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기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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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 가면서 인간관계가 바뀌는 모습을 지켜보면, 결국 나누기라는 과정이 필요해진다는 걸 깨닫게 된다. 예전에는 친구 1과 친구 2를 알고, 여기에 나는 알지만 친구 1,2를 모르는 친구 3까지 섞여도 서로 어색함 없이, 다 같이 어울리는 게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낯선 이와의 만남을 꺼리게 되었고, 나 또한 사람을 나누어 보기 시작했다. 나이, 직업, 성별, 취미 등 다양한 기준이 있을 수 있었지만, 내가 최종적으로 고른 기준은 "얼마나 자주 만나고 연락하는가"였다. 단순하지만 아주 명료한 기준이다.
물론 프로그래머 같은 히키코모리 성향이 강한 사람에게는 이러한 만남 자체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만나고 싶고, 시간을 내서라도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돈이 많거나 외모가 빼어나서가 아니라, 자기만의 길을 열정적으로 걸어가고, 의롭고 도전적인 삶을 살아가는 매력적인 이들이다. 결국 이런 나누기 과정을 거치며, 나도 인간관계에서 분명한 선을 긋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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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장면을 떠올려보면, 키스나 포옹, 함께 여행을 가는 등 다양한 행위를 통해 관계의 경계선이 그려지곤 한다. 실제로도 모든 관계는 다양한 기준으로 선을 그으며, 가장 기본적인 선은 대화의 질에서 갈린다. 예를 들어, 우리는 보통 대화에서 심한 욕설을 삼가지만, 인터넷에서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끼리 욕설을 주고받는 일이 다반사다. 정치, 종교, 성별처럼 민감한 주제에서 감정을 쏟아내더라도, 결국 선을 지키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상대가 내 지인이나 친척일 수도 있다는 생각 하나가 행동을 바꾸기도 하니까.
나는 원래 "사람을 나누면 안 된다"라고 믿었다. 모두가 평등하고, 서로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무거웠다. 평화를 추구하던 여행자가 인도에서 살해당한 사건을 접했을 때, 그리고 오랫동안 분단된 남북관계를 보며, 세상 모든 사람이 함께 어울리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38선을 그은 것은 사실 강대국이지만, 그것을 지금까지 지우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그 선 보다 중요한 것들을 하라고 시간이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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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라는 제한 요소도 사람을 나누는 데 크게 작용했다. 내 시간이 유한하다는 걸 알게 되자, 무작정 모든 사람에게 시간을 쏟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만의 선을 그으며, 만남과 관계를 조절하게 되었다.
물론 가끔 선을 넘어서는 사람도 있다. 타인을 위해 자기희생을 감수하는 의인들이다. 하지만 그들조차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그런 행동을 한다. 착하게만 살아서 피해를 본다는 말도 결국은 "착하게 사는 것이 자신의 내면에 평화를 주기 때문"이라는 선택의 결과다. 때때로 사람은 선택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누구에게는 악인인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은 결국 정보의 부족과 인간의 불완전성에서 비롯된 혼란이다.
우리에게 시간이 무한정 주어진다면, 모든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살인자를 이해하려면 그의 환경, 심리, 주변 상황 등 모든 것을 알아야 하지만,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앞으로 AI가 발전해 높은 확률로 인간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되더라도, 이해의 방식이 다른 인간들은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우리는 나누기와 선 긋기가 불가피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선을 어떤 기준으로 긋느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정말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와 삶의 방식을 얼마나 지키느냐 하는 점이다. 시간을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면, 선 긋기는 자연스러운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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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너무 보고 싶어 4시간 거리를 운전해서 간다고 했는데 친구가 거절했다. 최근 그 친구는 이혼하며 자식과도 따로 살아야 하는 상황이었고, 기러기 아빠로 열심히 돈만 벌어 주고 잠만 자던 친구였다. 당연히 엄마와 자식이 더 친할 수밖에 없었고, 엄마의 외도에도 친구가 덮어 줬는데, 횟수가 잦다 보니 결국 온 가족이 알게 되어 이혼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아이는 아빠가 그런 것으로 알고 친구도 그렇게 알려지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아이가 많이 컸을 때 말해준다고 했다. 비슷한 케이스가 3 케이스 더 있다. 다들... 사람을 점점 피하게 되는데 굳이 내가 어렵게 선을 긋고 그 선 안에 두려고 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다른 카테고리로 간다.
어떤 친구는 어릴 때부터 알다 중학교 때 루게릭 병으로 떠났는데 그 어머니를 대학교 졸업 때까지 뵈었는데, 어느 날 어머니께서 더 이상 안 와도 된다고 하셨다. 당연히 나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 이제 잊고 싶다고 하시고, 날 보면 친구가 계속 생각난다고 하셨다.
