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용현 Jul 27. 2018

옷깃을 여미고

큰 소리 외쳐 본들 별것이더냐
힘 꽤나 써 본들 별것이더냐
위세 등등 고개 쳐들어 본들 별것이더냐

자기 잘난 맛에 산다고 한껏 곧추세워 본들 별것이더냐  


드높은 푸르른 하늘에 
떠도는 흰구름 한 조각 만도 못한 것을


하늘 높이 치솟아 올라 
한바탕 긴 울음 토하는 
한 마리 새 만도 못한 것을


아침에 잠깐 피어올랐다 스러지는
안개 만도 못한 것을


바람 불오면
흩날릴 티끌 한 조각 만도 못한 것을


무에 그리 애섪고 
가슴이 에이며
한스러워서
장탄식에 밤을 지새우는가!


이리저리 향방 없이 불오는 바람 따라
흔들리다 어느 하늘 아래 스러져 버릴지
알 수 없는 생의 행로에
그래도 따뜻했었노라고
그래도 그 손길이 기억에 남았노라고
자취를 남길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그 누가
자신이 티끌뿐인 것을
기억이나 하겠는가!


너 무엇하다 왔느냐
물으시는 전능자의 물음에
부끄러움이라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가만히 옷깃을 여미고
지나온 발걸음을

돌아볼 마음가짐이라도 가져보면 어떻겠느냐고
높푸른 하늘 위 한 마리 새 날으며
뾰삐쫑 찌르르 울어엔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