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 간의 방랑. 아니, 낯 선 곳에서의 정착 비슷한 머묾. 기간 한정이었지만, 쭉 머물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느끼게 해준 언젠가, 다시 돌아 올 것만 같은 고향 같은 그리움을 가득 품은 제주도의 협재 해변.
그냥 이렇게 멍텅구리 처럼 바다만 바라보며 살고 싶다고 천 번 이상은 중얼거린 것 같다. 매일 다른 빛깔의 바다와 파도와 그 소리와 반짝임, 다르게 어우러진 비양도. 아침의 유쾌 상쾌한 색의 바다와, 오후의 비교적 선명한 바다, 그리고 어김 없이, 혹은 늘 유일하게 물드는 노을이 드리운 바다. 냄새도 빛깔도 선명함도 다른 밤바다. 매일 다른 달빛, 별빛, 그리고 파도. 이러다 미치는 건 아닐까 싶을 만큼,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게 하던 곳. 마치 어떤 예언처럼 언젠가 긴 여행을 마치고 당연히 다시 돌아가게 될 곳이라 여겨졌다. 아마 돌아오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또한 근처 오름에 올라,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고 내려다보는 소박한 제주도의 모습은 나를 사로 잡았다. 낮에 다르고, 석양 때 다르고, 또 밤이 되면 다른, 날씨에 따라 또 다른 양파 껍질 뺨 치는 제주. 이렇게 나를 홀리는 남자가 나타나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너와 같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고 몇 번이고 이야기 했지.
나를 비롯하여 수 많은 관계에 다치고, 일에, 삶에 지친 사람들이 홀린 듯이 찾아와 말 그대로 홀리고 마는 그런 곳. 그리고 의심 반, 기대 반으로 못이긴 듯 찾아온 이들에게, 어김 없이 치유와 예상치 못한 선물을 주는 그런 곳. 세상의 모든 일을 그만 둔 사람들이나, 그만두고 싶은 사람들이 다 모여 있는 것 같던, 주의의 시선에서 너무나도 자유로운 지상낙원 같은 섬. 나도 수 많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홀렸고, 치유 받았고, 사랑하게 되었다.
한 달을 그렇게, 그리 여러 곳을 찾지 않은 채, 매일 같이 협재 바다와 비양도와 금오름 만을 사랑하는 데에도 부족한 시간을, 늘 감탄을 자아내는 이 곳에서 나는 무엇과 빗대지 않고도 절대평가 120%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