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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맑음 Sep 02. 2021

전원주택, 앞마당에서 캠핑을!

텐트 안에 시아버님과 셋째 경준이.

어느 날, 시아버님이 선물로 텐트를 사들고 오셨다. 흥분한 세아와 쭌 3형제가 방방 뛰며 난리가 났다. 마당 가득 텐트를 쫘악 펼쳐보니, 사이즈가 초대형이라 우리 여섯 가족을 다 품을 정도로 크고 넓었다.


“아빠! 엄마! 우리 캠핑 가면 안 돼요?”

“맞아요, 친구들은 주말마다 캠핑 간대요!”


아이들 넷이 참새처럼 짹짹짹짹, 귀가 따가울 정도로 졸랐다. 캠핑은 일단 불멍은 운치 있고 좋은데 딱 거기까지다. 벌레와 씻는 것, 화장실 등 모든 불편을 감수하고 즐기는 것이 캠핑이라지만 이미 주택에서 벌레와의 한판 전쟁 중이라 굳이 캠핑장까지 가서 체험하고 싶지는 않았다.


특히나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 넷을 줄줄이 매달고 캠핑을 간다는 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지극히 정상이 아닐까. 캠핑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엄마 앞에서 아이들 넷이 슈렉 고양이 눈을 하고 레이저를 쏘아댔다. 아이들의 예쁜 시위에 그만 두 손 두 발 다 들고 항복을 하고 말았다.


그 대신 멀리 가지 말고 우리 집 앞마당에서 캠핑을 하자고 제안했다.

왼쪽에 열심히 텐트를 세우고 있는 신랑모습.


소중한 것을 깨닫는 장소는
언제나 컴퓨터 앞이 아니라
‘파란 하늘 아래’였다.

-다카하시 아유무-


꼭 멀리 있는 제주도 하늘이 아니어도, 강원도 산골의 하늘이 아니어도, 가까운 파란 하늘 아래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라면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얘들아! 앞마당 캠핑도 진짜 캠핑이니까 규칙을 정할 거야” 신랑이 아이들에게 말했다.


첫째, 핸드폰 사용은 금지할 것.
둘째, 불편해도 잠은 반드시 텐트에서 잘 것.
셋째, 밥은 불을 피워서 요리해 먹을 것.
넷째, 놀이는 반드시 실외에서만 할 것.
다섯째, 집안 사용은 최대한 자제할 것.               


몇 가지 예외 조항은 있었다. 집안 싱크대와 화장실, 세탁기 사용은 허용이 되었다. 안 그러면 2박 3일 캠핑기간 동안 빨래 폭탄을 맞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약속대로 온 가족이 규칙을 철저하게 지켰다.


2015년 봄. 세아&쭌3형제.

집에서 하는 앞마당 캠핑도 캠핑인지라 신랑과 여행 가는 마음으로 마트에서 장을 봤다. 목살, 삼겹살 두 종류의 돼지고기와 안심, 등심 소고기를 섞어서 샀다. 구워 먹을 소시지와 햄도 사고, 아이들이 마실 음료수와 간식도 챙겼다. 상추와 오이, 고추, 깻잎은 이미 텃밭에 준비가 되어있어 따먹기만 하면 됐다.


먹거리를 완벽히 준비하고 아이들과 텐트를 쳤다. 아이들 몸에 맞는 작은 캠핑용 의자까지 쪼르륵 펼치고 나니, 우리 집 앞마당이 어느새 멋진 캠핑장으로 변신했다. 역시나 캠핑은 아빠의 희생이 반이다. 숯에 불도 붙여야지, 고기도 구워야지.. 손이 네 개쯤은 되어야 할 듯 신랑 손이 정신없었다. 반면 나는 아름다운 풍경과 추억을 기록하기 위해 찰칵찰칵 사진 찍느라 바쁘다. 신랑은 이리저리 분주하면서도 힘든 기색 없이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웃고 있었다.


뒤로 텃밭과 모래놀이터가 보인다.

