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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 연습, 어디까지 해야 할까

by 자향자

21.0975km의 거리를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을까? 이렇게 되묻고 싶다. 못 할 이유는 또 어디에 있을까. 10km 마라톤 정복을 위해 꾸준히 연습해 온 당신이라면 분명 해낼 수 있다. 이제껏 여러분이 살아온 인생에 비하면 하프 마라톤 즈음은 아무것도 아니다.



또한 이미 10km 고지는 밟아봤으니, 그 정도의 거리는 몸이 조금 고될지는 몰라도 입술을 질끈 깨물면 달릴 수 있는 거리라로 아마 여러분의 뇌는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축하한다. 여러분은 뇌를 속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작은 성공 경험을 쌓아가면, 뇌는 이를 성장의 기회로 인지해 긍정적으로 반응한다고 한다.



이제 본격적인 하프 마라톤 준비를 위해 이제 거리를 늘려야 할 시간이다. 10km의 두 배나 되는 거리를 연습 한번 없이 무작정 출전할 경우, 완주를 할 수 있을지 모르나, 굉장히 고통스러운 시간으로 채워질 것 또한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몇 차례의 장거리 훈련을 진행한 이후 하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것이다.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럼 어느 정도의 거리까지 뛰어보고 가는 게 좋을까. 21.0795km의 거리를 완주하기 위해 최소 15km 이상은 뛰어보는 것을 권한다. 왜 하필 15km일까. 체력적으로 심리적으로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도 같다. 심리적으로 15km까지 러닝을 하게 된 이후, 더욱더 자신감이 붙었다. 나머지는 ‘어떻게든 뛸 수 있겠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탄력을 받아 하프 마라톤 완주까지 신체적, 정신적으로 완성도를 높여가는 훈련을 진행하자.


여기서 명심할 게 하나가 있다. 제발 무리는 하지 말자. 내 예를 한번 들어볼까? 대회 참가 전, 하프 마라톤 거리를 모두 뛰어보고 싶은 생각에 대회 7일을 남겨두고, 21.0975km의 거리를 연습 삼아 뛰었다. 어떻게 됐을까? 완주에 대한 만족감도 잠시, 몸에 이상 신호를 발견했다. 부상을 얻은 것이다.


발목 통증이 심해 이후 대회 날까지 내리 6일을 뛰지 못했다. 최종 연습을 못 했으니 불안하지 않았겠는가. 하마터면 대회에도 참가도 못 할 뻔했다는 이 사실을 여러분에게 꼭 말하고 싶었다. 무리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데도 이 거리를 정복하고 싶다면, 최소 대회 10일 전까지 딱 한 번 뛰고 가는 것을 권한다.


다시 한번 말한다. 전혀 무리할 필요 없다. 7할 이상의 거리를 뛰어봤다면, 그 경험 자체만으로 하프 마라톤 완주는 시간문제다. 지금부터 장거리 연습을 시작하자. 12km, 15km, 18km까지 뛰어보며 자기만의 러닝 리듬을 익히고 되새기자.



“탁월함은 행위가 아닌 습관이다.”라고 아리스토텔레스도 말하지 않았던가. 연습 없이 이루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무엇이든 과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달려온 과정이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는 중요한 한 달이 될 것이다. 고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설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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