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유매연 대학생 여성기후운동가 인터뷰
처음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진 건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이었습니다. 독서실을 가는 길이 너무 추워 막연히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도 바꿔줄 수 없다면 내가 직접 해보자"라는 생각에 환경과에 입학했죠. 하지만 막상 대학에 오니 환경공학과에서 환경학을 공부했지만 기후위기를 심도있게 다루지 않았고, 이 기후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더더욱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이미 벌어진 일, 이미 연구가 긑난 일이라고 이야기되는 현실에 좌절과 상실감을 느꼈죠.
그러던 중 기후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과학기술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기후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가 무엇인지, 누가 기후위기를 만들었고 방조하고 있는지 토론하고 배웠습니다. 기후위기는 막연하게 '우리 모두의 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 의한 위기이고 누구를 위한 해결인지'를 명확히 해야 해요. 결국 기후위기는 과학적인 문제를 넘어선 정치적, 사회적 문제죠.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가 오히려 명확해졌고, 그렇게 기후운동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사실 기후위기는 옛날에도 심각한 문제였어요. 우리 모두가 인지하기 이전에도 말이죠. 분명 기억을 더듬어보면 가끔씩 '심각한 지구온난화, 이대로 괜찮은가?' 등의 뉴스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이미 그때부터 돌이킬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의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하고, 왜 심각한지는 간단히 말할 수 있어요. 이미 우리가 피부로 기후위기를 느끼고 있잖아요? 기존의 지구온난화가 심각하다 정도에서는 여름이 길어지고 봄이 짧아지고 있다 하더라도 피부로 그 변화를 체감하진 않았어요. 봄꽃의 개화시기가 빨라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당장 내 눈에 보이는 변화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달라요. 당장 우리의 햄버거에 양상추가 사라졌고, 딸기 재배도 어려워졌어요. 기록적 폭우와 폭한, 폭염, 폭 설등 극한 기후현상은 이제 말할 것도 없죠.
저는 사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넘어섰다고 생각해요. 지난 IPCC 6차 보고서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지표면의 온도상승을 멈춘다고 하더라고 몇가지 변화는 수천년간 지속될 것”라고 했어요. 이제 우리는 빙하 전체가 녹는 순간을 경험할 것이고, 양상추가 아니라 쌀이 우리 밥상에 오르지 못하는 순간을 경험할 수도 있어요.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가 아무리 이산화탄소를 감축해도 이러한 변화 중 몇가지는 막을 수도 없을지 모른다는 것이에요.
만약 다시 예전으로,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기후로, 지구의 평균온도를 다시 1.0도 낮춰 1800년대의 지구로 돌아갈 수 있냐는 질문이라면 해결 불가능하다고 답할 거에요. 하지만 기후변화 문제는 단순히 기온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받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 생물들이 문제입니다. 그들의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 진짜 문제라고 생각해요.
산업전환으로 인해 해고의 위험에 노출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 해안가 주민이거나, 지하 또는 옥탑등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후에 취약한 주거에 거주하는 사람들. 30년후 미래를 상상하기 어려운 청년, 청소년들.인간의 산업활동으로 인한 기후위기로 멸종위기에 놓여있는 동식물들. 이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이 기후위기 해결의 첫번째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생각을 바꾸면 지구의 온도를 더 이상 올리지 않으면서 저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해결”은 너무나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의로운 산업전환으로 기존의 석탄화력발전과 핵발전을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환하면서 동시에 기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문제를 해결하면 됩니다. 기후위기 취약 주거 계층에게 안전한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집값을 잡고, 이는 집의 공정한 분배로 가능하죠. 말만 들으면 어려울 것 같지만 정치의 변화는 이를 순식간으로 앞당길 수 있어요. 가령, 개개인에게 텀블러를 들고 다니라던 캠페인은 변화가 더디지만, 정부가 매장 내 플라스틱컵 금지 정책을 내니 변화는 순식간이었잖아요?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건 어려울지 몰라도, 이 속도를 늦추고 동시에 기후위기 취약 계층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기후위기의 해결은 늦지 않았고 가능해요.