“엄마! 사진 그만 찍고 고기 드세요!”

아이들 넷이 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참새처럼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고기와 음식을 맛있게 먹는 네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했지만 역시! 배는 먹어야 부른다.


“와! 진짜 마당에서 먹으니 완전 꿀맛이다! 그렇지?”


상추쌈을 크게 싸서 고기 굽느라 제대로 못 먹는 신랑 입에 쏙 넣어줬다. 앞마당 캠핑장에서 먹는 고기는 끝도 없이 들어갔다. 평소 먹는 양보다 두배 가까이 먹었다. 캠핑에서 빠질 수 없는 최고의 백미는 긴 쇠꼬치에 끼워 노릇노릇하게 구운 소시지다. 길쭉한 소시지를 하나씩 들고 세상을 다 가진 표정으로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니 앞마당에서나마 캠핑을 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쭌3형제. 웃거나 마시거나 발로 가리거나.

2박 3일 우리 가족만 즐기기엔 너무 아까워 카톡 프로필에 앞마당 캠핑 사진을 올리고 상태 메시지에 이렇게 썼다.


세아네, 앞마당 캠핑 시작!
선착순 두 가정, 손들어 주세요!


올리자마자 신기하게도 바로  가정이 !  외쳤다. 뭐야, 설마 카톡만 보고 있었던 거야? 순식간에 마감이 되어 정말 신기했다.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캠핑장 오픈 조기 마감이렇게 상태 메시지를 바로 바꿔놓았다.


다음날인 토요일 점심, 다섯 가족의 지인 가정이 고기를 사들고 놀러  늦은 밤까지 놀다 갔고, 일요일 점심에는  가족의 지인 가정이  고기를 사들고 놀러  입에서 돼지 냄새가 날정도로 물리게 고기 파티를 했다. 캠핑은 역시 함께여야  맛있고 즐겁다.



불멍 불멍 불멍

마지막 날 밤, 아이들과 둘러앉아 타닥타닥 빨갛게 솟아오른 장작불을 바라보며 불멍을 하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캄캄한 밤하늘 가득 보석처럼 박힌 하얀 별들이 금방이라도 우리 머리 위로 쏟아질 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엄마, 아빠, 별똥별 떨어지는 거 보셨어요?”


아이들의 눈 속에서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워낙 별보기가 취미인 신랑은 천체를 보기 위해 고가의 망원경을 소장하고 있다. 어떤 별이 금성인지, 어떤 별이 위성인지, 그리고 별자리에 대해서도 박사님처럼 술술 설명을 해주었다. 옛날이야기 같은 신기한 아빠의 별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깊은 잠에 빠졌다.


포근한 침대를 놔두고 불편한 텐트에서 자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래도 규칙은 규칙이니, 감수하고 겨우 잠이 들었는데, 새벽녘 추위에 몸이 오싹해 잠에서 깼다. 바닥이 축축하다고 느끼는 건 기분 탓인가 했는데, 냄새까지 폴폴 피어올랐다. 혹시나 싶어 옆에서 곤히 잠든 태준이의 엉덩이 밑에 손을 넣어보니, 역시나 오줌이다. 감기에 걸릴 것 같아 이불로 둘둘 말아 안고 조용히 텐트 밖으로 빠져나와 집안으로 들어갔다.


이날 이후 그 누구의 입에서도 “캠핑”얘기는 다시 나오지 않았다. 그날의 앞마당 캠핑은 처음이자 마지막 캠핑이 되어 추억의 뒤안길로 총총 사라졌다.


비록 “앞마당 캠핑”은 딱 한 번으로 끝났지만, 네 아이들 추억의 서랍 속에서 별처럼 아름답게 빛나고 있을 거라 믿는다.



2015년 캠핑 풍경. 지금은 고1, 중2, 초5, 초3입니다. 잠을자는 캠핑말고 고기를 구워먹거나, 불멍은 자주 합니다. 이제 선선한 가을이 왔으니 또 시작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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