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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종 Apr 12. 2021

태양열이 생명을 구한다

햇빛으로 마실 물을 만드는 '고효율 막증류 기술'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물

물은 곧 인간에게 생명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오염된 물은 오히려 크나큰 위협으로 다가옵니다. 세계화장실협회에 따르면 아직도 배설물 처리 시설이 없어 약 700여만명이 아직도 노상에 배변을 한다고 하는데요.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의 1/4 인구(약 20억명)가 제대로 된 화장실 시설이 없이 생활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오염된 물을 그대로 식수로 이용하고 있는 거죠. 심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하네요.

영국의 의학전문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은 인류의 건강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현대 의학계의 성과 15개를 인터넷 투표에 부친 적이 있었는데요. 이 때 지난 160여 년 동안 의학 분야의 가장 위대한 성과로 ‘하수도와 깨끗한 물(개인 위생)이 항생제와 마취, 백신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깨끗한 물을 제공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에 수인성 전염병이 사라지고 인간 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수 있었다고 하네요. 그만큼 깨끗한 물은 우리 삶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원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떠할까요? 지난 2020년 인천을 시작으로 서울, 부산 등지에서 수돗물에서 유충을 발견했다는 민원이 잇달았습니다. 2019년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이후로 수돗물 안전과 관련하여 비상이 걸렸는데요. 수년째 반복하고 있는 녹조현상 문제와 함께 우리나라 수자원 안전의 위협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럴 뿐만 아니라 폐의약품을 생활 쓰레기와 함께 배출하거나 싱크대나 화장실 변기에 버리는 탓에 심각한 수질오염을 초래하고 있는데요. 진통제로 쓰이는 아스피린 성분이 전국 대부분의 강과 하수처리장에서 검출되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버린 폐의약품은 물고기 기형의 원인으로 작용하거나 항생제 성분이 물에 녹아 슈퍼박테리아를 양산하는 등 생태계 파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깨끗한 물의 필요성은 날로만 늘어가고 있습니다.

마시는 바닷물, 담수화 기술

날로 심각해지는 수질오염도 문제이지만 사막이나 섬과 같이 수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특히나 마실 물을 구하기가 어려운데요. 지구 표면의 약 70%가 물이라는데 왜 물이 부족할까요? 왜냐하면 97%가 염분이 포함된 바닷물이거나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이기 때문인데요. 염분이 포함된 바닷물은 식수나 다른 용수로도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바닷물을 그냥 마시면 안 되냐고요? 네, 절대 안 됩니다. 바닷물을 그냥 마시면 삼투압 현상으로 인해 우리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탈수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심하면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짠 바닷물을 1컵 마셨다면, 1.5L는 마셔줘야 탈수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들 하는데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 바로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해 담수로 만들어 주는 ‘담수화 기술’입니다.

1세대 담수화 기술은 ‘증발법’을 활용한 기술인데요. 이 방법은 물을 끓는 수준까지 온도를 올려야 합니다. 2세대 담수화 기술인 역삼투막법은 멤브레인을 이용하지만 고압을 주어야 하므로 에너지 소모가 매우 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막증류법’의 경우에는 증발법이나 역삼투막법보다 에너지 소모가 작은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태양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매우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태양열이 생명을 구한다, 고효율 막증류 기술

‘막증류 기술’의 원리는 무엇일까요? 바닷물을 태양열 흡수체에서 가열하여 물을 데우고 따뜻한 물이 막증류 모듈로 흘러 들어가 차가운 물과 만나 온도 차이에 의해 수증기를 만들어 냅니다. 수증기만 통과할 수 있는 소수성 분리막(멤브레인)으로 통과시켜 모은 후 응축하여 마실 수 있는 물을 생산하는 기술입니다. 여기서 분리막으로 사용하는 멤브레인은 오로지 수증기만 통과할 수 있는데요. 이 때문에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유충과 물 안의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데 매우 용이하다고 합니다.

[그림1]KIST 연구진이 개발한 Ti/MgF2 태양열 흡수체가 적용된 태양열 막증류 기술의 작동원리를 보여주는 개요도

막증류 기술은 기존의 증발법에 비하여 낮은 온도에서 구동이 가능하고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어 차세대 담수화 기술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특히나 신재생에너지인 태양열을 열원으로 이용하는 태양열 막증류 기술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방지할 수 있다는 큰 장점도 있죠. 태양열 막증류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태양열을 모아 물을 가열하는 역할을 하는 태양열 흡수체인데요. 기존 상용화된 태양열 흡수체는 태양열 흡수성능이 낮아 태양열 흡수에 필요한 흡수체의 면적이 매우 넓어야 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7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은 티타늄(Ti) 금속과 불화 마그네슘(MgF2)을 이용한 새로운 태양열 흡수체를 적용하여 물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고효율 태양열 막증류 기술을 개발했다고 하는데요. 개발된 태양열 흡수체는 기존 상용화된 태양열 흡수체에 비하여 2배 이상 물을 생산해낼 수 있는 높은 성능을 뽐냅니다.

새로운 태양열 흡수체는 간단한 방법으로도 제조할 수 있으며 우수한 태양열 흡수성능을 가지고 있어 태양열 막증류 뿐만 아니라 태양열 보일러 등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도 보입니다. 고효율 태양열 막증류 기술은 태양열을 열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인프라가 없는 고립지역에 적용할 수 있어 먹는 물이 부족한 해외 저개발 국가나 국내 도서 지역 또는 오지 지역에 담수를 공급하는 시설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오랜 기간 항해를 하는 선박에 설치하는 담수화 시설에도 쉽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물을 마시지 않고 살 수 있는 시간은 단 3일, 물은 우리에게 생명과도 같습니다. 생명과 직결된 깨끗한 물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곧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한 해수 담수화 기술 ‘고효율 막증류 기술’이 미래 물 부족을 해결하고 인류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참고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식블록,:바다 위에서 순수한 물을 얻는 방법, 해수담수화 기술

https://blog.naver.com/with_msip/222049633979

네이버 지식백과(두산백과):해수담수화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62075&cid=40942&categoryId=32335

네이버 지식백과(동영상 백과-핫클립 YTN사이언스):태양열을 이용해서 물을 정화한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6085408&cid=51648&categoryId=63595

사이언스올:상하수도, 인간 수명을 비약적으로 늘리다

https://www.scienceall.com/%EC%83%81%ED%95%98%EC%88%98%EB%8F%84-%EC%9D%B8%EA%B0%84-%EC%88%98%EB%AA%85%EC%9D%84-%EB%B9%84%EC%95%BD%EC%A0%81%EC%9C%BC%EB%A1%9C-%EB%8A%98%EB%A6%AC%EB%8B%A4/

사이언스타임즈: 고효율 태양열 흡수체 개발…해수담수화 효율 2배 높였다(2020.7.3.)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A%B3%A0%ED%9A%A8%EC%9C%A8-%ED%83%9C%EC%96%91%EC%97%B4-%ED%9D%A1%EC%88%98%EC%B2%B4-%EA%B0%9C%EB%B0%9C%ED%95%B4%EC%88%98%EB%8B%B4%EC%88%98%ED%99%94-%ED%9A%A8%EC%9C%A8-2%EB%B0%B0-%EB%8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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