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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후 Sep 01. 2021

영화 리뷰 <맨 인 더 다크>

숨 쉴 수 없는 88분, 꼭 봐야 할 공포 영화

<맨 인 더 다크 2>의 개봉을 즈음하여 도움이 될까 싶어 쓴 1편 리뷰. 디트로이트란 도시의 상징성까지 다룰려고 하다가 길어질까봐 뺐다. 언젠가 디트로이트를 무대로 한 영화들을 쓸 적에 써먹을 생각이다.


1편의 가장 큰 장점은 가택 침입 장르의 전형성을 깬 건데 2편은 1편의 설정, 장면 등을 또 다른 형태로 변주한다. 그리고 스티븐 랭은 절대 건드려선 안될 인물임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리암 니슨보다 더 무섭다.



디트로이트를 무대로 빈집털이를 하는 록키(제인 레비 분), 알렉스(딜런 미네트 분), 머니(다니엘 조바토 분)는 전쟁에서 시력을 잃은 퇴역 군인으로 아내와 딸마저 세상을 떠나 홀로 남은 노인(스티븐 랭)의 집에 30만 달러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마지막 한탕을 준비한다. 모두가 잠든 새벽, 일당은 몰래 침입하는 데 성공하지만, 잠든 줄 알았던 노인이 깨어나며 상황은 순식간에 변한다. 노인의 집은 출구 없는 지옥으로 변하고 간신히 도망친 지하실에서 노인이 감췄던 충격적인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


따뜻한 안식처인 집에 낯선 사람이 침입한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사람들이 느끼는 가택 침입의 두려움을 일찌감치 알았던 할리우드는 <냉혈한>(1967), <어둠의 표적>(1971), <어둠 속에 홀로>(1982), <퍼시픽 하이츠>(1990) 등 일명 'Home Invasions(가택 침입)' 영화를 꾸준히 만들며 단골 소재로 활용해 왔다. 최근엔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2008)과 <더 퍼지>(2013)가 대표적인 가택 침입 장르에 속한다.


영화 <맨 인 더 다크>(2016)는 가택 침입 영화의 고전적인 개념은 가져오되 그것을 <나 홀로 집에>(1991)처럼 영리하게 뒤집어버린다. 10대 빈집털이범들은 텅 빈 동네의 마지막 주민이며 혼자 살고, 심지어 시각장애인인 노인의 돈을 훔치려고 한다. 여기까진 시력을 잃은 여자 수지(오드리 헵번 분)의 집에 낯선 자들이 침입하는 내용의 <어두워질 때까지>(1967)를 연상케 하는 설정이다. 


세 사람은 식은 죽 먹기라 여기고 노인의 집에 들어갔지만, 몇 가지 사실을 간과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약한 줄만 알았던 노인은 탄탄한 근육과 엄청난 괴력을 소유했다. 청각 능력도 일반인의 몇 배에 달한다. 하나뿐인 딸을 교통사고로 잃었건만 사고를 낸 여자가 재력을 이용해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아 분노에 휩싸여 있다. 반드시 숨겨야 할 비밀마저 존재한다. 뒤늦게 위험성을 깨달은 빈집털이범들은 노인과 개의 공격을 피해 집에서 탈출하고자 사투를 벌인다. 그렇게 이야기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역전시키며 한 치 앞을 모르게 흘러간다. 


 

눈먼 노인의 집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록키, 알렉스, 머니가 노인의 집에 몰래 침입하는 장면은 가택 침입 장르의 걸작 <패닉 룸>(2002)의 오프닝 시퀀스의 영향을 받은 듯한 3분여 롱테이크로 구성됐다. 카메라는 문, 복도, 옷장, 노인의 침실 등 (지하실을 제외한) 집안 곳곳을 살피며 보안 키패드의 위치, 바닥에 떨어진 깨진 유리 조각, 벽에 걸린 망치, 침대 밑에 있는 총 등 이후 전개에 중요한 요소가 되는 소품들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맨 인 더 다크>는 샘 레이미 감독의 고전 <이블 데드>(1981)를 성공적으로 리메이크한 <이블 데드>(2013)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페데 알바레즈 감독이 연출했다. 공간과 소품, 그리고 시청각을 활용하여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연출력은 실로 빼어나다. 각본엔 <이블 데드>를 작업한 각본가 로드 사야구에즈가 다시금 참여했다. 두 사람이 작업한 <맨 인 더 다크> 시나리오는 록키, 알렉스, 머니는 단순하고 바보 같은 도둑으로 그리지 않는다.


머니는 돈에 대한 탐욕으로 가득하다. 아버지가 일하는 보안 경비 회사의 보안 카드를 훔쳐 침입을 돕는 알렉스에겐 록키를 향한 짝사랑이 느껴진다. 록키는 불행한 디트로이트 생활을 청산하고 여동생과 함께 캘리포니아로 도망치고픈 마음뿐이다. 노인이 육체적으로 눈이 멀었고 정신적으로 복수에 눈이 멀었다면 록키는 탈출, 알렉스는 사랑, 머니는 돈에 눈이 먼 상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인물들 사이의 선악 구별이 없고 도덕성의 경계조차 모호하다는 것이다. 특히 노인과 록키가 그렇다. 두 사람은 자신이 희생자이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부당한 방법으로 취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집에 침입한 나쁜 사람과 그 집에 사는 나쁜 사람을 보며 관객은 도대체 누구를 응원해야 하는지 망설여지게 된다. 페데 알바레즈 감독은 "누가 영웅이고 누가 악당인지 생각하게 하는 점들이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할리우드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서프라이즈'와 '서스펜스'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영화 속 인물들이 테이블에서 포커를 하던 중 갑자기 폭탄이 터지면서 모두 죽으면 관객들이 깜짝 놀라는데 이것은 '서프라이즈'다. 반면에 관객들이 테이블 밑에 설치된 폭탄을 미리 알고 점점 폭발 시간에 가까워지는 걸 보여주며 긴장시키는 건 '서스펜스'다.


<맨 인 더 다크>에서 노인이 지하실의 불을 끄며 이뤄지는 암전 장면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서스펜스' 정의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관객은 볼 수 있지만, 주인공들은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맨 인 더 다크>에 "서스펜스의 새로운 거장, 페데 알바레즈", "알프레드 히치콕과 데이빗 핀처를 섞어 놓은 감독", "긴장감 넘치는 히치콕 스타일의 스릴러"란 해외의 평가는 영화의 장점을 꿰뚫어 본 결과다. 


<맨 인 더 다크>는 반드시 봐야 할 공포 영화다. 원제 < Don't Breathe >처럼 숨죽이고 지켜보는 88분을 확실하게 보장한다. <캐빈 인 더 우즈>(2012), <컨저링>(2013), <오큘러스>(2013), <팔로우>(2014), <더 위치>(2015), <라이트 아웃>(2016), <겟 아웃>(2017), <그것>(2017), <유전>(2018) 등과 함께 2010년대 할리우드 공포 영화 걸작선에 반드시 넣어야 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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