사실 기후운동은 정말 어려워요. 우리의 투쟁이 당장 지구의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니 매일이 계란이 되어 바위를 치고 있는 듯한 느낌이죠. 거대한 벽이 있는데 무너뜨릴 수 없는 운동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리고 전 매일 내일이라도 당장 지구가 멸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의 기후위기는 그만큼 심각하니까요. 1.5도의 티핑포인트 역시 인간이 정한 기준이니 지구가 어떤 변화를 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꿈꾸기 위해선 현재의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한 그 길에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이 매일 늘어나기 때문에 거대한 어려움을 느껴도 행동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그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라 생각해요. 모든 통계자료가 말하듯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발생량 1위는 발전산업입니다. 전국민이 전기를 아껴쓰는 문제가 아니라 발전 방식을 바꿔내는 것은 아주 중요하죠.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는 것 보다 10,000배는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석탄화력 발전소를 폐쇄하는데에 망설일 이유가 없어요. 발전산업에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여내는 것은 탄소중립의 시작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소외받는 노동자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해요.
기후위기가 주요 의제가 된 대선은 처음이에요. 누구나 기후위기를 말하지만 누구도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말이죠. 그러나 이번에는 달라요. 정말 누구나 기후위기를 말하고 있어요. 하지만 제대로 된 해결을 말하는 사람은 없어요. 지금의 구조를 유지하는 것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것이 기후위기이기도 하니까요.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 탄소중립을 말했지만 여전히 변한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기후 악당국이고 그나마 제출한 탄소중립시나리오는 허황된 꿈만 이야기하고 있어요. 진짜 변화는 이번 대선에서 시작될 거에요. 누구도 기후위기로부터 소외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 후보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 변화의 시작입니다. 이윤을 누군가가 독식하고, 기후위기에 기여한 자들이 떵떵거리고 사는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변화를 만들 그런 기회 말이에요.
기후위기 해결을 제대로 이야기하고 있는 후보를 뽑아야 해요. 기후위기의 해결은 앞서 말한 것처럼 산업전환이 다는 아닙니다. 이미 불평등한 기후위기의 피해가 전환되는 과정에서 더욱 불평등하게 주어져서는 안됩니다. 기후위기에 기여한 자들이 책임지는 사회, 누구도 기후위기 해결에서 소외받지 않는 사회, 산업전환 과정에서 누구나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해야 합니다. 기후위기 해결은 20년, 30년에 걸쳐 말할 수 없어요. 이미 우리는 위기의 한복판에 서있기 때문이죠.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변화, 그 와중에서도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변화를 말하는 후보를 뽑아야 해요.
실제로 지난 시사IN에서 발행한 2022 대한민국 기후위기 보고서를 보면 "이번 대선에서 나와 정치적 성향이 달라도 기후위기 해결에 앞장서는 후보가 있다면 지지하겠다"라거나 "나에게는 이번 대선에서 다른 어떤 공약보다 기후위기 공약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거의 40% 가까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과거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죠. 하지만 거대양당이 독식하고 있는 현재 정치구조에서는 소신투표를 하는 것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최초의 '기후정치 세력'이 결집하고 있는 첫 대선인만큼 기존의 관행을 충분히 깰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 선거권 제한연령이 하향된 것도 이번 대선에 영향을 줄 것이라 예상하고요. 특히, 청소년기후행동에서 실시한 '기후정책 비전 검증고사'에서 거대양당의 후보들을 모두 제치고 진보당 김재연 후보가 1등을 차지했다는 점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참고 : http://planet-times.com/1159
기성세대가 일궈놓은 세상을 살고있는 우리지만 애석하게도 미래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촛불혁명과 여성운동을 통해 여러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절대 내려올 것 같지 않던 박근혜 정권은 국민의 손에 탄핵되었고 영원히 소외되어 있을 것 같던 여성들은 세상 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우리가 만들었던 변화는 정말 무시무시한 일이에요. 아직도 세상을 들썩이고 있죠. 우린 분명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나 한 명의 변화를 넘어서 정치구조를 바꾸고 야만적인 자본주의 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을 말이죠. 누군가 대신 나의 미래를 바꿔주지 않습니다. 세상을 바꿀 사람에게 투표하고, 함께 행동하는 것이 지금의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만들 유일하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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