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성인이 되면서부터 꽤나 최근까지 '오늘'을 살지 않았다.
꽤나 어렸던 고 2때 예체능으로 전향하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대학 원서도 내가 원했던 그 학교, 그 학과만 달랑 냈었다. 무려 13년 전인 그때가 내 생에 가장 열심히 살았던 시간이 될 줄이야. 그때부터 글로 쓰면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여고생 답게 목표 노트에 수능 과목별 점수에 마지막 줄에는 **대학교 **학과를 적어가면서 간절한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하지만 1차 합격 발표가 났던 2002년 12월 30일, 합격 통지를 문자로 확인하는 순간 나의 불타는 확신은 사그라들고 말았다. 왜인지 '해냈다!' 라던가, 간절히 바라던 것을 이루었을 때 느낄 법한 짜릿함은 없었다. 오히려 덤덤했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문득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건 이게 아닌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4년의 대학생활과 1년의 휴학 생활은 합격 문자를 받았던 그 날처럼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지나갔다.
다른 학과보다 돈이 두 배에서 세배까지 많이 들기에, 아닌 것 같으면 친구 M처럼 내 갈 길을 찾았으면 좋았을 것을 재능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흐리멍덩하게 시간을 보냈다. 제대로 방황을 했더라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그러다 4학년 2학기에 반 천만 원 가까운 돈을 들여 졸업전시를 준비하며 또 한 번의 확신이 왔다. 나는 이 길이 확실히 아니라는 것을. 졸업과 동시에 '예술'은 접어야겠다고.
그렇게 나는 휴학 1년까지 합쳐 5년의 시간 동안 부모님 등골을 잔뜩 휘게 만들어놓고 새로운 분야를 찾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도 매력을 느끼는 분야를 비교적 빨리 찾았고, 어쩌다 보니 그 분야에서 조건이 나쁘지 않은 직장에 들어가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제대로 된 경력이나 강점도 없던 갓 졸업한 생 신입으로서 그 이상의 베스트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나는 출근 첫날부터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어쩌다 보니 여전히 같은 곳에 매일 매일 출근을 하고 있지만, 중간에 1년 반을 쉬고, 부서 이동도 거치면서 계속해서 '내가 있을 곳'을 찾고 있는 중이다.
그리하여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12년 간, 대부분의 시간은 '지금'과 '여기'를 살기보다 '어딘가'에 있을 '내일'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야 내가 살 수 있는 건 오직 '오늘' 뿐이라는 걸 깨닫고 되도록 '지금, 여기'에 최선을 다해 살아있으려고 노력 중이다.
오늘을 하찮게 여기던 나였지만 돌이켜 보니 시간이 지나면 다 그리운 순간이었다.
더 노력하고 생생하게 살아있지 못했던 젊음이 그저 아쉽기만 한 시간이더라.
청춘이기에 고민하고, 더 나은 답을 찾아 헤매고, 별 볼일 없는 현실이 안쓰럽고 가끔은 비참하기도 해서 미치도록 이 순간을 벗어나고 싶지만 늘 나에게 돌아오는 답은 하나였다.
언젠가 그리워질 오늘, 그러니까 힘내자!
20대였던 나에게 하는 말이자 앞으로의 나에게 계속해서 해주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