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요일, 원고 3차 수정을 마치고 출판사 편집자에게 회신을 보냈다. 총 5차 시의 원고 수정 일정 가운데 어느덧 탈고까지 6부 능선을 넘어선 셈이다. 매번 느끼는 감정이지만, 도저히 못할 것 같았던 숙제더미들을 하나씩 해내고 최종 수정본을 편집자에게 보내는 날은 후련하기 그지없다. (못 해낼 것이 없는 인간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느낌이다.)
편집자에게 회신을 보낸 날은 마음이 한결 가볍다. 출판사가 보낸 미션을 여봐란듯이 수행해 냈고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야 당일 보완 요청은 들어올 리 없다. 하루 정도는 긴장했던 정신의 끈을 살짝 놓기도 할 수 있으니 이는 출간 준비 중인 예비 작가들에게는 마치 하루 짜리 휴가와 다를 바 없다.
이번 3차 원고 수정은 보다 까다로웠다. 2차 원고 수정 시 출판사는 내게 책을 더 풍성하게 만들기 위한 이미지 자료 등을 추가 요청했었다. 그들의 요구에 따라 머리를 쥐어짜 내며 새로운 이미지와 글을 더 담아냈었다. 나름 만족한 결과물을 제출했다 여기며 기다렸던 회신의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이미지가 통일되어 있지 않음.' / '추가로 무엇을 만들었으면 좋겠음' 역시나 출판사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어느 정도 틀이 잡혔겠거나 했던 나의 바람이 또다시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회신을 받고 하루 이틀 별다른 작업을 하지 않았다. 그저 어떤 내용을 추가로 담아야 하는지 그리고 이미지는 어떤 방식으로 다듬어야 할지의 고민만 이어졌다.
동남아의 어느 나라의 날씨처럼 습하기 그지없는 요즘의 날씨 덕분에 한층 예민해져 있던 터라 잠깐의 쉼도 필요했다. 그럼 이번 난관을 타개해 나갔을까? 벤치마킹을 하기로 했다. 다른 책들을 훑어보며, 이들은 어떤 이미지를 담았고 표현방식은 또 어떠했는지 살펴봤다. 그리고 내 나름의 조합을 시작했다.
밋밋한 사진들은 수채화 느낌으로 바꾸고, 혹시나 공무원의 세계에 궁금해할지 모르는 몇몇 이들을 위한 정보를 따로 뺴 담아냈다. 제1장부터 5장으로 구성된 나의 원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봤음은 당연지사다. (이즈음 되면 원고는 오탈자 정도를 체크해야 함이 마땅하나 여전히 문장을 뜯어고칠 곳이 여럿 보였다.) 밋밋한 문장을 다시 고쳐도 여전히 밋밋하지만, 전보다는 그래도 좀 봐줄만했다.
예비 작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의 원고를 어느 누가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원고로 만들어야 한다. 뚝뚝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이어지는 문장을 만들어내는 최우선 사항이 되겠다. 문장의 기교는 그다음에 부려도 된다. 독자들은 어디서 본듯한 익숙한 문장을 좋아한다. 쉼 없이 읽어나갈 수 있도록 가장 편한 글을 써내는 게 우리 예비작가들이 할 일이다. (내가 매일 지적받는 사항이다.)
'까짓 거 하면 되지.' 싶지만 막상 교정을 하다 보면 생각만큼 매끄럽게 다듬어지지 않는다. 일기 그리고 블로그는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 문장이 어색해도 상관없고, 오탈자가 있어도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책은 다르다. 나 중심의 글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 중심의 글을 철저하게 전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정 중에 시행착오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원고를 쓰고 있거나 혹은 예정 중에 있는 이들이라면 이 부분은 다시 한번 눈 여겨보자.
심혈을 기울였지만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 3차 수정 원고를 출판사로 회신했다. 호기롭게 시작한 나의 두 번째 종이책 출간은 성공리에 마무리될 수 있을까. 지난 금요일 4차 수정 요청 메일을 받았다. 편집자는 나에게 또 어떤 메시지를 전했을까. 사실 두려운 마음이 더 크다. 교정볼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실패는 고통스럽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지 못했음을 깨닫는 것은 몇 배 더 고통스럽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내가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