔압계, 보조 호흡기가 주된 장비다.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곧장 수영장으로 이동했다.
장비를 모두 착용하고 1.5미터쯤 되는 수영장에 무릎을 꿇어 잠수했다. 오전에 배웠던 상황을 실습하기 시작했다. 처음 실습한 건 잃어버린 호흡기 되찾기와 물 찬 마스크 물 빼기. 호흡기를 되찾는 건 비교적 쉬웠다.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실린더에 연결된 호흡기를 찾으면 된다. 당황하면 물을 박차고 올라간다. 처음 마스크에서 물을 뺄 땐 당황하기 쉽다. 코로 숨을 내뿜어 물을 빼는 과정에서 코로 물을 마셨기 때문이거나 물이 마스크에서 다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네 명 모두 각자의 이유로 놀라서 물을 박차고 일어섰다. 그만큼 쉽지 않았다. 그래도 몇 번의 연습 끝에 오케이 사인을 받고 다음 교육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조금 더 깊은 곳으로 잠수했다. 5미터 남짓. BCD에 공기를 조절하며 부력을 맞췄다. 깊이 내려가면서 귀에 불편함을 느낄 때면 코를 막고 숨을 쉬어 압력을 맞췄다. 이번엔 호버링과 유영을 배울 차례였다. 둘 다 쉽지 않았다. 우선 호버링은 부력을 뜨지도 가라앉지도 않게 중간(중성 부력)에 맞추는 기술이다. BCD로 적당한 부력을 맞추고 호흡을 조절하며 뜨지도 가라앉지도 않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호버링을 연습할 때면 네 명이 동그랗게 서서 시작했다가 균형과 높이를 맞추지 못해 위아래로 뒤엉켜 있곤 했다. 역시 반복된 연습 끝에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
다음은 유영, 물속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기술이다. 중성 부력으로 맞추고 핀(오리발)을 차서 앞으로 전진하면 된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았다. 몸이 마음처럼 되질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선생님께 수신호를 해서 물 밖으로 나왔다. 어떻게 하면 되냐는 질문에 선생님은 친구를 가리키며 저 친구처럼 하면 된다고 하셨다. 수영을 못한다던 그 친구였다. 친구는 아주 우아하게 물속을 유영했다. 다시 들어가서 따라 하려고 했지만 도무지 되질 않았다. 해도 저물고 잔압계도 공기가 얼마 남지 않아 끝날 시간임을 알렸다. 결국 오케이 사인을 받지 못했다.
저녁 7시, 드디어 숙소에 짐을 풀었다. 24시간 넘게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다음날 있을 시험을 위해 공부를 해야 했다. 교재는 총 다섯 챕터(Chapter)로 구성되어 있었다. 시험을 치기 위해선 각 챕터의 끝에 있는 15문제 분량의 '지식 복습'을 풀어야 했다. 시험 전날 공부하는 데는 도가 텄다고 생각했는데 체력이 부족했다. 감기는 눈을 비벼가며 문제를 풀었다. 나눠서 풀기도 하고 모르는 건 도와가며 풀었다. 세 번째 단원까지 풀었을까. 같은 방을 쓰던 친구는 먼저 잠이 들었다.
그때쯤 교재에 패턴이 있음을 발견했다. 지식 복습에는 정답이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챕터 중간에 나와 있는 '연습 문제'에는 답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지식 복습은 사실 연습 문제 중에서 중요한 문제만을 모아둔 것이었다. 상황이 쉬워졌다. 그때부터 정답 주도(solution-driven) 학습법을 적용할 수 있었다. 이 학습법은 벼락치기에 탁월한 학습법으로 아래와 같은 순서를 따른다.
1. 정답이 있는 문제(연습 문제)를 푼다. (상식의 영역으로 풀리면 좋지만 대부분 틀린다)
2. 정답 확인하고 다시 문제를 읽어본다. (이해가 될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3. 왜 그게 정답인지 책에서 찾아본다. (보통 문제의 순서와 같은 순서로 문단이 구성되어 있다)
4. 응용된 문제(지식 복습)를 푼다. (보기가 살짝 다를 수 있지만 정답은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효과는 뛰어났다. 순식간에 다섯 번째 챕터까지 풀었다. 책을 덮었다. 이제 실전만이 남아 있었다. 바다에 직접 뛰어드는 순간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