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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부터 삐거덕 거린 결혼식

by 일상이 글이 되는 순간

모두가 행복해야 할 그날

우리 모두는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장인어른으로부터 신부를 맞이하기 위해 신부 입장 시 큰 절을 하는데 우리 어머니 왈 '어서 일어나지 못해 저게 뭐 하는 짓이야 양복 더럽혀지게' 어머니는 하객들이 다 들릴 정도의 큰소리로 노발대발하시는 것이었다.

6살이나 나이 많은 사위를 선택한 신부와 장인어른께 "당신 딸과 당신들에게 죽는 날까지 헌신하겠습니다" 정말이지 남다른 마음의 감사를 다짐하고 싶었다.

35살이 될 때까지 좋아하는 여자 쳐다보기만 하다가 데이트도 못하고 채이고, 중매 나갔다가 아들이 혼자라 언젠가는 부모님을 모셔야 하지 않겠느냐고 채이고, 버림받은 인생


어머님은 모르신다.

6살이나 어린 신부가 한 사람을, 그것도 1남 4녀의 외아들을 선택하기엔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를,


6개월간의 사내연애 때도 우리 집에 한 번도 와보지 못한 아내였다. 아니 우리 집 사정을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시댁 어른들은 나의 사는 모습이 궁금했는지 결혼 준비로 장모님과 패물을 보러 갔다가 장모님의 계획된 의도였는지는 모르지만 장모님께서는 가는 길에 우리 집에 한번 들러 보시자고 했다.

공식적인 초대는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어머니께서도 얼떨결에 인사를 하고 당황하셨는지 음료수라도 드리려고 별생각 없이 집에 있는 요구르트를 들고 나오셨나 보다.(나도 참 순진한 바보다 미리 전화라도 해서 어머님을 밖에 나와 계시라고 했어야지)

재건축으로 곧 이사를 가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천정은 물이 새어 벽지를 뜯어 놓은 상태라 제삼자가 보기에 집안은 난장판이었다.(나도 참 어리숙한 바보다 이런 사정을 미리 얘기해서 우리 집에 못 가게 만류했어야 했는데)

25년이 된 지금도 아내와 장모님은 요구르트를 준 얘기, 집이 다 허물어질 것 같았다는 얘기, 그날 결혼식장의 일은 잊을 수 없다는 얘기를 두고두고 하신다.

아내 얘기로는 그날 집에 가서 못난 년 결혼 안 하고 혼자 산다 그래놓고 기다리고 기다려서 그렇게 없는 집에 시집을 가냐라고 울면서 성토를 하셨다고 한다.

자기는 그날 엄마에게 미안해서 결혼을 안 하려고도 했었단다. 그러나 엄마가 주변에 청첩장도 다 돌렸는데 지금 와서 결혼 안 하면 당신이 어떻게 되냐라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결혼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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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출판사의 '국어교과서작품읽기 중1시'를 읽고 운명인 듯 글을 씁니다. 삶이, 자연이, 사물이, 일상이 글이 됩니다. 우연히 내게 온 당신께 길을 내기 위해 노크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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