이제 마흔 중반이긴 하지만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각자의 이야기로 사람들과의 선이 생길 것이다. 그중에 사실 내가 그은 선은 몇 안된다. 소시오패스들이 이용해 먹고 버리고 돈을 더 벌 수 있는 사람들하고 관계를 새롭게 맺을 때, 갈아치워져 버리거나 그런 권력이라도 잡고 싶어서 버려졌던 이들이 다시 배신을 할 때 어쩔 수 없는 굵은 선들이 생긴다. 데스노트가 있다면 다 적고 싶을 정도의 카테고리 선에 존재하는 사람들도 있다. 선 긋기로 생긴 어떤 카테고리에는 분명한 어둠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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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명언이 많다. 독약을 먹고 남이 죽길 바란다면, 잘못된 것이다. 복수심은 독약이다. 라던지. 찻잔이 뜨거우면 놓으면 되는데 그걸 계속 들고 뜨겁다고 한다는 말, 혹은 그 말이 변형되어 이야기되는 수많은 명언들 말이다. 그러나 나에게 시간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면, 복수보다는 사랑을 택할 것이다. 사실, 옛날 사람들 통념으로, 또 멋지게 책을 통해 배웠다고 하고 싶지만, 토르:러브&썬더 영화가 전해주는 메시지에서 배운 것이다. 내가 잘살면 복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복수는 해야 복수다. 다만, 일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께서 대부분 돌아가신 지금. 어릴 적 헤어진 북한의 이산가족이 대부분 돌아가신 지금. 그 후손들은 선조 때부터 내려오는 복수심을 마음에 담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다. 교훈을 얻고 역사를 지우지 않고 계속해서 되뇌면 된다.
혹시, 인생에서 나쁜 경험으로 당신이 쓰레기 같은 인간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뜨거운 찻잔을 못 놓기 때문이 아니라 진짜 피해를 입어서 피해의식이 생긴 것뿐이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런 선 아랫사람과 보낸 시간 자체가 인생의 어두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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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좋은 시계를 사도 시간은 살 수 없다. 문제는 시간의 중요성을 아무리 안다고 해도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 그리고 전 글에서 이야기한 회피하는 구체적 방법은 시간을 잘 쓰기 위해서 진실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어차피 넌 돈 때문에 사람 이용한 것이잖아. 네가 살려고 말 바꾸기 한 것이잖아. 틀린 네 주장이 맞게 하려고 비슷한 악마들과 그룹을 이루는 것이잖아.라고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 스트레스받을 필요도 없다.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아니라 자신에게도 하면 좋다. 어차피 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잖아. 어차피 내가 원하던 것이었잖아. 등, 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면 된다. 진실을 알면, 자연스럽게 그어진 선이 보이고, 시간이 매우 절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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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껏 내 인생보다 누군가를 위한 인생을 위해 살았다고 해도 될 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막상 돌아보니 어떤 선 자체가 없었고 나와 동일시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 자신이 아닌 이상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결국 타인이며, 선은 존재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어진 선에 대한 진실을 분명히 봐야 한다. 그 선을 바꾸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또 충분한 시간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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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사례로 가보면, 알코올 중독자는 시간을 아무리 들여도 고칠 수 없다. 단지 늦출 뿐이다. 내가 선을 긋지 않으면, 내가 지켜야 할 누군가가 이제 피해를 본다.
그래도 돈 번개 짱땡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들과는 가까이 지낼 필요가 없다. 어차피 그들의 가치관은 평생 바뀌지 않으며, 매력적이지 않은 그들의 삶과의 교집합에서 재미나 즐거움도 없고, 배울거나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가끔 바란다. 내가 생각했던 선의 위치가 틀리고 그들의 더 가까이 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나 이제 나에게 시간이 많이 없기 때문에 38선 같이 깊게 생긴 선은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고, 내 시간에서 케어할 수 없는 사람들과는 확실히 선을 긋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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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블랙리스트를 정리할 날이 온다면, 지성에 대한 탐구가 막바지고 시간이 얼마 없어서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 이제 실행을 해야 할 때일 것이다. 수많은 독립투사들의 이야기가 그들의 젊은 날에 이루어진 이유는 그들의 시간보다 조국의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점이다. 그들이 만들어준 이 시간 위에서 글을 쓰는 것에 매우 감사하다. 얇은 선부터 매우 거창한 선까지 다양한 선이 있다. 선한 사람들에게는 선 긋기가 없다. 우리 모두의 어릴 적 모습이었다.(성선설 기준이고 성악설 기준으로 하면 어릴 때부터 선은 그었다) 선이 없으니, 타인의 고통이 곧 자신의 고통이고, 타인의 행복이 곧 자신의 행복이다.
결국 우리는 각자의 시간, 가치관, 경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선을 긋고 그것의 영향을 받는다. 그 선이 때론 아프고 때론 우리를 보호해 주기도 한다. 내가 진정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그 선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은 분명 필요하기에 이 주제를 던져본다.
"나누기" 라는 단순한 주제에 수 많은 이야기가 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다음 글은 실패 계획 세우기다. 건강 챙기고, 소소한 행복을 위해 여러 객체(사람, 시간, 현상, 공간...)들을 나누는 것은 진정한 행복을 위한 베이스다. 실패 계획이야말로 이 두 조건에서 하루하루 행복하기 위한 완벽한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